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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녀가 왔다. 그것도 다방 한 구석 가장 어두운 자리.
내가 '아가야'라고 부르는 다방 직원 아가씨들 중 하나가 쟁반을 들고 그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엽차 잔을 내려놓으면서 뭘로 드시겠느냐 물으면 늘 그랬듯이 커피.
그녀가 들어올 때 흐르고 있던 음악이 두 세 곡 끝나갈 때 쯤이면 내가 앉아있는 뮤직박스 안으로 두 번을 길게 접은 메모지가 들어온다. 물론 그녀가 아닌 다방 여직원에 의해. 무심히 펼쳐보면 늘 같은 내용의 영문 한 줄. Skylark - Wildflower.
음악실 안에서 맡겨진 시간을 보내던 나는 신청음악 메모지를 보고 나서야 그녀가 홀에 앉아있음을 깨닫곤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유리로 된 박스 밖을 내다보면 저 쪽 구석에 늘 같은 모습으로 혼자 앉아있는 그녀가 보인다.
평범한 스웨터와 블루진 차림에 누구와 같이 들어온 적 없이 혼자 앉았다가 나가는 사람이라 그런지 다소 특이한 느낌의 손님이었던 그녀는 늘 혼자였다. 언제나 혼자 다방에 들어왔고, 혼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잔을 비웠고, 또 혼자 일어나 홀연히 다방을 나갔다. 나는 그녀가 다방을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녀가 밀고 나간 양방향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며 출렁대는 모습을 본 적은 있어도.
3천 장이 넘는 LP 레코드판을 등지고 앉아 메모지에 적힌 신청곡 순서에 따라 무심하게 레코드판을 바꾸고 있는 나. 기타 자판을 보지 않고도 손가락 운지를 이동하듯 신청음악 제목만 보고 등 뒤에 있는 레코드 꽂이에 손을 뻗으면 손가락 두 개가 닿는 그 범위 안에 필요한 음반이 있었다. 내 타임 앞의 DJ 녀석이 약속시간에 늦었다며 아무 데나 막 꽂아두고 가는 날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이전엔 몰랐던 이 노래를 그녀 때문에 알게 되었고, 그녀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고, 또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청한 음악이 끝나 다른 음악을 내보내고 난 후 몸을 기울여 턴테이블의 바늘을 다른 레코드 트랙에 맞춘 다음 다시 자세를 고쳐앉고 음악실 밖을 내다보면 이상하게도 그녀가 앉았던 자리는 항상 비어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뎅그러니 남아있는 빈 찻잔만... 마치 유령이 앉았다 홀연히 사라지듯.
나는 그녀가 다방을 나가기 전, 나이가 들어 몸에 제법 살집이 오른 마담언니가 이따금 손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고 앉아있는 카운터에 들러 커피값을 계산하는 뒷모습도 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 단 한 번도.
주인 형수랑 잘 아는 단골도 아니니 외상은 아닐테고... 그렇다면 주문한 커피가 도착하면 돈을 먼저 지불하는 선불이겠지. 이따금 그녀는 난해한 내용이 담긴 짧은 글을 신청곡 아래 적어두기도 했다.
아픔은 산이 되어 가라앉고
허망한 것들의 그림자를 닦고 닦아내어
흐르는 물굽이에 귀를 뉘인다
나만의 노래와
나만의 눈물과
나만의 슬픔을 위해...
휴... 괜한 사람까지 머리 복잡해지게 만드는 이런 글은 또 뭐지? 하지만 글의 의미는 두 다리가 푹푹 빠져드는 극한 슬픔의 늪이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고독의 귓가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른다. 그녀에게 이런 심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상대가 아무도 없었는지. 아니면 있다가 없어졌는지. 그래서 한 번도 이야기를 나눈 적 없는 뮤직박스 안의 모르는 남자에게 독백처럼 의미도 없는 마음의 낙서를 보냈는지.
