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학사를 살펴보면, 일단 고려시대까지의 문학사는 매우 성글고 남겨진 작품들 또한 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문학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를 비롯한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의 실정이라고 하겠다. 평생 향가와 고려가요 분야 연구에 매진했던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렇게 성글기만 한 문학적 상황으로 향가문학과 고려가요의 역사를 재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25수만이 전해지는 향가 작품들, 그것도 고려시대에 창작된 ‘보현시원가’ 11수를 제외하면 삼국시대에 전하는 작품은 <삼국유사>에 수록된 14수가 전부이다. 고려시대의 시가인 고려가요 역시 현재 전하는 작품이 20수 정도에 불과하고. 각각의 작품이 창작된 배경 또한 전하지 않아 이를 통해 문학사를 구성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고 하겠다.
이러한 자료 상황을 고려하면 온전한 문학사를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이지만, 저자는 시대적인 흐름을 고려하는 ‘뼈대 중심의 글쓰기에서 벗어나 텍스트마다 어느 정도의 작품론을 곁들여 실체를 좀더 뚜렷하게 부각시키는 방법론을 채택’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을 ‘종적인 연결이 거의 불가능한’ 향가와 고려가요의 문학사가 지닌 미흡함을 보충하기 위한 시도라고 강조한다. 실제 향가 혹은 고려가요라고 지칭하는 작품들이 하나의 갈래로 규정할 수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예컨대 현재의 대중가요가 트로트와 발라드는 물론 랩이나 힙합 등 다양한 갈래들을 포함하고 있듯이, 현전하는 향가 역시 당시에 향유되었던 다양한 갈래들을 아우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다만 각각 20여 수만이 남아있는 향가와 고려가요 작품들이 당시에 어떤 갈래로 향유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한 그 시대의 문화사를 온전히 재구할 수 없기에 그러한 시도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편의상 향가와 고려가요라는 명칭으로 마치 하나의 갈래인 것처럼 연구되어 왔을 뿐이다. 비록 자료가 지닌 한계가 뚜렷하다고 해도 다양한 기록에서 향가와 교려가요 작품들이 향유되었던 상황을 전하는 기록들이 전하고 있기에, 현재 전하는 작품들만으로 일단 역사적 흐름을 구성해보는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시론으로서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듯이, 이 책의 목차는 크게 1부의 ‘향가 문학사’와 2부의 ‘여요(속요) 문학사’로 구분되어 있다. ‘향가 문학사’는 작품이 수록된 <삼국유사>의 기록을 준거로 시대 구분을 하여, 작품의 설명과 시대적 성격 등을 논하고 있다. 여기에 고려시대에 창작된 균여의 <보현시원가>와 예종의 <도이장가> 등의 작품을 ‘고려의 향가’라는 항목으로 배치하여 소개하고 있다. ‘여요 문학사’의 경우 창작에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대적 흐름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저자는 <고려사>를 비롯한 몇 종의 문헌에 나타난 고려가요 관련 기록을 토대로 나름의 시대 구분을 시도하고, 개별 작품의 작품론과 향유 양상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저자의 이러한 시도가 나름의 의미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문학사’로서의 향가와 고려가요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