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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소설이 수록된 이 작품집은 '퀴어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퀴어는 성소수자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이성애자를 제외한 성적 취향을 지닌 이들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실상 '퀴어(queer)'라는 단어는 원래 '이상한' 혹은 '기묘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처음에는 동성애자들을 비하하고 모욕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말이다. 오히려 이 표현을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용어로 받아들여 정착시킴으로써, 이제는 보편적인 단어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퀴어 로맨스'를 표방한 이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청소년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사랑'을 조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 사랑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관념에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사랑만이 '정상'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모두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이제는 동성애와 관련된 담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를 '비정상'이라고 치부하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퀴어 로맨스’를 내세우고 있는 이들 작품들에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들의 사랑을 감추려는 인물들의 태도가 잘 드러나고 있다.
‘고-백-루-프’라는 제목의 박서련의 작품은 자신을 좋아하는 친구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해, 같은 날이 반복되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다. 동성 친구인 지현의 마음을 애써 무시하려는 현지가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D-day’로 설정해 풀어나가는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반복되는 그날의 ‘루프’가 풀린다는 설정이다. 이처럼 동성애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낯설게 느끼는 것은 두 번째 작품인 김현의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는 작품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동성 친구끼리 서로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조심스러워해야만 하는 관계가 설정되어 있다.
이종산의 ‘사랑보다 대단한 너’는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가 남자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가슴아프게 지켜보는 ‘나’가 등장한다. 김보라의 ‘하울링’은 한번 만난 상대에게 쓴 편지가 뒤늦게 전달되어, 그에 대한 답장이 함께 제시되는 것으로만 이뤄져있다. 학급 대항 농구대회를 소재로 동성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울의 ‘스틸 앤드 슛’에서도 역시 동성애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동성에 대한 야릇한 감정을 ‘나쁜 짓’이라는 제목으로 드러낸 정유한의 작품은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밖에도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와의 관계를 그린 전삼혜의 ‘솔로 플레이는 이제 그만’이나, 동성 친구와 조심스럽게 친해지는 과정을 그린 최진영의 ‘나의 미래’ 역시 같은 범주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르고 그래서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여 형성된 것이라고 본다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뿌리박힌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단어는 일상 언어로써 통용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모두의 행동과 감정이 다 ‘정상’이며, 나와는 그저 ‘다르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삶의 형태가 어떤 것이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어야 하며, 어떤 사랑이든 자신있고 당당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로맨스'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주제가 아니라 서술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작품들이었음을 고백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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