하지만 이 글을 보는 순간 어쩌면 그녀는 사람들이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한 그 무엇이 인간 내면을 짙게 드리우고 있는 슬픔의 정수리를 응시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이후의 일이지만, 가수 이소라가 부른 blue sky(in april)의 작사자가 이소라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아파하는 사람들이 지닌 내면의 상실감을 절실하게 이해하는 내용 그 하나로 그녀의 문학적 감성에 큰 존경심을 가졌던 것처럼.
그녀는 늘 다방 구석진 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어깨까지 늘어진 생머리에, 앞머리가 이마를 가리고 있어 그림자가 드리운 얼굴은 더욱 알아볼 수 없었다.
어쩌다 딱 한 번, 자신이 신청했던 음악이 끝나도 자리에 앉아있는 날이 있었다. 나는 눈길 한 번 마주쳐본 적이 없는 그녀의 모습이 궁금해 그 옆을 지나가는 척 하면서 얼굴을 슬쩍 훔쳐보고 싶은 마음도 스쳤지만 왠지 그런 의도적 행동을 그녀에게 들킬 것만 같았고,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나의 태생적 낯가림에 미루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이었기에 이내 마음을 접었다.
여자의 얼굴이, 아니 피부의 두께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사람의 얼굴이 뭐 그리 중요하던가.
그 후로도 그녀는 날이 어두워지는 저녁시간이 되면 2~3일에 한 번 꼴로 다방에 들어와 커피를 앞에 두고 음악을 청했다.
Skylark - Wildflower
그런데 그 날은 흔치 않게도 신청음악 제목을 적은 글 아래 깨알처럼 볼펜으로 쓰여진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는
아무도 없다
검은 개천 위에 달빛이 몰락하는 돌다리 위에
이 이상스럽도록 아름다운
하이얀 입김 서린 집 속엔
아무도 없다
캄캄하고
달 속을 둔주하는 은전(銀錢)에 짓눌려
뒤틀리는 사지의 낡은 꿈속은 캄캄하고
푸르게 물드는
뇌(腦)속에서 죽어가는 나의
나로부터 길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그녀의 글이 아닌 김지하의 詩라는 사실을 시간이 한참 지난 나중에야 알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같은 살벌한(?) 민중시나 쓰던 김지하가 이런 글도 쓰는구나.
삶의 중심이 깊은 괴로움으로 갈피를 잡지 못해 흔들리는 글을 곁에 두고 한 곡의 음악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그녀의 정체가 다소 궁금하긴 했지만 얼굴에, 옷걸이에, 키에, 말주변에, 홀쭉한 지갑에, 뭐 하나 자신있는 것이라곤 없었던 가난했던 청춘이었기에 그저 음악에 마음을 실어 무심한 시간만 흘러보내던 시절이었다.
"이 근처 서울대 다니고 있어요. 이름은 임○○이구요. 제 이름과 똑같은 다방이라 자주 오는 건 아니구요."
묘하게도 그녀의 이름과 내가 있는 다방의 상호가 같았다.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과 마주한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딱히 할 말도 없었지만.
어디 사느냐. 나이는 어떻게 되고 취미는 무엇이며 기호음식과 선호하는 이성 스타일은 어떻게 되더냐고? 그런 뻔한 질문은 아연하리만치 통속적이다. 마치 비 오는 길을 지나다 빗물에 젖어 불어터진 라면박스가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오가는 사람들 발에 밟히고 있는 풍경처럼. 이 순간 차라리 아무 말 없는 눈빛만으로도 무게감 없는 천 마디의 말보다 더 깊은 공감과 설득력을 가질테니.
평온치 못 했던 성장과정의 난해함으로 인해 이상하리만치 심리적 열등감이 많았던 나는 이성이라는 존재가 왠지 어려웠고, 이성과의 친분관계란 고스톱 판에서 내가 든 카드를 상대방에게 모두 보여주고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불편한 일이었다.
