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傳令) 매화를 깊게 고찰해 보면
우리고장 진주에 3월 12일 홍매화가 피어 봄을 알리더니 며칠 전부터 청매화가 만개해 눈을 유혹하고 있다. 바람에 우수수 매화꽃이 날리는 것을 보니 곧 벚꽃에게 꽃 잔치 주인공 자리를 양보할 것 같다.
봄 하면 그래도 매화가 나의 뇌리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어릴 적 이른 봄에 ‘山湖亭’에 가면 매화가 만발하고, 이어 겹 벚꽃과 명자 꽃이 다투어 피어났다.
어린 마음에 꽃을 한 아름 꺾어와 빈병을 모두 모아 꽃병을 만들어 각 방 마다 장식했었다.
매화의 梅(매) 글자는 木+人+母의 세 글자가 결합된 會意字(회의자)로서 나무 중에서 어머니와 같은 나무라는 의미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무 중에서 매화처럼 인간에게 많은 이로움을 주고 또 인간으로 부터 사랑을 받는 나무도 흔하지 않다.
梅花는 눈 속에서 꽃을 피워도 마치 온화한 날씨인 양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를 발산한다.
그리고 꽃잎에 얼음이 얼어도 꽃 모양은 언제나 싱싱하고 색상이 선명하다.
찬바람 눈보라에 시달리면서도 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보고 선비의 지조에 빗대기도 했다. 매화를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선비 정신을 품은 꽃이라 여겨 4군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았다.
그런 연유로 詩文을 지어 매화를 찬양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그 지조와 절개를 흠모하기도 했다.
시인 묵객들은 매화를 대상으로 수많은 서정적인 시를 남겼다.
또, 매화를 주제로 한 명문의 글귀도 많다.
4언, 오언, 칠언으로 된 구절의 예(例)를 들면 아래와 같다.
◐ 瓊花浴月(경화욕월) - 구슬 같은 매화가 달빛에 어른거린다.
◐ 孤芳皎潔(고방교결) - 고고히 꽃답고 맑고 깨끗함.
◐ 孤芳獨茂(고방독무) - 고고히 꽃답고 홀로 무성함.
◐ 高士美人(고사미인) - 지조있는 선비와 아름다운 여인 같은 매화.
◐ 孤山淸影(고산청영) - 외로운 산 맑은 그림자.
◐ 空山裁玉(공산재옥) - 고요한 산에 옥을 발라놓은 것 같은 매화.
◐ 君子之交(군자지교) - 매화의 지조는 군자의 사귐.
◐ 冷香寒玉(냉향한옥) - 싸늘한 향기가 찬 구슬같은 매화.
◐ 萬古淸香(만고청향) - 만고에 변함없는 향기.
◐ 萬玉玲瓏(만옥영롱) - 매화가 일만 구슬처럼 영롱하다.
◐ 梅林解渴(매림해갈) - 매화 수풀에서 갈증을 푼다.
◐ 梅竹雙淸(매죽쌍청) - 매화와 대가 둘다 맑다.
◐ 墨影含芳(묵영함방) - 수묵으로 그린 매화의 그림자가 꽃다운 향기를 머금었네.
◐ 芳信先傳(방신선전) - 꽃다운 봄 소식을 먼저 전하는 매화.
◐ 雪裏開花(설리개화) - 눈 속에 꽃이 핀다.
◐ 歲寒三友(세한삼우) - 추위 속의 소나무 대나무 매화.
◐ 歲寒二雅(세한이아) - 추위 속의 대나무 매화.
◐ 歲寒二友(세한이우) - 추위속의 매화 국화.
◐ 素艶芳馨(소염방형) - 흰 꽃송이 꽃다운 향기.
◐ 素艶芳馨(소염방형) - 흰 꽃송이에 꽃다운 향기.
◐ 疎影橫斜(소영횡사) - 매화의 성긴 그리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네.
◐ 神僊雪氷(신선설빙) - 신선의 고장함이 눈과 얼음과 같다.
◐ 暗香籠月(암향농월) - 달빛에 어려 있는 매화.
◐ 暗香浮動(암향부동) - 매화 향기가 떠서 움직인다.
◐ 暗香疎影(암향소영) - 매화의 향기와 가지의 그림자.
◐ 雨香雲淡(우향운담) - 비는 향기롭고 구름은 담담하다.
◐ 韻勝格高(운승격고) - 운치가 뛰어난 격조높은 매화.
◐ 幽姿疎影(유자소영) - 은은한 자태와 그윽한 그림자.
◐ 幽香帶月(유향대월) - 그윽한 향기에 달빛이 서리었다.
◐ 一庭春色(일정춘색) - 매화가 피니 온 뜰이 봄빛이로다.
◐ 一枝春信(일지춘신) - 매화 한 가지가 봄 소식을 전한다.
◐ 一枝春花(일지춘화) - 한가지의 봄꽃.
◐ 臨風一笑(임풍일소) - 봄바람에 핀 매화의 웃는 모습.
