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포항소재 문학작품 공모전
[최우수상] 해돋이 택시 / 최교빈
아저씨 새로운 태양이 뜨는 곳으로 가주세요 아슬한 절벽이라도 괜찮거든요 저는 어제와 똑같은 붉음에 지쳤고 오늘은 수평의 끝자락까지 달리고 싶어요 깊이 모를 적요감을 느끼며 바닷갈매기 따라 날갯죽지 퍼덕일래요 그들의 언어로 끼룩대다가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당하면 지나간 옛사랑의 이름을 부른 거라 설명하겠습니다 오늘은 저를 괴롭히는 무엇에도 마음 주지 않을래요 어제와 다른 채도로 붓칠한 하늘이 벌써 시야에 들어오거든요 희붐했던 오늘의 새벽도 결국 지나가요 아저씨 이 정경은 그저 보이는 것만으로 가슴이 일렁거리네요 저도 사소한 것들에 가슴이 뛰었던 때가 있어요 한여름 노을 진 산마루와 세잔의 그림 속 소담한 사과들, 각다귀 무리 쫓아 우우 거리던 승냥이의 집념, 물려받은 통기타 그 녹슨 스트링의 선율과 청바지 그리고 히피 히피 아저씨 지금 나오는 노래가 영일만 친구 맞나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엘피판으로 자주 틀어주셨거든요 갈매기 나래 위 기를 적어 띄운다는 가사를 좋아해요 바다가 거칠다는 건 동의하지 않지만요 아저씨 택시의 돛을 수직으로 올려주세요 오늘은 끈적한 해풍을 정면으로 관통하며 다른 결의 아침을 맞고 싶어요 아저씨 저기 지글거리는 해가 창공으로 부유하고 있어요 가장 머나먼 곳까지 가주세요 아슬한 드라이브라도, 오늘만은 괜찮습니다.
[우수상] 대잠못, 그녀의 집 / 오호영
그녀의 비가 내린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성모병원 정류장 표지판은
그녀의 겨드랑이에 돋아난 우산살처럼 한 곳으로 삐둘어져 있다
빗물로 코팅된 횡단보도 앞에 선다
머지 않아서 저 줄사다리를 잡고 은하를 건너야 한다
천공을 딛고 저 성좌에 도달하려면
아득하게 멀어진 태양도 삼켜야 하고
어쩌면 일만 광념은 더 가야 할지 모른다고
앞서 가던 사람이 귓속말을 건넨다
들줄기를 내리치는 빗물이 가슴으로 스민다
논둑 위를 지나가는 풀꽃들에게
밤새 안녕하였냐고 묻는 여유를 가지지 못하였음과
한 달 전 산 화분에 아직 한번도 물을 주지 않았음이 진저리친다
지금쯤 화분이 물을 먹었을까 물이 화분을 먹었을까
초대받지 않았으면
사춘기마냥 한 순간 지나갔으면 이름조차 잊혀졌을
예니*는 열두 시간을 머물렀고
그렇게 대잠못 옆 그녀의 집은 사라졌다
직선과 직선이 만나 교차점을 이룰 때
그ㅕㄴ는 너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흑점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녀 마음이 축축하게 젖은 자리
대잠못,
그곳엔 지금은 솟대처럼 시청이 서 있다
* 1998. 10 1. 포항을 직격하였던 태풍이름. 대잠못의 제방도 무너져 시내가 물바다가 됨.
첫댓글 오늘은 해와 달이 많이 나오네요....^^; 자연파 시인들의 글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