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남화경) 100강을 다섯번째 들은 소회
지금 우리들이 접하는 장자라는 책은 4세기에 곽상(郭象)이라는 사람이 엮은 책이다.
기존에 전해져 온 책은 잡다하고 일관성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곽상이 글의 일관성이나 글의 질을 기준으로 내편 7장 외편 15장 잡편 11장 등 총 33장으로 간추려 정리했다.
대체로 말하기를 내편의 7장은 장자 본인의 저작으로 보고, 외편과 잡편은 후대의 인물들이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편은 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등 칠 편인데 박완식 교수의 장자 강의 100강도 내 칠 편에 한하여 강의를 했다.
장자를 남화경(南華經)이라고도 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인간상을 성인(聖人), 신인(神人), 지인(至人), 그리고 진인(眞人)으로 구분 짓는데 이들은 모두 완전한 덕을 갖춘 인물들이다.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실존 인물이기 보다는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들이 행하는 행동 규범을 보고 성인, 신인, 지인, 진인의 경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것을 기술한 문장이 암시적이면서 수려하다. 글에서 느끼는 기품을 보면 장자가 얼마나 위대한 사상가임과 동시에 뛰어난 문학가인가를 알 수 있다.
생각 1.
소요유(逍遙遊) 편 첫머리에 이런 글이 있다.
北冥有魚,其名為鯤。鯤之大,不知其幾千里也。化而為鳥,其名為鵬。鵬之背,不知其幾千里也;怒而飛,其翼若垂天之雲。是鳥也,海運則將徙於南冥。南冥者,天池也。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변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하는데, 붕의 등도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어서, 떨치고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도 같다. 이 새는 바다의 흐름에 따라 장차 남쪽 심해로 넘어가니, 남쪽의 깊은 바다란 천지(天池)를 말한다.
조식(曺植) 선생의 호가 ‘남명(南冥)’인데 호 남명(南冥)은 장자 소요유(逍遙遊) 편에서 인용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배경은 다음과 같은 사실로도 유추할 수 있다.
유학의 기저에는 삼강오륜이 주류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충효가 가장 핵심이다. 신체발부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을 효의 근본으로 보았다.
반면 도교의 최고 경지는 생과 사를 같은 자리로 여기는 것을 최고의 지성으로 보았다.
조식의 ‘을묘사직소’는 죽음을 각오하고 올린 상소다. 정통 유학자는 상상할 수 없는 기개다. 또 조식의 제자들 중에는 임진왜란 때 목숨을 걸고 의병활동을 한 분들이 많은데 조식의 생사를 초월한 기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이 든다.
생각 2
장자는 사물을 비교하는데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상대적 기준’을 제시하여 비교함은 사고의 다양성을 일깨워 준다. 예를 들면, 가을에 가늘어지는 짐승의 털은 매우 작고, 태산은 매우 크며, 요절한 아이는 일찍 죽었고, 팽조는 매우 오래 살았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로,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관점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작은 벌레의 입장에선 짐승의 터럭도 크게 느껴질 것이요, 우주에 나가서 지구를 내려 본다면 태산은 매우 작을 것이며, 하루살이가 보면 요절한 아이도 장수한 것이고, 우주의 운행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고 한들 그 시간은 찰나와 같을 것이다. 즉 모든 사물의 판단 기준은 상대에 따라 달라짐을 지적하고 있다.
흔히 우리들이 쓸 데가 없다는 무용(無用)도 관점을 좀 달리 생각하면 크게 쓰일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의 사상가들 대부분은 성인(聖人)의 권위를 빌리거나 지배 계층에게 조언하는 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풀어나간 데 비해, 장자는 특이하게도 동물, 자연물, 또는 이름 없는 민중(백정, 수영하는 사람, 수레 만드는 사람 등)이나 하급 관료와의 대화 등을 이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장자의 일화에는 공자나 양주 같은 이들과 대화하며 이들보다 더 큰 통찰력을 보여주며 대화했다는 기록도 있으나, 그마저도 권위 있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는 것에 가깝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재물과 지위가 도리어 자유로운 삶을 방해한다고 생각한 장자의 자유분방한 사고는 예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의와 범절이란 것도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틀에 불과한 것이므로, 자유로운 삶을 누리려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인간 사이의 예의를 강조하는 공자와 같은 사상가들을 비판했다.
‘장자’에서는 또한 모든 가치의 상대성이 강조된다. 만물일제(萬物一齊)의 사상, 즉 "도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면 이 세상에서 귀하고 천한 것의 구분이 없다"(以道觀之, 物無貴賤)는 것이다. 즉 삶과 죽음은 같으며 따라서 죽음 자체는 도에 합치되는 것으로 설파하고 있다.
장자는 죽음에 대해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관조하였다. 제자들이 그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르려고 의논하자, 그는 “나는 하늘과 땅을 관(棺)으로 삼고, 해와 달을 귀중한 도리옥으로 삼고, 별들을 진주와 구슬로 삼고, 만물을 장례에 쓰는 갖가지 물건으로 삼을 것이다. 나의 장례 도구가 갖추어진 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무엇을 더 보탰겠는가?” 라고 말하고 그 의논을 중단하게 했다.
이처럼 장자는 자신에게 닥친 죽음이라는 경지마저도 천지만물 전체와 관련지어 관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자의 웅혼한 사상은 인간이 자연에 따라 살아가고 진정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튼 50일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주역 280강과 장자 100강을 모두 들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머리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의지를 불태워 본 그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뿌듯하다. 이젠 그러한 무리한 도전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