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영화 감평
_ 인간의 의지로 다가갈 수 없는 신의 영역
글 박철영
우선 추운 게 나는 싫다. 너무 몸서리치도록 추운 것이, 혹독한 추위는 태초이고 암흑을 상징한다. 그 암흑 속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부화하듯 깨어나며 영화 <히말라야>는
죽음에 이를 공포스런 설경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산 능선 그 어디에도 히말라야가 신의 영역이라는 푯말은
없다. 다만 해발 8000m 이상의 눈길을 걸어 올라갈수록
몸으로 전해오는 극한의 한기寒氣를 통해 신이 사는 영역임을 알아간다. 나는 신의 말씀을 전해 듣지 못한다. 나는 그곳에 없고 단지 스크린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오로지 신만이 알 따름이다.
영화 <히말라야> 스토리 정도는 이미
알고 보는 거라서일까 남들은 쏟아지는 눈물로 시간 내내 힘든 영화였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거기다 아주 개인적인 스토리가 중심이 되어 휴머니티가 진행되는 주 줄거리란 것도 내 감정의 냉정한 촉을 눈물로
끌어낼 수 없었다. 또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히말라야 등반 16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 등반으로 인해 우리뿐만이 아닌 전 지구인에게 어떤 대단한 기여가 있었던 것일까. 아프리카의 기아와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해답이 나온 것도 아닌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보려거나 이루려고 그곳에
그토록 가고자 했을까. 내 아둔한 머리로 영화가 끝난 뒤에도 생각해보았지만, 특별하게 떠오른 것이 없다. 아주 개인적인 사람들의 취미가 독특해서
이루어진 일이었고, 일부 산악 스포츠 업체의 작은 이익과 결탁한 사소한 것이 부른 대참사였다고 하면
고인에 대한 예의는 아님을 안다. 하지만 나의 지론은 그렇다.
이석훈 감독이 여기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삭막해진 우리
사회 현실에다 담담하게 영화를 들이대며 실종된 인간애 즉 휴머니티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점에서는
분명 성공한 영화였다. 우리 주변의 작은 산에서도 조난 시 구조하는 뒷이야기는 틈틈이 뉴스에 올라 듣게
된다. 우선 평지가 아니어서 많은 난관이 있고, 높은 산이라서
길이 험하다는 것이다. 부득이 부상한 사람을 업거나 기구를 이용 하산하는 과정은 지난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8700m의 히말라야! 그 환장할 설경을 배경으로 시작하는 영화의 장면과 화려한 배우들의 라인업에 나는 한 번 더 압도당한다. 쟁쟁한 배우들 황정민, 김인권, 정우, 라미란, 전배수, 김원해는
나에게 호기심 이상이었다. 이미 6.25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연기한 황정민, “국제시장”에서의 덕수 역으로 아버지 없는 가족의 가장으로 갖은 애환을
절절히 잘 연기해 “국제시장을 성공작으로 이끌었던 1등 배우다.
2004년 초모랑마(8848m)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중 실종된 실화 속 주인공으로
분한 박무택 역의 정우, 연기력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정우는
<응답하라 1944>에서 경상도 남자의 투박하고
거친 열연을 통해 간판 급으로 성장한다. 그러한 연기력은 반질대는 마스크 탓인가? 어디 가나 여복을 불러들이는 행운까지 거머쥔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청순한 이미지의 여배우들에게 사랑에 빠져들도록 마력을 발산한다. 사랑한 사람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이미지와 연기력을 갖춘 그는 어디든 부르면 갈 수밖에 없는 행복 남이다. 그는
70년대 젊음의 거리 무교동을 중심으로 한 <쎄시봉>에서도 직접 노래를 불러 가수 못지않은 가성歌聲과 미성美聲을 보여준다.
쎄시봉에서도 역시 청춘의 이미지답게 한효주와 사랑하는 감정선을 불후의 통기타 명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웨딩케익', '사랑이야', '하얀 손수건' 등 은은한 음악으로 그 시대의 감미로움을 재현해내는데 성공한다. 또한 <쎄시봉>에서도 김진권과는
화려한 라인업을 이루어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될성부른 놈은 넘어져도 알싸한 꽃밭으로 넘어져 뒹군다. <히말라야>에서도 청순한 이미지의 정유미와 불 같은 사랑에
빠진다. 정내미 없도록 툭툭 튕기면서 일궈낸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유미에게는 눈먼 사랑의 묘약이다. 더 강하게 앵겨 붙게 하는 마법이기에 그렇다. 정유미가 정우에게
그랬다. 사랑은 둘 중 하나에게 승자의 미소를 넘겨주며 끝이 난다. 그렇지만
그 행복은 멀지 않은 불행으로 그들을 갈라놓고 만다. 정우가 히말라야 하산 중 8750미터 지점에서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는 설맹으로 더 이상 하산할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불같이 사랑했던 사랑하는 여인 정유미의 사진 한 장을 가슴에 안고서 박무택은 죽어간다. 정우는 히말라야의 능선에서 죽음에 이르지만 사랑하는 사람 정유미를 통해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숭고한 가치 이상임을 박무택은 말하고 있다.
