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내게 아빠는 너무나 위대해 보이고 또 가끔은 어려운 존재였다.
너무나 바쁘고 활동적이셨던 아빠...
정말 오지랍 넓게 남들에게 잘하고 모든일에 의욕적이셨다.
지방 일간지라도 내시겠다고 정말 꿈에 부푸셔서 이런 저런 일을 진행중에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라고 시작된 이상증후군...
첨엔 스트레스에 의한 단순한 뭔가로만 생각했었다.
벌려놓은 일도 일단 접고 .. 서울의 종합병원들을 전전했다.
그러는 동안 이상한 증상들!!!
딸네 집에 놀러와서도 유비 쿼터스~~어쩌고..떠드는 딸네 아파트 1층 현관에서
1702호 라는 숫자버튼도 못 눌러 그저 다른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갈때 까지
머뭇거리다 그 틈에 얼른 뛰어 들어오시고...
안절부절 한참을 앉아있지도 못하고 서성이시고 가끔 뭔가를 물어보기라고
하면 중얼중얼 입 안에 맴도는 목소리로 알수 없는 이야기를 해대시는 아빠...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이 좌절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알츠하이머란 병명을 찾기까지도 1년이란 시간을 허비했고...
왜..하필..우리집에...아니 왜 우리 아빠에게...라며 늘 가슴을 죄어오던 울화감...
사실...아빠를 참 많이도 원망했다.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제발 좀 정신차리라고...."
이제 좀 안정적으로 노년을 즐기시면서 뒷동산의 바위처럼 자식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셔야하는데...
옆에 있던 엄마가 없어졌다고 전화를 하시고, 혼자 나가 길을 잃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시고 ,
결국엔 길을 잃고 만 하루를 어떻게 보내다 오신건지...다리가 다 부르트고 식사도 못하시고 기력을 잃고 돌아오시기까지 하시니....
왜..하필 다른 병 다 놔 두고 치매일까?
차라리 몸의 어디가 아프거나 이상한건 수술이라도 하지...
정말 모든것이 원망..아니 절망스러웠다.
처음에 요양원에 아빠를 모실때...엄마와 난 너무 맘이 아파 엉엉 울었었다.
그러나, 난 내 이기적인 모습도 보았다.
조금은 마음이 안심이 되고 왠지 여유가 생기는 듯한 기분....
좋은 곳에서 좋은 분들의 사랑을 잘 받으신다는 그런 마음으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며칠전...요양원에서 아빠가 너무 마르셔서 병원에 검사 간다는 연락도 받았었다.
치매환자의 대부분이 그렇듯...씹지 않고 삼킨 음식물로 인해 위궤양이 왔단다.
간에 작은 물혹도 발견되었다는데...
그저 월요일날 검사 결과가 좋기만 두 손 모아 빈다.
오늘은 아빠를 만나러 요양원에 갔다.
"많이 아팠어" 작은 목소리로 아빠가 나를 보자 혼자 말처럼 말씀하신다.
치매란 병은 아직 고통에 대한 감각은 살아있다고 어느 책에서 본 것같은데...
저 마른 체구에 며칠째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토하시고 설사만 하셨다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체면 생각하시고 자존심 강하시고 남에게 아쉬운 말 한 마디 못하시던 아빠가 오늘도.....
우릴 보고 하염없이 눈물흘리신다.
이젠 면회간가족들과 나를 알아보시기나 하신건지...
내가 첫 아이 낳았을때 너무 좋아하시면서 몸조리하러 친정에 있는 내내
매일 밤잠 없는 아이를 나 대신 안고 짜증한 번 없이 밤을 새워
"자장~~자장~~" 노래를 부르시면서 재워주시던 아빠가 이젠
내가 낳은 둘째는 물론이고 그 예뻐하던 첫 손주도 못 알아보신다.
얼마전부터 아빠는 옷에 오줌싸고 똥도 싸는지 기저귀까지 차게 되셨다.
정말 이런 모습까진 아닐꺼라 생각했는데...ㅠㅠ
아니 이런 모습..언제간 보게 되더라도 천천히~~아주 천천히 ~~~오게 될 줄 알았는데....
이젠 식사하는 법까지 많이 잊으신듯 ..혼자 하려하지 않으신다.
겨우 3숟가락 드시곤 "못 먹겠다" 하신다.
불과 3-4달전 아빠의 모습과는 또 많이 달라져 버린 아빠의 모습과 치매 현상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치매로 정말...
마음의 준비없이 내 어릴적 기억속의 아빠를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정말 한달이 다르고 아니 일주일이 다르다.
앉아계시기도 힘드신지...병실로 올라가시고 싶다며 일어서는 아빠의 두 다리를 보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엄마와 난 .... 왈칵 눈물이 나왔다.
쓸쓸한 병실에서 외롭게 누워계실 우리 아빠.. 문득 너무 서럽고...
앙상한 팔다리도 너무 서럽고
횡설수설하며 엉거주춤 서있던 아버지가 너무도 불쌍해서...
담엔 어떤 증상들이 새롭게 나타날지 무서워서..
이렇게 빨리 치매현상들이 진행되면
우리와 함께 할 시간마저 너무 짧아지진 않을련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이 새벽까지 컴 앞에 앉아 대성통곡 했다.
언젠가부터 원망보다는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아빠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아빠가 원하던 인생이 아니다.
딸인 내 마음이 이러한데...
텅빈 집 ... 아빠의 흔적들이 너무나 선명한 집에서 ...
