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모, 이팝나무
[겨레문화와 시마을 1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팝나무
- 양광모
어머니, 밥은 잘 드시는지요
그곳의 식사 물리시거든
잠시라도 한 번만 다녀가 주세요
한솥 가득 흰쌀밥 지었는데
식기 전에 먹어라,
말해주시던 그 목소리 들리질 않아
올해도 이팝나무 아래 허기가 집니다
아무래도 저 꽃잎이 당신 얼굴만 같아
올해도 이팝나무 아래 그리움이 됩니다
▲ 힘들게 일하는 농부에겐 이팝나무꽃이 쌀밥으로 보였다.(그림 이무성 작가)
내일은 24절기 가운데 일곱째 입하(立夏)다. 입하는 '여름(夏)에 든다(入)'라는 뜻으로 푸르름이 온통 뫼(산)와 가람(강)을 뒤덮어 여름이 다가옴을 알리는 절기다. 입하 때 산과 들에 가보면 하얗고 탐스러운 이팝나무꽃을 본다. 요즘은 도심의 가로수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팝나무란 이름은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이밥은 하얀 쌀밥을 뜻하는데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정전제(井田制)'를 시행하여 일반 백성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고, 그래서 백성들이 이 쌀밥을 '이성계가 준 밥'이란 뜻으로 '이밥'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변하여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흐드러진 이팝나무꽃을 보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전 가난한 백성은 그저 밥이나 배부르게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논에서 종일 허리를 제대로 펼 틈도 없이 일하다가 뱃가죽과 등짝이 서로 들러붙는 듯한 허기에 눈에 들어오는 이팝나무꽃이 마치 흰 쌀밥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옛사람들은 이팝나무꽃이 한꺼번에 피어 고봉밥 모양을 이루면 그해 풍년이 들고, 듬성듬성 피어 신통찮으면 흉년이 들 조짐이라고 여겼다.
▲ 입하 무렵에 피는 이팝나무꽃
여기 양광모 시인은 <이팝나무> 시에서 “한솥 가득 흰쌀밥 지었는데 / 식기 전에 먹어라, / 말해주시던” 어머니 생각으로 간절한 모양새다. 그래서 “올해도 이팝나무 아래 허기가 집니다.”라고 노래한다. 또 “아무래도 저 꽃잎이 당신 얼굴만 같아 / 올해도 이팝나무 아래 그리움이 됩니다”라며, 이팝나무꽃을 보며, 밥, 그것도 어머님이 해주신 밥, 아니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시를 쓰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