몇 년 전 학교다닐 때, 같은 과 친구녀석들이 질펀하게 처 마실 술값이라도 벌고 싶었는지 학교 근처 다방을 빌어 일일찻집을 열었는데, 다방 임대비를 채워줄 머릿수가 부족하다는 개 설레발에 속은 샌님같은 나까지 끌려나가 우리 넷과 처음 보는 여학생 넷이 한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미팅이라는 그 어색하고도 불편한 자리. 누구도 주문하지 않은 다과들이 저절로 올라오고, 몇 개 집어 먹어보지도 못 한 채 그걸 다 여학생들 앞에서 가오다시만은 구기고 싶지 않았던 우리 남자 네 녀석들의 궁색한 주머니를 턴 돈으로 지불해야 했던...
무슨 질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나 수다스런 여학생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미팅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두 번인가 했나보다. 얼굴이 반반하고 왠지 당차 보이는 내 앞의 파트너로부터 왜 미팅경험이 없다는 걸 자꾸 강조하냐는 핀잔을 들은 이후 지금까지도 인상이 활달해 보이고 언어구사에 능숙한 여성과는 관심이나 대화를 극구 기피하는 심리증세, 말하자면 자기주장이 확실한 이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지나간 기억이야 어쨌든 그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어서인지 홀에 손님이 몇 테이블 없는 한산한 저녁시간이었다. 신청곡 메모지를 넣는 작은 창으로 방금 내린 듯 한 커피 한 잔이 들어왔다. 신청음악이 적힌 메모지와 함께.
좁은 메모지 창으로 잔에 담긴 커피가 넘칠까 조심스레 밀어넣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직원 아가씨에게 누가 보냈느냐는 표정으로 눈썹을 올리니 자기도 똑같이 내 표정을 따라하며 그녀가 앉아있는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들어오는 모습을 못 봤는데 언제 들어왔지?
그날따라 다방 안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이끌려서 그랬을까? 그녀가 원하는 음악을 턴 테이블에 걸어둔 다음 내게 보내준 커피잔을 들고 음악실을 벗어나 사전 양해도 생략한 채 자기 앞에 앉으려는 나와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 그녀는 공손하고 가벼운 목례로 앉아도 좋다는 의사표시를 겸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손님도 적은 다방 안에서 별로 그랬던 적이 없던 내가 모르는 사이의 그녀와 처음으로 마주앉자 업주인 형수보다는 약자인 자기들 편을 들어주고 실수를 감춰주던 나를 오빠처럼 생각하는 다방 여직원들은 주방 앞에 모여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와 내 모습을 조심스레 훔쳐보고 있었다.
노래가 흐르는 시간을 방해할까 커피를 앞에 두고 마주앉아 어색한 시간을 지우려 테이블 아래 무릎 사이로 모은 애꿎은 손가락만 꺾으며 침묵을 지키다 노래가 끝나고 다음 곡이 시작되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여기서 이 노래를 신청하는 분은 그 쪽이 유일하다는 거 아시죠?"
그녀는 나의 첫 마디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닫은 채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대에 다닌다는 것도, 그녀의 이름이 이 다방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안 것도 그 때였다. 나는 그녀가 몇 학년인지를 묻는 직선적인 말을 피해 우회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 질문 속에는 그녀가 언제까지 이곳에 지금처럼 계속 올 수 있을까를 측정하고 싶은 리트머스 페이퍼가 숨겨져 있었다.
"학교는 언제까지 다니시나요?"
왠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녀는 생각과 달리 의외로 호의적인 표정과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졸업식 빼면 두 달 남았네요."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녀의 신청음악이 적힌 메모지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날이 오늘 내일일 수도 있겠다는 사실도.