◐ 節操自持(절조자지) - 절개와 지조를 스스로 지닌 매화.
◐ 早梅春信(조매춘신) - 일찍 핀 매화가 봄 소식을 전한다.
◐ 早傳春信(조전춘신) - 일찍 봄 소식을 전하는 매화.
◐ 蒼龍臥雪(창룡와설) - 눈에 덮인 매화 가지.
◐ 鐵骨生春(철골생춘) - 매화의 가지에서 봄이 왔네.
◐ 淸香暗送(청향암송) - 맑은 향기를 보내는 매화.
◐ 寒骨淸珍(한골청진) - 찬 뼈대에 맑은 구슬같은 매화.
◐ 江路野梅香(강로야매향) - 강 길에는 들 매화 향기롭다.
◐ 溪梅作小春(계매작소춘) - 시냇가의 매화가 작은 봄을 이루었다.
◐ 孤芳壓俗姿(고방압속자) - 고고한 꽃다움이 속된 모습 누르다.
◐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 매화를 희롱하니 그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 梅邊別有香(매변별유향) - 매화나무 주변에 별다른 향기가 있네.
◐ 梅邊有別春(매변유별춘) - 매화 주변에는 특별한 봄이 있노라.
◐ 梅將雪共春(매장설공춘) - 매화는 눈과 봄을 함께한다.
◐ 梅化如高人(매화여고인) - 매화는 기품이 고사와 같다.
◐ 餘香千載淸(여향천재청) - 매화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는 천년 뒤까지 맑으리.
◐ 雨熟野梅黃(우숙야매황) - 비 한동안 오니 야매는 노래진다.
◐ 早梅消息動(조매소식동) - 이른 매화는 보이게 안보이게 움틀대다.
◐ 淸極不知寒(청극부지한) - 지극히 맑은 매화가 추위도 모르네.
◐ 春近有梅知(춘근유매지) - 봄이 가까움을 매화가 있어 알겠노라.
◐ 風吹梅徑香(풍취매경향) - 바람이 매화 길에 부니 향기롭다.
◐ 香中別有韻(향중별유운) - 그윽한 향기 속에 특별한 운치가 있다.
◐ 江上梅花獨自春(강상매화독자춘) - 강 위의 매화는 홀로 스스로의 봄.
◐ 梅花獨對寒流潔(매화독대한류결) - 매화는 찬 시내를 대해 홀로 맑다.
◐ 半夜梅花人夢香(반야매화인몽향) - 밤중에 매화는 꿈에 들어와 향기롭다.
◐ 半窓明月數株梅(반창명월수주매) - 반쯤 열린 창문밖의 밝은 달 아래 두어 그루의 매화나무.
◐ 氷肌玉骨不知寒(빙기옥골부지한) - 얼음과 같은 살갗, 옥 같은 뼈에 추위를 알지 못하네.
◐ 氷姿雪魂自無塵(빙자설혼자무진) - 얼음같은 모습과 눈같은 정신이 스스로 티끌을 없앤다.
◐ 雪裏香來蝶未知(설리향래접미지) - 눈속에서 향기나니 나비 알지 못한다.
◐ 雪滿山中高士臥(설만산중고사와) - 눈 가득한 산속에 고사인 매화 누웠다.
◐ 瘦梅疏竹一窓風(수매소죽일창풍) - 메마른 매화 성긴 대, 한 창의 바람.
◐ 水邊林下自燃春(수변임하자연춘) - 물가의 수풀 아래는 자연히 봄이다.
◐ 水殿風來暗香滿(수전풍래암향만) - 물가의 전각에 바람이 불어오니 매화의 그윽한 향기가 전각에 가득하다.
◐ 心與梅花一樣淸(심여매화일양청) - 마음은 매화와 더불어 한결같이 맑다.
◐ 愛梅自古屬詩人(애매자고속시인) - 매화 사랑함은 자고로 시인에 속한다.
◐ 玉雪爲骨氷爲魂(옥설위골빙위혼) - 옥 같은 눈을 뼈로 삼고 맑은 얼음으로 혼을 삼네.
◐ 一枝梅花和雪香(일지매화화설향) - 한 가지 매화가 눈과 더불어 향기롭네.
◐ 一枝疏影臥東窓(일지소영와동창) - 한가지 성긴 그림자 동창에 와 누웠다.
◐ 竹裏梅花淡泊香(죽리매화담박향) - 대나무 속에 매화가 피니. 그 향기 담박하다.
◐ 枝繞春風降雪香(지요춘풍강설향) - 매화나무 가지에 봄바람이 부니 내리는 눈도 향기롭다.
◐ 晴雪梅花照玉堂(청설매화조옥당) - 개인 눈과 매화꽃이 집안에 비치네.
◐ 春近野梅香欲動(춘근야매향욕동) - 봄 닥아오자 야매의 향기 동하려 한다.
◐ 春到梅邊千里心(춘도매변천리심) - 봄이 매화가지에 이르니 마음은 벌써 술렁이네.
