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고갯길, 권정생 글, 이지연 그림, 창비.
* "할머니이!"
꼬마 황소가 코를 벌름거리며 불렀습니다.
"인제 오냐? 무겁잖니?"
"아녜요. 할머니, 이것 꼭 탱크 같죠?"
꼬마 황소는 제가 끌고 온 리어카를 한 번 추슬러 뵈며 자랑 투로 말했습니다.
"에그 무서워라, 탱크가 다 뭐니? 그런 말 하면 못써요."
"헤헤, 할머니도. 나 지금이라도 이마에 태극기 붙여 주면 싸움터에 나가겠어요. 이 탱크 앞장세우고."
"글쎄, 그런 말 말래도. 잠자코 집으로 가는 거야. 싸움터 같은 게 다 뭐니. 우린 싱싱한 풀이 가득 찬 들판으로 가는 거야. 거기서 밭 갈고 씨 뿌리고, 그리고 거둬들이고......"
=>처음 장터에 따라 나선 꼬마 황소와 할머니 소와의 간단한 대화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싸움터에 나가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꼬마 황소의 생각은 아마도 열정이 넘치는 젊은 세대들의 의욕을 드러낸 것이라 이해된다. 반면 할머니 소의 대답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존재하지 않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