"오늘은 그 쪽이 좋아하시는 노래로 한 곡 부탁드릴게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음반 교체를 위해 내가 다시 음악실로 되돌아 갈 시간이 되었음을 감지했는지 그녀가 말했다. 오늘 반가웠다는 인사를 남기고 내 자리로 돌아간 나는 Piano Man으로 유명한 Billy Joel의 'The Stranger'를 조심스럽게 턴 테이블 위에 얹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처연한 휘파람 소리가 흘러나오며 적당한 볼룸의 음악 파동이 내가 자리를 비우고 다시 혼자 앉아있는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우리 모두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감춰왔던 얼굴 하나쯤은 갖고 있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가고 없을 때
그 얼굴을 밖으로 꺼내 우리 자신을 드러내지
어떤 얼굴은 담요같고, 어떤 것은 강철같고,
어떤 것은 비단같으며 또 어떤 것은 가죽같지도 하지
그 감춰진 얼굴은 분명 낯선 이의 얼굴들이지만
우리는 때때로 그 얼굴을 써 보는 것을 좋아하지
사람들 모두는 사랑에 빠지곤 하지만
그것이 가져다 주는 위험성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는 서로가 많은 비밀을 공유한다지만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감추는 것도 분명 있지...
-The Stranger
내가 들려준 노래를 다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별다른 작별인사 없이 다방 문을 열고 나가기 전 잠깐 고개를 돌려 나를 향해 가벼운 목례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 날 그녀가 비우고 간 빈 테이블 위에는 두 사람이 남긴 커피잔이 남아있었지만,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던 그 날 이후 다시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내가 집안사정으로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가 두 번인가 찾아와 내 시간을 메워주던 땜빵맨에게 Wildflower를 신청하고 평소처럼 조용히 듣고 가더라는 이야기만 다방 아가씨들로부터 전해 들었을 뿐...
Wildflower라는 노래 그 한 곡만을 좋아했던 그녀는 나에게, 나 또한 그녀에게 서로는 잘 모르는 낯선 사람. 다시 말해 우리는 서로에게 있어 스트렌저(Stranger)였다. 가진 것이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는 노래 가사로 美연방대법원의 판결문에까지도 인용됐던 밥 딜런의 노랫말처럼 가식의 표정을 가리기 위해 웃는 얼굴을 한 어나니머스의 가면을 쓸 이유도, 스트렌저의 맨 얼굴을 촉감 고운 비단이나 회칠한 가면으로 감출 필요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누군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으냐고 내게 묻는다면... 꼭 듣고싶은가? 천만의 말씀이라는 기대 밖의 대답을.
성공이든 실수든, 나는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미련을 가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시간의 책장이 넘겨진 것들과의 재회를 막기 위한 강철 셔터를 내려 철저히 차단한 다음에야 비로소 고립의 안도감을 느끼는 별난 스트렌저 중의 하나일 뿐이니까.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글을 쓰는 나도...
처음엔 우리 모두 스트렌저였다.
지금도 서로는 서로의 가슴 속에서 아무에게도 꺼내놓지 않는 낯선 얼굴 몇 개는
여전히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2년 가까이 음악과 함께 하던 레코드샵을 접고 생활백수로 아침 늦게 일어나 붓기도 채 가시지 않은 부스스한 얼굴로 당구장이나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길 가다 만난 건너편 건물 지하 음악다방 주인인 친구 형수가 음악을 틀어주는 DJ들이 하도 속을 썩여 못 살겠다며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시간제 음악실 알바를 부탁하는 바람에 그 형수네 다방에 들어가 또 음악에 빠져 가난한 젊은 날의 시간을 보내던.........
그 어느 날의 일이다.
P.S
잠이 오지 않는 밤의 창밖으로
순백의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리는 시간.
울적한 마음에 검붉은 핏빛 액체가 담긴
와인병과 글라스를 옆에 두고
약간은 붉어진 얼굴로 아무 의미 없이 끄적이는
짧은 회상...
그녀는 지금도 그 때처럼
어디에선가 가끔씩
Skylark의 Wildflower를 들으며 살고 있을까?
와일드플라워로 불리던 그녀가 다방에 오는 날이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신청했던 노래.