이어 대표적인 개성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인권의 작은 체구와 간간한 혼혈적인 마스크는 영화 속에서 감초 이상의
역할로 성공을 은근하게 밀어 부쳐주는 뒷맛이 칼칼해서 좋다. 영화
<해운대>, <신의 한 수>에
이어 <광해>에서 도부장 역을 맡아 열연한다. 특히 가짜 광해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까지 호위무사 도부장 김인권! 영화
속에서는 몇 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긴 인간적 고뇌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내 눈에는 명연기의 전형이었다. 김인권은 타고난 조연임을 연기로 말해준다. 어디 그뿐 인가. 익살과 해학의 타고난 본능적 연기는 그가 출연한 영화에서마다 발군의 기회로 도드라진다. <신의 한 수>에서도 조연이기에 가능한 주연 같은 명품
연기를 서슴없이 보여준다. 김인권은 은근히 조연 역을 즐기는 것인지 모른다. 조연이라서 너무 초라한 조연처럼 연기하란 법 없다는 것을, 순간순간
보여줄 때마다, 내가 곧 주연이고 스스로 주연이 되고자 하는 배우의 전형이다.
어떤 영화든 분명히 수컷의 본능에 불을 지피는 관능적인 여배우 하나쯤은 꼭 끼여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어 하는 의아한 내 묵음마저 스크린으로 막아버렸다. 내
기대에 못 미쳤을뿐더러 영화 특성상 산악 등반대에 과연 그런 미모의 여자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으니 그렇다. 예상을
깬 라미란은 영화 속에서 없는 듯 나 여기 있다며 속된 말로 톡톡 볼가져 나오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런
모습은 근래에 보여준 <피 끓는 청춘>에서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고등학교의 여선생으로 삭막한 교실 수업이 주는 팍팍한 분위기를 소풍을 통해 선생 이전에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여자임을 보여주며 반전시키는 역할 이상을 해낸다. 스스로 대사를 오버한 듯한 액션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라미란은 분장한 얼굴보다 사실 더 예쁘다.
거기에 기대 이상의 도발적 기질을 갖고 있다. 기회가 없으면 기회를
만들고, 안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끼를 까발려줘서라도 기회를 스스로 찾아 거머쥐는 스타일이 맞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도발한 대가는 한 번 더 성장할
기회를 거머줜다. <히말라야>에서도 마찬가지 엄홍길
대장에게 감히 여자로서 푸념 섞인 도발을 건다. 여자 이기 전에 히말라야 정상을 오르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간이라고. 우선 마스크에서 주는 느낌이 그렇고 대사를 내뱉을 때도 그래서 더 편한 말들을 하게
될 것이다. 거리낌 없이 산악대원들과 부대낄 수밖에 없는 진솔한 사람이기를 원하는 여자로써 한계를 잘
극복해 주었다. 울 때 울고 웃을 때 웃어주는 여배우 라미란 같은 산악대원, 엄홍길 대장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실제 여성 대원이 누구였는지 사뭇 궁금하다.
이외에도 많은 조연 자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어차피 인생살이도 내가
주연 같지만 난 바로 옆 사람의 조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자기 삶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때론 히말라야 14좌에서
좌절된 박무택의 죽음처럼 엄청난 생의 절벽에서 낭떠러지로 떨궈지는 것이 인생이다. 비록 몸은 죽어 히말라야
어느 능선에서 영혼으로 잠들어 있겠지만, 혼자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그가 사랑했던 아내(정유미 분)의 끝나지 않은 눈물을 잊을 수는 없다. 세상에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을 사랑한 죄다. 더한 죄는 그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무모하게 떠난 사람을 평생 잊지 못해 울게 하는 사람이다.
히말라야 최고봉에 도달한 영예의 가치를 난 알지 못한다. 단 그 가치는
인간이기에 신의 영역이라고 감히 말하는 히말라야 최고봉의 등정을 통한 강한 인간 의지를 보여주고자 함도 안다. 엄홍길
대장이 스스로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잠시 머무르다 내려오는 것이다.”고 말했듯 세상에 태어난
인생살이도 그에 못지않은 명제를 안고 산다는 것을 알았으면 싶다. 삶의 의미는 대단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히말라야까지 가지 않더라도 충분한 해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답은 당신 옆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수시로 들을 수 있다. 히말라야
산정에 오르면서 다져지는 휴먼 원정대의 감동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바로 우리 주변 이웃들의 삭막한 마음에다 손 한 번 더 내밀어 준다면 그것이
더 값진 삶이고 감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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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내랑 아들이랑 셋이서 이 영화를 봤지요. 부부가 끝내 울고 말았네요. 별다른 줄거리가 없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부분부분 코믹한 요소들을 넣음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을 잘 커버했다고 봐요. 마지막 끝내 사체를 포기하는 부분에선 여기저기서 훌쩍대는 소리가 하하 우리 부부는 너무 재미있고 감명깊게 봤네요.
감평 잘 읽었습니다
저도 부분부분 인간이기에
같았습니다
한 번 보고 나도 느낌을 적어 봐야징^^
<이퀼리브리엄> 이것도 함 보세요 액션영화이지만 제가 이제껏 본 영화 베스트 손가락안에 드는 영화.. 세월이 흘러도 아직도.... 감정이 사라진 세상에 로보트같은 사회의 이야기에요... 약물을 투여하면서 사람이 감정을 못가지게 통치를 하는데요 약물투여를 거부하면서 감정을 느끼거나 시 그림 문학 예술작품등을 가지고 있거나 감상하면 반역죄로 죽임을 당하는 세상인데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시적 예술적 감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께 받은 위대한 선물인지 실감했는데요.. 근데 이것도 모순인게 이 감성때문에 .... 아주 디져 버리겄어요 ㅋㅋ
기회가 되면 보고싶네
~~^^
@박철영 말로만 하지 말고 꼭 보세요 아마 형 느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