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익선동 골목을 둘러본 김에 오래간만에 에세이문학 사무실에 들렀다. 좀 앉아있으려니 이상규회장님이 외출에서 돌아와 인사를 나눈 후 탁자 위에 무언가 내려놓는다. 허리를 굽히고 자세히 보니 꽃송이다. 새끼손가락 손톱만큼 작지만 분명 꽃이다.
무슨 자수전시회를 다녀오시면서 그 조그만 꽃송이를 소중히 챙겨온 것이다. 우리 말로 '가시칠엽수'
동숭동 시절, 근무하던 문리대 도서관 앞에서 늘 보아오던 마로니에 나무, 노래와 무성한 잎새, 그리고 가을빛 물든 나무만 알았지 꽃은 처음 만난다. 너무 유명한 나무라 오히려 무심했던 건 아닐까.
아마 그때도 피었겠지만 못 봤던 것은 수형이 크기도 하고 커다란 잎새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만큼 조그만 존재여서일까.
회의용 탁자를 덮은 레이스 탁상보의 나뭇잎 형상 안도 다 채우지 못할만큼 작다.
회장님은 예나 지금이나 도서관으로 전시회장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모습, 글감 사냥이 여전하시다.
스승의 가르침도 그러하셨거늘 참 바람직하다 싶으며 방안퉁수 노릇만 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울 지경.
석조전 앞 마로니에는 지금의 덕수궁미술관(당시는 이왕가미술관) 앞에 처음 식재되어서 수령 100년쯤으로 여겨지며
나뭇잎이 일곱장으로 갈라져 표면의 가시와 더불어 가시칠엽수라 한다든지 열매를 먹으면 복통을 일으킬만큼 독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있다. 열매는 밤을 닮아서 사람들이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마로니에 나뭇잎에 잔별이 지면~~♬♩"
예전에 부르던 노래도 생각나고 내 젊은 날의 동숭동 시절도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https://youtu.be/yLoIaoNNlRA?si=ZZRD30yIStfR8-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