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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문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최근 심리학이 주목받는 것은 인간의 심리가 그만큼 복잡 미묘하고 간단히 규정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心理)'란 마음의 이치를 뜻하니, 만약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면 굳이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심리학의 거장들과 함께하는 마음 수업'이란 부제의 이 책에서는, 프로이트를 위시한 10명의 심리학자들의 이론과 주요 개념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심리학의 전개 과정에 맞추어 다양한 학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학자들마다 필요한 이론들을 개발하고 그에 맞춰 인간 심리의 분석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즉 비슷하게 보이는 증상도 사람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를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을 추적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불안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행동이 표출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내 마음에 낯선 사람이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면 그 낯선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10명의 심리학자들은 '우리 마음에 살고 있는 낯선 사람을 잘 설명해주는 이론을 만들고 실험을 진행했기 때문'에 선정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매 항목들에서 앞부분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당 학자의 이론을 통해서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아마도 이 책에서 소개한 사례와 유사하다고 느낀 독자가 있다면, 자신의 심리를 돌아보고 해결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심리학 이론들이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인지하게 되었다.
누구나 무심코 행한 행동이나 말 때문에 후회를 했던 기억은 있을 것이다. 평상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잘 컨트롤하다가도, 흥분하거나 돌발 상황에서는 의도치 않은 말이나 행동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심리 작용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인데, 저자는 그것을 일컬어 '내 마음에 낯선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저자가 임의로 선정한 10명의 심리학자들이 제기한 주요 이론들을 통해서, 인간 심리에 관한 다양한 문제들을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고 하겠다. 각각의 이론들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그에 적합한 사례들을 앞부분에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설명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는 민수'의 사례를 들어, 대인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통해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한다. 그래서 신체적인 결함도 없고 외형적으로는 전혀 문제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가 겪는 문제를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무의식'의 작용으로 설명했던 프로이트의 이론이 설득력이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현대 심리학의 출발을 프로이트로부터 찾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며, 저자는 각 이론들을 설명하면서 말미에 각각의 이론들이 전해주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았으나 독자적인 이론을 정립한 칼 융의 '집단 무의식'이나 '아니마/아니무스'라는 개념은 인간 심리의 복잡한 면모를 설명하는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나아가 '지금-여기에서 느끼는 행동 동기'를 뜻하는 '게슈탈트'라는 개념을 제기한 프리츠 칼츠의 이론, 동물 실험을 통하여 행동의 중요성을 간파한 프레데릭 스키너 등의 학설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밖에도 칼 로저스와 앨버트 앨리스, 마틴 셀리그만과 장 피아제 등 그동안 언뜻 이름만 알고 있던 심리학자들의 주요 이론들의 내용을 좀 더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쿠르트 레빈의 학설이나, 덜 손해 보기 위해서 '멍청한 선택'을 하는 인간 심리를 설명하는 대니얼 카너먼의 이론들도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삼았던 '내 안에 나도 모르는 내가 있다'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의 심리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늘상 상대방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와 함께 스스로의 상황을 냉철하게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따져야 한다는 것이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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