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익을 동안 나눠 잊을까요 유 수 연 슬픔이 바나나보다 빨리 익는다 두면 먹겠다 싶었는데 한 개는 끝내 검게 변했다 생긴 건 저래도 맛은 있단 걸 잘 알지만 보기 좋은 슬픔이 울기도 좋은 걸 누가 모르나 손도 대기 싫어지고 한 겹 까기 전에 으깨진다 이거 갈아 먹으면 맛있어 믹서에 집어넣고 꿀을 한 바퀴 돌린다 같은 거라도 다르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다르게 만드는 재주로 슬픔도 요리할 수 있겠니 컵에는 삼키기 힘들게 걸죽해진 것이 담기고 먹는 건 나의 일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잘 먹고 그다음 잘 살고가 여태 어렵다 갈고 으깨고 때론 무언가 한 바퀴 돌려 뿌리면 못 살고 못 먹을 슬픔도 없지 않을까 상하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사람은 그런 거라고 말하는 너의 얼굴에 톡, 톡 검버섯 많아지는 걸 보며 당신이 두고 잊은 세월을 내가 반만 나눠 익고 싶었다 |
첫댓글 장은 묵은 것이 좋다고 하지만
사람은 묵을 수록 보기 안타깝고 측은하고 불쌍해 집니다
백세시대는 너무 무섭고 초라하고
오래 사는게 죄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