그녀는 야생화
She's faced the hardest times you could imagine
그녀는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어요
And many times her eyes fought back the tears
매순간 눈물을 삼키기 위해 애써야 했죠
And when her youthful world was about to fall in
그녀의 젊은 세계가 무너지려 할 때
Each time her slender shoulders bore the weight of all her fears
매 번 그녀의 얇은 어깨는 그녀의 모든 공포의 무게를 견뎌내죠
And a sorrow no one hears still rings, in midnight silence, in her ears
그리고 아무도 듣지 않는 슬픔이 여전히 조용한 밤의 침묵 속에서 그녀의 귓가에 울려요
Let her cry, for she's a lady, let her dream, for she's a child
울게 둬요, 그녀는 숙녀니까, 꿈꾸게 두세요, 그녀는 어린 애니까요
Let the rain fall down upon her
그녀에게 비가 쏟아져도 그냥 두세요
She's a free and gentle flower growing wild
그녀는 거칠게 자라는 자유롭고 온화한 꽃이예요
And if by chance I should held her, let me hold her for a time
우연히 내가 그녀를 안아야 한다면, 잠시 동안 그녀를 안게 해 주세요
But if allowed just one possession
하나만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된다면
I would pick her from the garden to be mine
정원에서 그녀를 꺾을 거예요, 나의 것으로
Be careful how you touch her, for she'll awaken
그녀를 만질 땐 조심해요, 깨어날 테니까요
And sleep's the only freedom that she knows
그녀가 아는 유일한 자유는 잠
And when you walk into her eyes
그녀의 눈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You won't believe the way she's always paying for a debt she never owes
그녀가 절대로 갚지 못할 빚을 언제나 지불하는 방식을 믿지 못할 거예요
And a silent wind still blows that only she can hear and so she goes
오직 그녀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없는 바람이 불고... 그녀도 그렇게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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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flower는 '종달새' 라는 뜻을 가진 캐나다 출신의 밴드 스카일락(Skylark)이 1972년 발표한 앨범 <Skylark>에 수록된 곡으로 What Would I Do Without You(당신 없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이어 두 번째 싱글로 발표되어 미국 9위, 캐나다 10위에 올랐다.
곡은 팀에서 기타를 치는 더그 에드워즈(Doug Edwards)와 팀에서 키보드를 치는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의 친구 데이브 리차드슨(Dave Richardson)이 만들었다. 음반업계에 종사하던 배리 드 보르존(Barry De Vorzon)은 이 곡의 데모를 듣고 틀림없이 히트할 거란 생각이 들어 여러 곳에 녹음 의뢰를 했으나 모두 다 거절당했고 최종적으로는 캐피톨사의 품에 들어갔다.
이들의 앨범 첫 싱글인 What Would I Do Without You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싱글로 나오지 않은 Wildflower가 심심치 않게 나왔는데 당시 캐나다 정부는 라디오에서 자국의 곡을 틀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방송사는 이 정책에 맞추기 위해 이 곡을 자주 틀었다. 캐피톨사는 캐나다보다는 R&B가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이 곡을 인근의 디트로이트에 싱글로 발매하고 홍보에 들어갔다.
가사를 쓴 데이브는 당시 경찰관으로 원래는 여자 친구를 위해 쓴 시였다.
데이브는 절친이었던 데이빗에게 넘겼고 이 시를 읽은 더그는 시에 맞춰 멜로디를 만들었다.
데이브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70년에 전 간호사와 사귀고 있었어요. 비록 4년밖에는 지속하지 못했지만 그녀와 이듬해에 결혼도 했었죠.
어느 날 밤 우린 데이트 약속을 했고 제가 차로 그녀를 데리러 아파트로 갔어요.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는데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여전히 집에서 입는 옷을 입고 머리는 수건으로 두르고 있는 채로요.
그녀는 병원에서 자신이 간호하던 나이든 노인 두 명이 죽었다고 말했어요.
몇 년 동안을 알고 지내온 사람들이라 몹시 슬프다면서요. 그녀는 그렇게 나에게 감정을 분출했고 전 듣고만 있었죠.
다 듣고나자 그녀는 내게 들어주어 고맙다고 말하며 나가자고 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침실로 들어갔고
난 거실에서 TV를 보며 기다렸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노크를 여러 번 했는데 대답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전 문을 열고 들어갔죠.
