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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미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라는 부제가 첨부되어 있다. 저자는 '미술사는 현대인의 필수 교양이자 서양 사회에서는 중요한 공통 인식, 의사소통의 도구로 기능한다'고 논하면서 이 책의 저술 동기를 밝히고 있다. 아마도 저자가 접하는 이들이 대체로 기업체 경영자나 임원들에 집중되다 보니, 그들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주제가 주로 채택되었던 것을 환기하면서 이러한 성격의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따로 미술사에 관해서 대화를 나눌 상황이 자주 마련되는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나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모든 예술사가 그렇듯이, 서양 미술사는 서양의 역사와 그 궤적을 함께 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장점은 서양의 역사를 토대로 미술사의 성쇠가 어떻게 변해왔고, 그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정신사는 그리스 신화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이 책의 1부는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로부터 기독교가 서양문화에 정착하는 과정의 미술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중심의 세계관은 어떻게 탄생했을까?'라는 제목을 통해서, 서양 미술사 초기의 특징과 변화를 조망하고 있다. 서양의 중세는 흔히 종교와 권력의 결탁으로 인해 예술에서는 암흑기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특히 이 시기의 종교미술이 지닌 특색을 조명하고 있다.
'문예부흥'이라고 번역되는 14세기의 르네상스는 미술사에서도 새로운 기풍을 불러일으틴 시기로 평가되고 있다. 2부의 '회화에 나타난 유렵 도시의 경제발전'이라는 제목이 이 시기 미술의 특징을 요약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리스와 로마를 기원으로 하는 이탈리아 미술이 서양 예술의 본류에 해당한다면, 점차 유럽의 북쪽으로 이동하는 문화의 기운이 프랑스에서 꽃을 피웠다고 논의되고 있다. 여기에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하는 북유럽으로까지 기운이 확장되었고, 이탈리안 반도의 북쪽에 자리 잡은 베네치아는 교역이 활발한 도시로 당대 예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종교개혁으로 인해 중세의 종교미술과는 다른 새로운 종교미술이 '반종교개혁'의 이름으로 싹트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가 미술 대국으로 올라서다'라는 3부에서는 17세기 이후 서양 예술의 중심으로 각광을 받은 프랑스 미술을 정치적 격변과 함께 결부시켜 조명하고 있다. 절대왕정의 몰락과 프랑스 혁명, 그리고 나폴레옹의 등장 등 프랑스의 정치사와 미술사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절대왕정의 위상을 대변하는 ‘프랑스 고전주의의 성립과 그에 기반하여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태양왕 이라 불리던 루이 14세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온화한 기풍의 ’로코코‘ 예술의 등장, 그리고 ’황제 나폴레옹‘의 선전수단으로 활용되었던 ’신고전주의‘와 이에 대한 반동으로 표출된 ’낭만주의‘ 등의 예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미술사의 흐름을 '근대 사회는 어떻게 문화를 변화시켰을까?'라는 제목을 통해서 다루고 있다. 프랑스 중심의 예술사가 높이 평가를 받던 시대, '문화 후진국'으로서의 영국은 뒤늦게 예술에 대한 관심을 카우면서 대륙과는 다른 경향의 흐름을 드러내고 잇다고 파악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출발한 인상주의 미술은 당대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현대 미술의 장에서 오히려 인기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20세기를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형성된 미국이 예술사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세하게 되는 저간의 흐름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비록 개괄적으로 서양미술사를 정리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서양의 역사는 물론 미술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왔고 서로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조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이 저자가 추구한 '상식으로서의 서양미술사'라는 취지에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앞으로 서양 미술사에서 거론되는 작품들을 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책의 관점이 나의 미술에 대한 상식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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