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24시는 밤 12시에 방영이 된다
너무 늦은 밤에 방영이라서 거의 보질 못한다
지난 주에 밤 잠이 오질 않아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쿠루존씨 병을 앓고 있는 혜인네 네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그 방송을 보고 내가 어느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
나는 남자지만 눈물이 좀 많은 편이다
TV에서 소년, 소녀 가장 이야기나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수십년 만에 부모를 만나는 이야기나
아침마당에서 헤어졌던 가족들이 만나는 모습이나
병원 24시 프로그램에서 고통 받는 환우들의 다큐나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들을 볼 때
많은 눈물을 흘린다
또한 나와같은 복음을 깨닫지 못한채로
쓸쓸히 병든채로, 노환으로 돌아가시는
우리 요양원의 환우들의 죽음을 볼 때 눈물을 흘린다
몇일전,
늦은밤 거실에서 혼자 시청했던 병원 24시에는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의 작은 마을에
크루존씨 병이라는 선천성 안면 기형을 가지고 있는
엄마 기선씨와 삼남매의 이야기가 방영되었다.
얼굴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해 툭 튀어나온 눈이 꼭 닮은 네 식구
마치 외계인들을 보는 듯한 얼굴의 모습,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무더운 여름에도 가족들은
집안에만 꼭꼭 숨어 재내는 가족들 이야기였다
더욱이 술버릇이 심한 남편과는 이혼하고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반지하 방에서 근근히
연명하면서도 하나님을 섬기며 밝게 살아가는 가족이었다
그런데 아홉살된 그 첫째 딸 혜인이가 하는 말 중
자신의 가장 큰 소원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얼굴이 흉칙하여 놀아주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낮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느라 고생이고
밤엔 얼굴 뼈의 기형으로 인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심한 코골이와 함께 큰 눈이 감기질 않아 반쯤 눈을 뜨고
잘 수 밖에 없는 아이들......
그리고 그 혜인이 엄마가 하는 말에
자신이 그런 기형 얼굴이라서 하나님께 기도하기를
제발 딸들은 멀쩡한 아빠를 닮게 해 달라고 했는데
하나도 아니고 셋 모두가 자신을 닮아 나왔다고 하면서
응답되지 않은 기도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혜인이는 자신의 그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리
어른스러운지...
수술실에 들어가기전 머리를 미는 장면에서
조금도 어두운 표정을 짓지 않고 오히려
밝은 모습으로 엄마를 위로하고
수술 직후 그 아픈 통증속에서도 엄마에게 의젖한
모습을 잃지 않는 그 어린 아홉살 짜리 여아....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혼자 흐느껴 많이도 울었다
안방에 잠 든 아내와 딸이 깰까봐서 소리를 내진 못했지만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을 닮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에도 불구하고.....
그런 운명적 삶을 사는 그 여인의 삶에 참으로 동정이 갔다
그리고 엊그제 나는 그 혜인이 엄마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전화 통화를 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첫째 딸 혜인이는 수술을 받고
아직 연세세브란스 병원에 있었다
위로해 주고 용기를 주고 아직 대화가 불가능한 혜인이에게
너무 밝게 사는 혜인이가 자랑스럽다고 전해 달라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조만간 찾아 가서 뵙겠노라고....
그리고 이번주 나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그들을 만나러 간다
적은 정성이나마 우리 딸 아이의 수족 장애 수술을 위해
조금 모아 놓은 돈의 일부를 떼어 전해 주려고 한다.
나의 물질적 도움이 그 가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물질보다는 따뜻한 예수님의 마음을 전해 주려고 한다
혜인이의 손을 잡고 우리 딸과 비록 나이차가 있지만
친구를 삼아주고 간절히 기도해 주고 오려고 한다.
오늘 나는 그 혜인이를 만날 마음에 들떠있다.
---------------------------------------------------------
그리고 어제 나는 아내와 은별이를 데리고
연세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혜인네 가족을 만나고 돌아왔다
9살난 혜인이, 5살난 혜림이, 11개월된 용빈이..
그리고 엄마 모두가 다 안면기형을 가지고 있다.
