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끝자락, 어느 모임에서
한해가 저물기 전, 아직 노을 빛이
으스름히 남아있는 동안, 반가운 친구들이
어느 기와집 지하에 모여, 맥주로 갈증을
적시며 정겨운 담론에 빠졌다.
여태 순수함이 묻어나는 시인의 어감으로,
가을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마치 언젠가 우리의 스산한 풍경처럼 애잔하게
느껴진다고 모처럼 나온 친구가 말했다.
그때 문득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희랍인
조르바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조르바, 우리는 구더기랍니다. 엄청나게 큰
나무의 조그만 잎사귀에 붙은 아주 작은 구더기지요. 이 조그만 잎이 지구입니다. 다른 잎은 밤이면
가슴 설례며 바라보는 별들입니다. 우리는 이
조그만 잎 위에서 우리 길을 조심스럽게 시험해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잎의 냄새를 맡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알아보려고, 우리는 맛을 보고 먹을
만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 잎의 위를 두드려 봅니다. 잎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소리를 냅니다.
어떤 사람은 잎 가장자리까지 이릅니다. 거기에서 고개를 빼고 카오스를 내려다 봅니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떱니다. 밑바닥의 나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되지요. 멀리서 우리는 거대한 나무의
다른 잎들이 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뿌리에서 우리 잎으로 수액을 빨아올리는 걸
감사합니다. 우리 가슴이 부풀지요. 끔찍한 나락을
내려보고 있는 우리는 마음도 몸도 공포로 떨고 맙니다. 그 순간에 시작되는게-----
조르바, 그 순간에 위험이 시작됩니다. 어떤
사람은 정신이 아찔해지거나 정신을 잃고,
또 어떤 사람은 겁을 집어 먹습니다. 이들은
자기의 용기를 북돋워 줄 해답을 찾으려다가
<하나님!>하고 소리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잎사귀 가장 자리에서 다시 심연을 바라보고
있다가 가장 용감하게 < 나는 저게 좋아>하고
말하지요."
이는 우리의 한계상황을 경고해주는 섬찟한 아포리즘처럼 들렸다.
결국 우리가 붙어있는 그 잎새도 하늬바람에
날려 떨어져 흩어질 것이다. 위험은 예정되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구원자를 찾을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저게 좋아'라고 초인의 모습을 선호할 것인가?
바라기는, 아직 이 땅에 남아 있는 동안 우리 모두 강건하고 평강을 누리기를!!
2024.11.21.
첫댓글 고맙습니다
다시 와 주심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나 했더니 어느덧 초겨울이 왔습니다
걸음 걸음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