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들어오는 동녁의 하늘이 칙칙했던 건
아직 장마 먹구름이 가시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사이에 약 8~9도가 내려갔다는 기온 차를 막상 실감하게 되니
이제 추운 새벽 라이딩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침 식사 후 TV 속의 인간극장까지 느긋하게 시청한 후 트랭글을 켜고 가을 볕을 달린다
들판을 가로지르고 삽교호 관광지를 거쳐 긴 제방둑에 올라서니
만조(滿潮)가 된 바다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물새들의 시선들이 가여웁다
도로 공사중으로 불편했던 공세리 ~ 월선리 구간 길이 대충 정리가 되어
아스콘 포장이 이루어지고 길목을 차지했던 건설 장비들도 자취를 감춰졌다
무엇보다 울퉁불퉁했던 도로 노면이 정리되어 곡예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반가웁다
온양정씨 사당 앞을 지나고 월선리 논길로 접어 들어 개천길을 지날 즈음
짠! 하고 나타나는 영인산의 산괴가 오늘따라 우람스럽지 않고 앙증맞아 보인다
다시 저수지를 끼고 한참을 달려 영인 시내를 거친 후
아산 1리 마을 끝의 '아산향교' 앞 정자에 도착하여 트랭글을 확인해 본다
편도 22.5km를 1시간 45분이나 걸렸네!
큰 폭우에도 유실된 곳이 없이 말짱한 영인사 앞의 실개울을 끼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숲속으로 들어간다
길게 엎드린 개울안의 갈대는 폭우가 지나간 흔적이다
꽤 덩치가 있는 밤나무인데 주변에 밤송이들이 별로 보이지를 않는다
요즘 산속을 걷게 되면 생각잖게 알밤을 주울 수도 있는 시기인데...!
와폭(臥瀑)
작아도 층층폭포(層層瀑泡)라네
계곡 갈래길에서 우측의 약간 가파른 바윗길로 올라간다
정상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고 작은 폭포들도 만나며
내 이마를 혹이 나오게 부딪쳐 뒤로 자빠지게 했던 죽은 벚나무도 만나는 샛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