혜림이는 친척집에 맡겨 두고
수술 한달이 다 되어 회복중인 혜인이와
폐렴을 앓고 있는 용빈이 그리고 그 엄마를 만났다
혜인이는 수술 하기 전에 비해 정말 놀라울만큼 달라져 있었다
완전 정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의술의 경이를 찬탄할 만큼 정말 너무도 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직은 한달 반 정도를 더 끼고 살아야 하는 기계가
너무 답답하고 거추장스럽게 보였지만,
혜인이는 얼굴이 정상이 되고 친구가 생긴다는 희망에
전혀 귀찮아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참으로 밝고 밝은 얼굴이었다
우리가 막 입원실에 들어 섰을 때 용빈이는 자고 있었는데
TV에서 본 것처럼 거의 눈을 뜬채로 코를 심하게 굴면서 자고 있었다
정말 잠자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우리 은별이는 본래 수줍움이 많아 처음 보는 사람을 사귀려면
몇일씩 가야하는데
신기하게도 혜인이와 용빈이와는 너무 금방 친구가 되어
웃고 노는 모습에 하나님이 은별이와 혜인이, 용빈이를 영원하
친구로 삼아 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다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고 성경 말씀을 읽어주고
간절히 기도해 주고 우리 가족의 사랑이 가득담긴
정성을 혜인이 엄마에게 전달하고 입원실을 나설 때의
그 기쁨은 이루말 할 수 없었다.
남을 돕고도 우리가 받는 그 형언하기 어려운 무한한 기쁨!
우리 은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의 장애 정도는 정말
내가 우리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살아야 할
너무도 작은 장애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혜인이를 만난 것에 아내도 너무 고마워하고 감격해 했다.
병실에 막 들어 갔을 때 혜인이는 점심 식사 중이었다
아직 밥을 씹지 못하지만,
우물우물거려 간신히 넘긴다고 했다
용빈이는 유모차에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
너무도 힘겹게 코를 굴면서 자고 있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혀과 자꾸 말려 들어가 자칫하면 숨이 막혀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이 혀를 곧 꼬메어 고정시킨다고 하였다
용빈이는 '사람의 리퀘스트'의 도움으로 일찌기
일찌기 수술을 한차례 받은 것이 이나마 이만큼
얼굴이 보기 좋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아내가 용빈이의 잠자는 모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36시간에 걸친 대수술 이후
혜인이는 건강하게 회복되고 있었는데
한가지 너무 큰 수술 후유증으로 한 쪽 눈동자가 자꾸 제 마음데로
돌아가는 바람에 이렇게 엄마가 자주 시선 고정 훈련을 하고 있었다
정말 수술 전과는 놀랄만할만큼 눈이 작아진 혜인이....
우리가 보기엔 아직도 크지만
혜인이는 이제는 외계인처럼 보이지 않아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혜인이가 은별이에게 다가서면서 말을 걸고 있다
은별이는 금새 혜인이와 친해져서 웃고 놀았다
용빈이가 잠에서 깨어 낯선 우리 가족들을 열심히 둘러 보았다
우리 은별이가 천성적으로 정이 많은 나를 닮은 것이 분명하다
정말 처음 만난 사람은 절대로 아기든, 어른이든 다가서질 않는데
용빈이가 잠에서 깨어나자 마자 이렇게 달려 들어
뽀뽀를 해주고 ... 더욱 놀라운 것은
용빈이가 아픈 것을 눈치채고 몇번이고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리면서 두둘겨 주었다....
첫댓글 목사님 나도 이 가족 얘기를 보았었는데......정말 안됐더라구요. 좋은일 하고 오셨네요. 그들에게 많은 힘이 되었을꺼에요.
정말 감동 입니다. 훌륭하시고 존경합니다..
하나님 부디 저 어린 아이에게 당신의 따뜻한 손길로 병마와 싸워 이기도록하소서. 사랑합니다. 당신이 주신 그 무엇도 사랑아닌 것이 없으니.....영원토록 저 가정이 복을 받게 하소서.
여러분의 아름다운 마음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