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 왕후
조선 왕실의 혼례는 '공개 구혼'을 통해 이뤄졌다. 전국에 광고를 내 왕비 후보 신청을 받았다. 왕비 간택령이 내려지면 전국의 15~20세 양반가 처녀들은 단자(사주팔자를 적은 종이)를 제출해야 했다. 국왕의 부인으로 떠받들어지는 자리이지만, 대다수 반가의 부모들은 왕을 사위로 맞아들이길 원치 않았다. 인조 때는 딸을 숨기려다 발각된 전·현직 관료들을 잡아다가 추문했다. 보통 왕대비와 대왕대비가 간택을 맡지만, 왕이 직접 간택한 경우도 있다. 영조는 66세에 어린 신부를 계비로 맞으면서 처녀 후보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것이 무엇이냐." 다른 후보들은 산이나 물이라고 답했지만 15세 처녀는 "인심(人心)이 가장 깊다"고 답한다. "가장 아름다운 꽃이 무어냐"는 질문에는 "목화꽃"이라 답했다. "비록 멋과 향기는 빼어나지 않으나 실을 짜 백성을 따뜻하게 해주는 꽃이니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 감복한 영조는 그녀를 왕비로 간택했다. 정순왕후다. 영조의 계비인 정순왕후가 간택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쓰인 방석에 앉지 않자,그 이유를 물으니 "자식이 어찌 아버지의 존함이 쓰인 방석을 깔고 앉겠습니까."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또 "고개 중에는 어떤 고개가 제일 넘기 힘드냐"고 묻자, 강원도에서 온 규수가 대관령고개라 답하고 경상도에서 온 규수가 추풍령고개라 답하였다. 헌데 김규수는 보릿고개라 대답하였다. 보릿고개라! 겨울 양식이 봄이 되자 다 떨어지고 그렇다고 햇보리는 아직 나오지 아니한 때 세 끼, 아니 두 끼, 심지어 한 끼를 채우기가 그 얼마나 난감한가. 이것이 보릿고개인데 김규수가 넘기 힘든 고개가 바로 보릿고개라 하니 얼마나 명답인가! 다음으로 꽃 중에 제일인 꽃을 묻자, 김규수는 목화 꽃이 제일이라 답하였다. 이유를 물으니, "목화 꽃이 다른 꽃들보다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않지만, 핀 연후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면에서는 다른 꽃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유익한 꽃이니, 바로 목화가 백성의 옷감이 되어서 예절도 지키고 품격도 살리고 추울 때 보호하여 주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하였다. 또한 이러한 일화도 있다. 대궐안의 기왓장 수를 헤아리는 질문을 받고 다른 규수들은 지붕을 오려다 보고 열심히 헤아리는데 정순왕후는 땅만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이유를 묻자 기왓장 추녀 밑에 떨어진 낙숫물 흔적을 세에 기왓장 줄을 헤아리고, 한줄의 숫자를 헤아려 곱셈으로 정확하게 계산 하는 것을 보고 영조 대왕이 감탄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