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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육아일기'를 원하는 딸의 요구 대신 선택한 딸과의 동반 세계여행 기록으로, '275일간의 세계 일주, 노마드 모녀여행'리는 부제를 달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공감하겠지만, 자식들이 성장하면 함께 자리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자신의 삶의 영역이 굳건하게 갖춰지기 때문이다. 때때로 부모와 자식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대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족에서는 ‘잔소리’로 인식하고, 다른 쪽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못한다는 서운함만이 남기가 쉽다.
그래서 엄마와 딸이 함께 떠난 장기간의 여행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궁금했다. 20대의 딸과 50대의 엄마가 떠나는 장기간의 여행,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애초에 1년을 계획하고 떠났지만, 그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약 9개월 동안의 여행만으로도 이미 모녀 사이의 관계가 충분히 깊어졌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여행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여행과 관련된 사진이 한 장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도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보았다. 성인이 되기 전 초등학생일 때 가족들이 외국에서 1년 동안 함께 살았던 경험이 있지만, 만약 다시 그런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그 때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1년 외국 살이를 끝내고 돌아오던 무렵, 만약 다음 기회에 또 외국에 가게 된다면 자신은 빠지겠다는 단호한 아들의 말도 새삼 떠올랐다. 물론 작년부터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앞으로는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이 된다. 그러한 시점에서, 이미 그것을 완수한 저자 모녀에 대한 부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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