여명(黎明)을 헤치며 마치 잠복한 병사들처럼 논둑길에 엎드린 두렁콩 사이를 기세좋게 달린다
들길이 거의 평지로 이루어져있기는 하나 가끔 깨진 시멘트가 돌출한 곳도 있어
랜턴을 의지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는 어두운 길이다
집에서 삽교천에 이르기까지 8km쯤 되는 들판의 여러 동네들을 거친다
홍원, 뒤뜰, 황원, 독원, 피원, 원신흥, 상동, 새말을 거쳐 하평리 둑방에 도착하니
어슴프레 날이 밝고 잔잔히 흐르는 삽교천 강물 위로는 아침 노을이 물들기 시작했다
도고산
안개로 자욱한 고수부지
동영상
하평리 일원과 구양도, 신풍원, 새말에도 낮게 깔린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늘은 모처럼 구양도에서 선장포 노을 공원을 바라보며 강물을 찍었다
키 큰 철탑이 나란히 달려가는 곳은 요즘 좀체 발걸음을 하지 못하는 도고산이다
구양대교를 건너 신택리 마을로 들어서자 햇빛에 반사된 아침안개에 무지개가 뜨더라!
출하를 앞둔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린 과수원을 지나고
예산 종합 복지관을 통과하여 시원한 다운힐로 용궁리까지 일사천리로 달렸다
마침 일출을 서두르는 예림리 둔덕의 황홀한 빛내림을 목격하느라 잠시 멈춰서게 됐고!
용궁리 삼거리에 근래 새로 생긴 건물이 있어 확인해 보니 경로당이었네!
다짜고짜 백송에게 달려가 한 컷!
화순옹주 홍문
옹주는 임금의 후궁이 낳은 딸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왕후가 낳으면 당연히 공주가 되고!
화순옹주는 영조와 정빈 이씨 사이에서 태어 난 딸이다
추사의 증조 할아버지 김한신에게 시집가서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곡기를 끊고 따라 죽은 열녀로 영조의 노여움을 샀으나
정조대왕의 추서로 후세에 열녀 추앙을 받고 있다
월성위 김한신의 묘
제일 먼저 낙엽 소식을 알리는 벚나무 아래에 애마를 대기 시켰었고!
고택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아 집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추사 김정희 묘와 예술송
재주가 많았던 주인을 닮았는지 멋진 수형을 지닌 소나무가 묘지 앞을 지킨다
추사 기념관과 조형물들
잘 가꿔진 잔디밭과 고택 주변을 서성이다 다시 삽교천 둑방으로 돌아와서
합덕제로 방향을 잡아 가려던 중에 수쿠렁 군락지를 만나 잠시 멈췄다
둑방을 뒤덮은 가시박도 참견하고!
합덕제
연꽃은 거의 져버리고 까만 연밥들만 무성한데
그나마 일부 단지에는 연꽃대신 갈대와 줄풀만 가득하여 을씨년스러웠다
겨울이면 겨울진객 고니가 찾아오던 장소였는데
생태 환경이 변해버린 이 저수지를 과연 고니들이 찾아줄까?
아니 왔다가도 어쩔 수 없이 서운한 발길을 돌릴게 분명하다
줄
연(蓮)
털여뀌
오후 들어 저녁달을 보러 나왔다가 노을이 아름다워 하늘을 벗삼아 한참을 노닌다
오전의 추사 고택 라이딩 궤적(軌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