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상홍..서리가 내리면 붉어진다는 낙상홍. 채종하기 위해 하우스로 모셨다. 그렇지 않으면 산속이라 익기전에 새들이 모두 가져간다>
처음에 수목원을 시작할 때는 대천지역의 모든 자생종 수목을 심어 '대천수목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우리 땅이 6천평에 불과해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었다. 첫 나무는 과거 분재한다고 촐삭거릴 때부터 봐왔던 소사나무였다. 선후배를 동원해 10년생 정도 나무를 두 트럭 가져다가 심었는데, 정말 보기 좋았다. 얼마뒤 분재 스승이 오셨는데, 서어나무란다. 쓸데없는 나무를 심었다는 말에 정말 황당했다.
그래서 다음엔 진짜 소사나무 한 트럭을 심었다. 한 번의 경험도 있고해서 모두 살렸는데, 가을에 보니 소사나무의 단풍은 형편없고, 오히려 서어나무의 황금색 단풍이 너무 일품이었다.(그 까닭으로 진짜 소사나무의 목숨이 풍전등화이다 )
그 뒤로 모과나무, 자귀나무, 은행나무(순전히 단풍용), 당단풍나무, 산수유나무 등을 심었는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겨울에 낙엽이 지니 모두 도망가버렸다. 이후 대천지역의 모든 산을 훝었는데, 산사나무, 산딸나무 등을 제외하고 소위 수목원에 심을만한 수종들이 별로 없었다. 겨울이 되니 너무 썰렁하여 '대천수목'으로 박물관을 만들려는 시도는 한 겨울만에 날아갔다. 상록수종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아게라텀 ;멕시코 엉겅퀴라고도 하며, 수선화님댁에서 늦가을에 목숨이 왔다갔다할 판에 우리집 하우스로 왔다>
수목원을 준비하면서 하우스를 정리했는데, 이 때만 하더라도 꽃집은 생각조차 하질 않았다. 그래서 연동하우스를 지을 때도 한쪽은 바위와 흙으로 조경도 하고, 연못도 만들었다. 그 동안 틈틈히 모아놓았던 야생화를 진열하고 하우스 안 조경도 마치니 구경꾼들이 자주오곤 했다. 차대접은 물론이고 오시는 분들에게 꽃 한두 포기씩 드리니, 어떤 품종은 품절되고 말았다.
나는 매장에서 돈을 주고 사왔지만, 너무 꽃을 좋아하는 분들을 그냥 보내기 어려워 한 두 개 드리다보니 나중엔 나도 어렵고 그 분들도 미안하여 발길을 줄였다. 그래서 야생화 꽃집을 시작하기 위해 마음먹고 꽃을 떼올 수 있는 꽃농장을 수소문했는데, 먼저 시작한 후배가 양재동, 남서울, 과천 등을 알려주어 시장에 갔다.
처음에는 꽃장사한다는 말도 못하고 몇 곳을 다녔는데, 이 들 시장은 철칙이 있었다. 상인과 개인 취미가를 순식간에 파악해 가격에 대한 차이를 엄격히 하였다. 즉, 일반인들에게 3천원 파는 물건을 상인들에겐 2천원 이하로 주고 있었다. 그것을 파악하는데 1년이 걸렸다. 그래서 그 1년 동안은 비싸게 떼다가 비싸게 팔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지만 세상 물정에 어두웠던 것이다. 지금은 단골집도 많이 생겨 싸게 공급해 주지만 아무리 낯선 농장에 가도 내가 장사한다는 것을 순식간에 알려 흥정은 쉽게 한다.
꽃집을 할려면 이 점이 가장 중요한 것같다. 누가 좋은 물건을 가장 싸게 구입하느냐가 성패을 좌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곳 저곳을 부지런히 다니는 수 밖에 없다.

<애기동백:우리나라에 많은 품종이 들어왔으며, 꽃이 동백보다 많이 달리고 아름다운 색이 더 많이 있다>
매장 꾸미기는 크게 비용이 들지 않는 것같다. 대전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비닐하우스 50평이 보증금 900만원에 년 200만원 정도이다. 운영비는 전기료인데, 거의 다 농업용 아니면 영업용으로 누진세가 없어 큰 비용은 들지 않는다.
매장을 꾸미는데 약간의 비용과 초기 물건확보에 좀 들뿐 일반 식당이나 무슨 가게 보다는 아주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우리 집에서 당초 밭에 심을 묘목과 꽃을 생산하면서 한 모퉁이에 매장을 차렸기 때문에 소위 창업비용은 남들에 비해 훨씬 적었을 것이다.

<10여년전에 변산 내소사에서 씨를 채종하여 심은 단풍나무>
첫 해는 아주 재미 있었다. 그 동안 직장에만 다니고, 장사는 40여년 전에 어머니 자두 팔러갈 때 장에 한 번 따라갔었던 기억밖에 없는데(그 때 엉뚱한 아줌마 치마가 어머니 치마인줄 알고 한참 붙들고 다녔다), 돈버는 것은 빵점이고, 많은 사람들과 꽃과 나무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무조건 사람들이 오면 차부터 대접하고, 자연물에 대해서만 논하는 것의 즐거움..과거 어렴풋이 분재, 수석, 난초 등을 기웃거린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지역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지역신문에 15년 종사했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 50% 정도는 한 두마디하면 금세 선후배가 되었다. 본래 전공은 행정학이었는데, 취미만 맞으면 전공은 전혀 상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여름에 접어들어 매출이 반으로 떨어졌다. 지난 해 여름 창업했을 때 손님들이 득실(?)거렸는데, 어쩐일이지? 그 이유는 우리 집 들어오는 도로를 무슨 맨발 공원한다며 길을 막아 차를 다니지 못하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소위 떠돌이 손님이 없어진 것이다.(속 터졌다)
그런데 가을이 되니 등산객들이 많아져 오히려 작년보다 가을 손님이 늘어났다. 작년엔 서리가 온후로는 일반 손님들이 거의 없어 물건을 확보하지 않했는데, 비상이 걸렸다. 그래서 급히 호주매 등을 떼다가 아주 잘 팔았다.
