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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 여성 작가로서 활발하게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영문학사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긴 작가가 바로 버지니아 울프이다. 남성중심의 문화가 지배했던 당시에 여성 작가로 활동하면서, 여성을 주체로 내세운 작품을 창작하여 문학사에서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던 작가였다. 저자가 남긴 작품들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재조명되면서, 후대의 연구자들에게 새롭게 평가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꼽히기도 하는데, 여성들을 자신의 작품에 전면적으로 제시하여 남성중심 문화에 대해 비판하고 여성의 주체 의식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하여 내려진 평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울프의 다양한 작품들에 나타난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은 후대의 작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소설은 작품의 전개에 있어 합리적이고 개연성이 있는 플롯을 중시하였지만, 울프의 작품에 나타난 면모는 작중 인물의 의식을 자유롭게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작품의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엮어나가기보다 등장인물의 의식과 행동을 자유롭게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개인의 심리와 내면세계의 면모를 형상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울프의 소설에 나타난 기법을 ‘의식의 흐름’이라고 명명하고, 등장인물의 생각과 의식이 끊임없이 연속된다는 점을 중시한 기술 방법을 지칭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작품을 그리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울프의 작품들이 왜 ‘의식의 흐름’이라고 설명되고 잇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일부 작품은 단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창작을 위한 메모라고 이해될 정도로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표제작인 ‘블루 & 그린’은 그린(Green)과 블루(Blue)에 대한 저자의 느낌과 생각을 간략하게 서술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에세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 수록된 다양한 표제들에서도 이러한 성격은 여실히 등장하고 있다. 책의 뒤편에 첨부한 ‘해설’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적 특징을 ‘장면 만들기의 마술사’라는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접하면서 그러한 평가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대학 4학년 때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하여 영문과 수업을 청강하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원서로 접했던 까마득한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이후 다시 접할 기회가 없어 그 내용도 가물가물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본드가의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표제의 작품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 작품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던 떠올랐다. 실제 이 글은 적절하게 변형되어 장편소설인 <델러웨이 부인>의 내용 중 일부로 녹아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여성들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있어, 이러한 서술 기법이 더 적절하다는 작가의 판단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된다.
특정 장면에 대한 집중적인 소개와 등장인물의 생각과 주변의 묘사에 치중하는 이러한 작법을 작가 스스로 ‘장면 만들기’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즉 ‘기승전결의 플롯이 있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대신 인상적인 장면을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이렇게 일컬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소설에서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익숙한 독자들에게 버지나아 울프의 작품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작가의 서술 기법과 특징적인 면모를 이해하기 위해서, 장편소설을 읽기 전에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는다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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