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보물창고, 첫 번째 선학평화상
인류 역사에는 어느 시대에나 큰 아픔이 있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시대는 바로 지난 20세기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져 선량한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생명을 잃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겪은 나는 그 처참함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를 알 수 없는, 미명으로 포장된 전쟁들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잔인한 전쟁과 테러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들도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뿌리 깊은 도덕심이 있고, 지혜가 있습니다. 자연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직 오염되지 않은 바다입니다. 지구의 70퍼센트를 덮고 있는 바다는 막대한 자원을 품고 있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물창고입니다. 일찍이 나는 바다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활용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했습니다.
그 뜻에 따라 선학평화상의 첫 주제를 ‘바다’로 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의로운 일꾼들을 선정했습니다. 인도의 굽타박사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이었습니다.
굽타 박사는 식량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고기 양식 기술을 개발해 ‘청색혁명’을 이끈 과학자입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 기술을 널리 보급해 빈곤한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게 하는 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아노테 통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바다생태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글로벌 리더입니다. 안타깝게도 키리바시는 30년 이내에 삶의 터전인 영토 전체가 수몰될 심각하고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공원을 만들어 해양생태계 보호에 앞장섰습니다. 두 사람은 일찍이 우리 부부가 기술 평준화를 제창하고, 물고기를 어분(魚粉)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이 식량으로 사용함으로써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했습니다.
식량 문제와 함께 환경 문제는 우리 부부가 오랫동안 인류 구원과 평화세계를 위해 추구해 온 과제였습니다. 단순한 이론적 탐구와 운동을 넘어, 반세기 넘게 남미에서 이상세계를 세우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일찍이 문 총재와 나는 심각한 마음으로 우리나라와 정반대 위치인 남미의 파라과이와 브라질 판타날에서 직접 시골 농부와 어부가 되어, 인류의 미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뜨거운 뙤약볕 아래 점심도 거르며 일을 했습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연신 손으로 훔치며 고민 했던 순간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를 위해 많은 일을 했음에도 내 이름을 드러낸 적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고서도 돌아서면 까마득히 잊는 것이 나의 천성입니다. 그것은 내가 참어머니이자 평화의 어머니로서 어렵고 힘든 이웃의 눈물을 닦아 주고, 평생 인류를 구원하고 하나님의 한을 해원하려 노력해 온 독생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