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봄날은 간다>
[겨레문화와 시마을 189]
봄날은 간다
- 김윤아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 2001년 개봉된 유지태ㆍ이영애 주연,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 포스터
유지태ㆍ이영애 주연,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가 지난 2001년 개봉됐었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순박하기 짝이 없는 남자주인공의 순애보 같은 사랑 이야기. 이 영화가 개봉된 뒤 ‘라면 먹고 갈래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가 유행어로 등극하기도 했었다. 영화가 펼쳐지는 내내 깔끔한 카메라 기법으로 사랑의 상처와 치유에 대한 담론을 끄집어내는 데에 성공하였다는 평가받았다.
이 영화에 삽입된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노래는 남에게 곡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손에 꼽힐 만큼 적은 자작가수 김윤아가 남의 노래를 받아서 부른 정말 흔치 않은 경우였다. 일본 마츠토야 유미가 작곡했고, 김윤아가 작사한 노래로 여기서 김윤아는 담담하게 하지만, 애절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눈을 감으면 문득 / 그리운 날의 기억 /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 그건 아마 사람도 / 피고 지는 꽃처럼 /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라고 애달파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 예전 봄날에 남겼을 아련한 추억쯤은 하나쯤 있을 것이고, 그 가슴 저 뒤편에 아직도 봄만 되면 스멀스멀 그것이 살아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우리 전통음악 가운데 단가의 <사철가>에도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라고 ‘봄이 왔지만 세상사 쓸쓸하다’라는 사설도 나온다.그러나 사철가에서는 ‘춘래불사춘’ 곧 봄이 왔어도 봄 같지 않은 심증에서 끝나지 않는다. “봄아, 갈려거든 가거라”라고 놓아준다. 그러면서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綠楊芳草) 승화시(勝花時)라” 곧, 우거진 나무그늘과 싱그러운 풀이 꽃보다 나을 때가 온다고 외친다. 우리는 봄날이 간다면서 애달파하기보다는 곧 우거진 나무그늘과 싱그러운 풀이 우리에겐 다가온다는 희망으로 살아야 함을 <사철가>는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