그랬더니 아까 그 옷을 그대로 입고 머리도 그대로인 채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 이였어요.
전 당황했지만 담요를 덮어주고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나와 집으로 왔죠.
그리고 집에 와서 15분 만에 이 시를 썼어요.
그 때의 시를 썼던 순간과 그 기분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요. 제가 쓴 게 아니라 신이 쓰게 한 것 같아요.
'Be careful how you touch her, for she'll awaken' 부분은 제가 담요를 덮어준 걸 생각한 거구요.
'The way she's always paying, for a debt she never owes…'는 두 노인이 죽은 게
그녀의 잘못이 아닌데 그로 인해 슬프게 우는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며 쓴 거예요.”
첫댓글 우여곡절끝에 캐나다의 인기그룹으로 올라선 스카이락은 미국빌보드 싱글차트에서 9위까지 올라갔었군요
이 노래를 들었던 여대생은 당시 어떤 사연이 있어 늘 신청을 해서 들었던듯 하네요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이
맞아 서로가 친구가 되기도 하는데 용기를 내어 연락처라도 ㅎ 하긴 용기도 없고 저도 낯가림이 심해
말도 잘 못했던 젊은날들이었죠 노래를 들으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한 삶을 살아오신거구요
멋진 곡 잘 들었습니다 서정적 락이라고 하는지요
이 노래의 장르는 블루스 록에 가까운 듯 합니다만 당시 우리 다방 DJ들이
와일드플라워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그녀에게 무슨 사연이 담겨 있는지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관심이 있어 작업을 시도할 마음도 아니고 물어볼 기회도 별로...
지금과 달리 연락처라야 다들 집 전화밖에 없는 시대였고 또 그렇게까지 할만한 이유도 없고...
암튼 뭐... 그랬죠.
그 이후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상처도 안게 되지만 그 긴 이야기는 혹시 기회가 되면...
별스럽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쓰다보면 자꾸 설명이 길어지고 쓸모없는 글도 한도 없이 늘어나니 이 악습을 어찌 고쳐야 좋을지
제가 생각해도 참 큰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공감해 주시니 부끄럽고 또 감사합니다...
다방에 가며 아직도 아가야라고 부를만한 아가씨가 있는지
난로 위에 설설끓는 엽차 주전자가 있는지........
신청곡을 틀어주던 다방이 있기는 했는데 언제쯤 자취를 감췄던가.......
그래요 우리 모두는 감춰온 얼굴 하나쯤 추억처럼 지니고 살았어야 그게 아팠던 젊음이죠.
제야의 종소리도 사라진 각박한 시절, 추억 하나는 더욱 풍성하길.
커피숍이 아닌 '다방'이라면 서울 변두리나 지방 역전 주변에는 아직 제법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가면 '아가야' 라며 부를만한 젊은 아가씨들을 대신해 얼굴의 잔주름을 감추느라
분칠을 하고 몸이 불어 동작도 굼뜬 예비 할머니들만 TV를 보며 무료한 시간을 죽이고 있겠지요.
아가처럼 어여쁘고 싱싱한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스타벅스나 체인점에서 알바를 하고..
젊은이들이 다방에 모여 세상 고독을 혼자 다 진 것마냥 담배를 물고 오만 인상을 쓰며 개 폼을 잡던
전문 음악다방은 80년대 중후반에 트랜드 변화로 인해 거의 사라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낯선 동네를 지나다 다방이라고 쓴 허름한 간판을 보면 차에서 내려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정돈되지 않은 글이지만 블루지한 추억의 마음을 조용히 토닥여 주시는 따뜻하신 손길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혜자님께 그런 추억이 있군요.
당시 인켈과 에로이카는 국산오디오로 인기가 많았는데 그 때는 부잣집이나 오디오가 있었죠.
저는 그 때 음반가게를 하면서 300원짜리 해적판(빽판)도 많이 팔았는데,
다방에서 알바비를 받으면 어쩌다 서대문 나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5천원짜리 원판을 샀습니다.