이제 눈이 왔다. 겨울엔 손님이 없으니 드디어 주유천하가 올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도 내 생각이었다. 방학이 시작되니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오고, 년말 연휴가 겹치니 손님들이 계속왔다. 인간지사 새옹지마? 길은 막혔으나 등산하는 인파와 또 새해맞이 등산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그리운 남쪽 때문에 이 번주는 기필코 며칠이라도 남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 해남의 여관 앞 돈나무 아가도 가져오고, 혹시 새로 알게 된 후배네집 마당의 황칠나무 씨가 있으면 가져오고, 지난 해 채종에 실패한 모새나무씨도 확보해야할 것 같다.
하! 우리 산천님 약올리며 나는 울각시와 함께 따뜻한 남쪽으로 간다. 또 혹시 압니까? '꿈에 그리던 일을 하다보면 행운이 종종 따른다'는 소로우의 말처럼 멋진 만남과 뜻밖의 행운이 있을줄을!
첫댓글 눈을 떼지못하고 끝가지 즐겁게 읽었습니다. 님의 글솜씨는 항상 빠져들수밖에 없나봅니다.
고맙습니다.,겨울에는 농장일에 조금 여유가 있어 몇 줄 올리고 있습니다.
아게라텀과 동백에 눈이 가네요. 흔하게 봤던 동백과는 많이 다른게 보이고 꽃도 여린맛이 있어 더욱 이쁩니다.
애기동백 종류인데, 저희 집에 6종 정도 있으며, 모두 꽃이 아름답습니다. 아게라텀은 씨로 발아되는데, 씨가 익으면 3월경 공유할 예정입니다. 꽃잎님께 꼭 보내드리겠습니다.
애쓰신 만큼 보람이 있고 기왕이면 아주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횐님들께서 너무 많이 응원해주셔서 아주 잘되어가고 있습니다.
ㅎㅎㅎ 서어나무를 소사나무로 혼동한이가 여기도 있습니다 . 소사나무와 달리 서어나무는 분재소재로는 참 어려운나무랍니다 . 땅에 심어 잎과 단풍을 보는것은 좋은데 분에는 잘 안맞는것 같더이다.
그것참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던가 봅니다. 더 늙기 전에 어떻게 둘이 합쳐 보시죠.
푸르메님 조금만 더 가깝더라도 꼭 가보고 싶은데 거리가 너무 머네요
눈앞이 환해지는 단풍나무랑 제가 젤 좋아하는 여러 상록수랑(울집이 춥지만 않으면 남부활엽상록수는 다 심고 싶었었는데....) 그 속에서 행복해하시는 푸르메님이랑 다 뵙고 싶은데 맨날 뭘 하는지 시간이 안 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마다 풍족한 복이 더해지시길 바랍니다.
저는 대천에서 완도까지 보통 오전 9시경 출발하여 저녁때 돌아옵니다. 지금은 교통이 좋아 어지간하면 당일치기도 가능하고 대천에서 회원님들께서 방을 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호랑가시나무가 월동한다면 많은 아열대 식물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새해에 꼭 뵙도록 하죠
ㅎㅎ 우리 산천님하고 푸르메님글 읽다보면 저는 그~~냥 작아만 집니다! 각시님하고 좋은 여행길 다녀오세요~!ㅎㅎ
아주 즐거운 여행길인데, 각시가 무협지를 가지고 가는 바람에.... ㅎㅎ
장사가 잘되어 쩐을 많이 벌어야 더 멋진 수목원이 이루어질텐데, 한푼 보태주러 가야겠군요. ㅋㅋ 애기동백 꽃색이 좋습니다.
오시면 제가 많이 지도받을 부분이 있습니다. 고대합니다.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가족들이 한결같이 응원을 해주어 가능했습니다. 이제 고3올라가는 딸아이가 주말에 기숙사에서 나와 집에 왔는데, 함께 수선화를 심다가 쯔쯔가무시에 걸린 적도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좋아하죠..
글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꽃과 나무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비교적 가까운 편이니...언젠가 꼬옥 가서 한말씀 듣겠습니다!
대전분들은 비교적 많이 오시는 편입니다. 시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있습니다.
동백꽃에 자꾸 눈이 가네요. 기회가 되면 함 키워보고 싶네요>>
동백(까밀리아)에 비해 잎이 작아 애기동백(카잔쿠아?)이라고 해요, 색상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저도꽃집을 할 생각인데요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꽃은 제 인생에 철학이 되고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준 큰 스승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는 정말 행복한 분이라 생각됩니다. 힘은 들겠지만 항상 꽃과 나무와 함께 하시니 얼마나 행복 하실까요? 앞으로 좋은 일 더욱 많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농원하는게꿈이라,그전단게로 조그만화원을먼저시작해 공부겸해 해볼려합니다.경험담 시간나는데로 올려주세요.재밌게 잃겠읍니다...
너무 잘읽고 갑니다. 조만간 다육 하우스매장를 하려 합니다. 도움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