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시장 정류장에서
목이 콱 잠겨 말을 할 때마다
핏대를 올리고 악다구니를 써야 하는
올해 여든한 살 잡수신 할머니를
순천 역전시장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하늘이 우중충하여 큰 기대는 접었지만
올해 마지막 낙조를 보기 위해
와온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내가 올해 여든한 살인디 말이요
서른 몇 살 때부터 목이 이렇게 됬제라
나랑 밭에서 일을 같이 한 남자가
어찌나 일을 야무지게 열심히 잘하든지
쉬지도 않고 물도 안 마시고 일을 하는데
나도 물도 안 마시고 죽자살자 따라 하다가
목이 콱 메더니 이렇게 되어 뿌럿소
언제부터 목이 그렇게 되셨냐고 여쭈니
자초지종을 말씀해주신 것인데
아니 어떻게 한번 그런 일이 있었다고
오십 년 넘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병원에서는 뭐라 하더냐고
평생을 얼마나 불편하게 살았겠냐고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에
할머니가 기다리던 52번 버스가 도착했다
할머니 짐을 받아 안아 버스 안에 넣어드리고
의자로 돌아와 와온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전기선이 깔린 의자라 엉덩이가 따뜻했다
내 엉덩이가 따뜻했다면
할머니 엉덩이도 따뜻했겠다
(작년 겨울 와온에서 찍은 사진이다.)
첫댓글 야무지게 일 열심히 한 그 남자가 잘못 했네요^^
재밋게 읽었어요... 어디 보자 또 어떤 시를 새끼 칠지 ㅋㅋ
서로 닳아간다는데... 좋은 것만 닳아 가야 하는데
가끔 보면 끼리 끼리라고 친구가 잘못 하면 냉철하게 지적해야 하느데
되려 친구 편드는 끼리들 보면.. 아팠던 생각이 나네요^^
네 엉덩이도 따뜻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