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 무렵 배 창 환 하루해 노그라진 몸 뉘려고 욱은 잔솔밭에 둥지 튼 마을 집으로 오는 길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하늘땅 어디라 할 것 없이 한 폭으로 거창하게 펴놓은 애저녁 놀빛 때문에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불타오르는 건 아마도 처음부터 붉은빛에 속하는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의 그윽한 눈빛 같은 꽃 한 덩이, 순식간에 사방팔방 꽃보라로 흩어져 모두 제자리 하나씩을 차지해 가던 참이었습니다. 나는 문득,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흘릴 뻔하다가, 한참 전 언젠가의 바로 오늘, 저 놀 앞에서 잊어버렸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내 죽음도 저런 것이었으면, 내 삶도 저런 것이었으면… 남을 것은 남고 바쁜 것들은 또 제 길을 찾아 서둘러 떠나도록 홀로 남아 바라보는, 미루나무 몇 그루 있는 그 길이 점점 비어서 아득해지는, 저물 무렵. |
첫댓글 노을이라는 말은 참 아름다운데
언제 부터인가 노을이라는 그림도 서쪽으로 피어오르는 붉은 하늘을 보면
사그라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노을빛이 싫어졌습니다
왜 싫으냐고 묻지는 마세요 ㅎ
하루를 마무리하는 땅거미 지는 시간이 너무 싫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