매화에는 세 가지 덕이 있는데 엄동설한을 이겨 낸 인고의 덕이 제1덕이요, 이른 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려 봄소식을 알려 주는 덕이 제2덕이요, 우리 몸에 이로운 열매를 맺어 인류 건강에 기여함이 제3덕이라 하여, 이를 매화 3덕이라 했다.
우리나라 先人들의 매화 사랑은 유별나고 지극하여 생육신 김시습은 그의 호를 梅月堂(매월당)이라 하였고, 부안 출신 여류문인이자 기생인 이계생은 그의 호를 梅窓(매창)이라고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梅(매)의 글자까지도 소중하게 여기며 즐겨 사용하였다.
성리학자 퇴계 이황은 情人(정인) 杜香(두향)으로 부터 선물 받았던 盆梅(분매)를 늘 곁에 두고 바라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술을 마실 때에는 매화에게도 "어이 자네도 한잔 하시게"하며 술을 따라 권하며 마치 杜香(두향)을 대하듯 지내다 그의 생을 마감하는 날 "저 梅兄(매형)에게 물 주거라"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임종하였다. 고 전한다.
참고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지폐 중에서 천원과 오만원에 매화가 그려져 있다.
이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매화가 금수강산 곳곳에 탐스럽게 피어 있지만 한번 쯤 탐방하기를 권하는 싶은 곳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산청 3매 : 온정매, 정당매, 남명매
◐ 호남 6매 : 고불매, 대명매, 계당매, 선암매, 수양매, 화엄매가 있다.
그곳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하는 도산매, 율곡매 등도 한번 쯤 탐방해 보기를 권한다.
♣ 산청 3매에 대해 설명을 깃들인다면,
◐ 온정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소재 예담 촌에 심어져 있는데 고려 말 문신 진주 하씨 온정공 하즙이 심은 나무이어서 하즙의 호를 붙여 온정매 또는 하즙매라 하고 수령 약 690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다
◐ 정당매
경남 산청군 단성면 운리 소재 단속사 절터에 심어져 있는데 고려 말 문신 진주 강씨 정당공 강회백이 심은 나무이어서 강회백의 호를 붙여 정당매라 하였고, 수령 약 660년 인데 원목은 고사되었고 현재 후계목이 꽃을 피우고 있다.
◐ 남명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사리 소재 산천재 뜰에 심어져 있는데 조선 성리학의 대가이고 영남학파의 거두인 남명 조식 선생이 1651년에 손수 심은 나무이어서 그의 호를 붙여 남명매라 하였고 남명 조식선생이 생을 다하는 날까지 그 매화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 호남 6매에 대해 설명을 깃들인다면,
◐ 고불매
전남 장성군 소재 백양사 경내에 심어져 있는데 백양사를 고불총림 이라고 하는 데서 고불매란 이름이 붙여졌고 천연기념물 486호로 지정 되어져 있다.
◐ 대명매
전남대학교 캠퍼스 내에 심어져 있는데 명나라 14대 황제 광종이 사망하자, 조선에서 조문 사절단을 보내어 조문을 하였는데 광종의 아들인 희종 황제가 조문사절단의 서장관인 월봉 고부천에게 조문 답례로 매화 한 그루를 선물하였고 월봉 고부천은 선물 받은 그 매화나무를 가져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소재 자신의 고향집에 심어 놓았었는데 고부천의 11대손인 고재천은 전남대학교 농과대학 학장 시절에 자신의 집 뜰에 심어져 있는 그 매화나무를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옆에 옮겨 심었다. 그리고 명나라에서 건너온 나무라는 의미로 대명매라 불리어 지고 수령 약420년 정도이다
◐ 계당매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지실 마을에 있는 송강 정철의 넷째 아들인 대제학을 지낸 정홍명의 집을 시냇가에 지은 집이라는 뜻으로 계당이라고 하는데 이 계당에 정홍명이 손수 심었다는 수령 약 420년의 계당매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선암매
순천시 소재 선암사 경내에 심어져 있어 선암매라 하였고,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수령 약 640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매화나무 중에서 둥치가 가장 큰 나무다.
◐ 수양매
전남 고흥군 소록도 한센병원 중앙 공원에 심어져 있었으나 2014년도에 쓰러진 후 고사되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 화엄매
전남 구례군 소재 화엄사 경내에 심어져 있어 화엄매라 하였고, 천연기념물 485호로 지정되었으며 수령 약 470년 이다.
♣ 그 외에 존재하는 유명한 매화에 대해 설명을 깃들인다면,
◐ 도산매
조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 선생이 말년에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며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소재 도산서원에 매화를 가장 사랑했던 퇴계 이황이 손수 심은 수령 약 470년의 매화나무다.
◐ 율곡매
강릉시 소재 오죽헌에 심어져 있는데 1400년 경 오죽헌이 들어 설 당시 이조 참판을 지낸 최지운이 심었고 율곡 이이가 가꾼 나무라고 해서 율곡매라 하고 천연기념물 484호로 지정되었으며 수령 약 60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