엄마도 가끔 나처럼 울고 있는건 아닌지..
오늘 면회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가 많이 맘 아파하셨다.
옆에서 돌봐줘야하는건 아닌지...
난 얘기했다.
우리 가족중엔 치매 환자 하나지만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 많이 경험하셨을테니 우리보다 훨씬 잘해주실꺼라고...
처음...요양원에 아빠를 보냈을때 주변의 친지들과 어른들 모두
엄마와 우리 자식들이 못된 짓을 하는듯 얘기했었다.
하지만...누구나 알아야한다.
내 부모..아니 내 자신도... 치매에게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그리고 치매 환자의 가족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의 아픔들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음....오늘도 너무나 감사한 건 아직 아빠가 내 곁에 있다는 것!!!
만날 수 있고 사랑한단 말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치매에 걸리신 아빠가
무슨 낙으로 사실까? 무슨 생각을 하실까?
뭐...이런것 보다 난 ... 그저........ 아빠가 살아계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
첫댓글 튼튼님.... 어제 정말 많이 마음이 아프셨지요?.... 제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바로 그런 순간입니다. 제가 목사이면서도 이 땅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더이상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어제 엄마와 두분이 정말 뜨거운 눈물로 펑펑 우실 때...제 가슴도 찢어질듯 아팠습니다.... 사실, 아버님의 경우는 우리 요양원에서 가장 심한 치매의 경우이기도 하고 가장 급속도록 나빠지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오할머님과 아버님의 경우가 사실 제일 힘든 경우였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안계시고 온 종일 왔다갔다 하시고... 그래도 오할머님은 말씀이라도 알아 들으시지만 아버님의 경우는 상대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 듣지 못하신다는 것입니다. ... 그러니.. 직원들이나 봉사하는 분들이 정말 얼마나 어려운지... 거의 한 사람은 온 종일 옆에서 아버님을 지켜야만 하지요. 이쪽 저쪽 다니시기만 하신다면 별 문제가 없는데 눈에 보이는 것마다 모두 손에 움켜 잡고 화장실 등에 가져다 놓고 감추어 놓습니다... 정말 치매 환자로서는 너무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래도 처음보다 좋아지셨다면 밤에는 잠을 좀 주무신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튼튼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경우를 통해 또 한번의 사례를 경험 중이고 치매 환우들을 대하는 또 한번의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이상스럽게도 가족들이 가신 후 남은
음식을 4층에서 다 드셨고 제가 오후 5시경 어르신들 드시라고 강정과 과자를 가지고 올라 갔는데 소파에 앉으셔서 아버님도 맛있게 잘 드시더군요 ^^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님의 말씀처럼 그저 살아 계시고 원하면 아직 만날 수 있는 아빠가 계신 것으로도 많이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위궤양 약을 드시고 계시니 금방 좋아지실 것이고 다음에 면회 오실 때는 좀더 살이 붙고 건강해지신 아버님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아버님도 아버님이시지만 어머님도 많이 위로해 드리세요....
후우~~정말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그래도...튼튼님, 님의 말씀처럼 아직 아빠라 부를수 있고, 사랑한다 말할 수있고, 또 안아드리면서 아빠의 체온을 느낄수 있음에 감사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저희들도 기도하겠습니다...
님의 글을 잃으니 저도 맘이 저려옵니다...
네...브니엘 많은 분들이 항상 잘 해 주시고 사랑으로 돌봐 주시리라 생각하며...매일 매일 ..문득 문득...떠오르는 아빠생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원장님....염치없지만 아빠 잘 부탁드립니다.
"생로병사 " 어느 누군도 장담 할 수 없는 병마. 내일의 내 모습은 아닐런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음을 ~~~~~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살아갑시다. 튼튼님 가족과 브니엘 요양원 모든 가족 여러분 힘내십시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힘내세요...... 저희어머니는 당뇨세요... 당뇨또한 고칠수 없는 병이에요...그리고 할머니도 요즘 님이 처음에 느끼셨던.... 그런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정말 눈물이 납니다...힘내세요...
튼튼님...글읽으면서 울컥울컥...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정말 님의 말씀대로 아버님이 살아계신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며 축복입니다. 저는 5년전에 정말 건강하시던 아빠가 혈압으로 하룻밤 갑자기 돌아가셔서 맘에서 아빠를 떠나보내는데 1년이상이 걸렸습니다. 말씀대로 아버지란 위치는 바위처럼 우리가 기댈수있는 커다란 축복인데...맘이 많이 힘드시겠어요. 님 글읽으면서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린 아빠의 빈자리를 눈물로 달래며 시골 큰집에 지금도 혼자계시는 울엄마 생각에 또 눈물이 납니다. 브니엘 요양원에 계신 모든 어르신과 박진하목사님...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건강과 하나님의 축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튼튼님....정말 정말 기운내셔서 집에계신 엄마께도 위로를 해드리세요. 울엄마는 혼자계시다가 지난 1월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는데 하루도빠짐없이 새벽예배나가시다 안나가니까 목사님이 전화하셔서 발견하여 조기치료후 너무도 감사하게 지금은 건강을 되찾으셔서 일상으로 돌아오셨습니다. 나이를 먹는것도 서러운데 병마까지 찾아오면 본인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곁에서 최선을 다하지못한 죄책감으로 인해 가족들도 너무나 힘들더라고요. 울엄마를 기적적으로 치유해주신 하나님께서 튼튼님의 아버님과 브니엘의 모든가족들....축복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