태어나 처음 산 원판이 스티브밀러밴드의 Swing Town과 Wintertime이 들어있는 베스트앨범인데
말 머리가 그려진 그 원판을 사갖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너무 행복하더라구요.
미국산 LP 원판을 눌러 금속 판각을 뜬 다음 그걸로 해적판을 엄청 찍어냈으니 빽판은 잡음도 많았죠.
산타 에스메랄다의 돈렛미비 미스언더스투드는 앨범 표지에 미녀가 등장해
노래를 부른 리로이 고메즈를 여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판을 예썰 아이캔 부기와 함께
엄청 팔았습니다.
쥬다스 프리스트 같은 헤비메탈 듣는 여성이 왠지 멋져보이던데 혜자님도 멋진 분인 것 같아요.ㅎ
저는 전형적인 잡식성에 여성적 감성이라 특정장르를 편식하지 않고 하드락부터 포크까지 두루두루..
요즘도 조지 마이클 노래와 뱃 핑거의 캐리온틸 트멀로우도 자주 듣지만
ELO의 The way life's meant to be를 듣고 나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고 나온 것 같이 정말 개운하죠.
출판사 하면서 새벽에 일이 끝나는 날이면 건물이 비어있으니 닐 다이어몬드의 Be나
척 맨지온의 Children of Sanchez를 혼자 엄청 크게 듣고 나면 피곤아, 너 어디갔니?ㅎ
조나단 OST는 선민적인 신비감이 있고 산체스의 아이들은 휴머니즘적이라 좋았죠.
댓글이 길었지만 오빠들의 영향으로 팝 음악을 좋아하신다니 반가운 마음입니다만
괜히 유식한 척 했다가 큰일 날지도 모르니 바짝 긴장하고 있으렵니다..
관심의 댓글 감사합니다. 사막에서 동지를 또 만난 기분이네요.
혜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저도 퀸 1주년 트리뷰트 유튜브 영상 봤습니다.
혜자님도 잘 아시네요. 저도 너무 정신이 산란해 퀸 노래를 다 좋아하지는 않는데
덜 씨끄러운 Under Pressure를 제일 좋아하지요.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 조지 마이클은 왜 갑자기 그렇게 세상을 떠났는지 아쉽죠.
특히 저는 그의 솜사탕같은 Jesus to a Child를 좋아했는데 Wham 시절 노래도 좋죠.
카페 평론방, 음악방에 보시면 저와 회원님들이 올려둔 팝 음악정보가 좀 있습니다.
한가하실 때 보시면 반가운 자료도 있을 거예요. 편안히 주무시기를..
씬 리지(Thin Lizzy)가 가수 이름이고 필 리뇻이 그룹 이름인지,
가봉 공화국의 봉고 대통령이냐, 봉고 공화국의 가봉 대통령이냐.. 그런 시절이 있었죠.ㅎ
씬 리지는 블루스락밴드 이름이고 콧수염의 흑인 리드보컬이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필 리뇻이죠.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절규하는.. 그 사람 진짜 노래 처절하게 잘 부릅니다.
씬 리지의 Still in Love with You..
비 오는 날 술 마시면서 이거 듣다가 한강 직행 위험이 '최고높음'으로 한계점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ㅎ
Exile의 Kiss you all over도 아시는군요. Elton John노래는 클래식한 Tonight이 좋구요.
Baccara는 독일어로 장미라는 말인데 영어의 Rose와 같은 뜻이죠.
그러고 보니 뱃 미들러의 Rose가 또..ㅎ
인류 최대 축복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저는 그것이 비록 사람들의 고독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으나
약한 이들을 위로하는 최대의 백신이라고 믿기에 고마운 친구로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군요.
언제 혜자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이분들이 잠도 안주무시고 ㅎ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회상의 바다에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계셨군요 전 Elo의 Midnight blue를 가끔 듣곤 했는데 혜자님과의 음악으로 만나는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