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작별인사가 다소 늦어서 미안합니다.
..10기의 마지막 모임이 끝난지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금쯤이면 다들 묵클럽 따위는 잊고 제자리의 삶으로 돌아가서
저의 마지막 공지 같은 건 기다리는 사람이 없을 거라 사료되지만.
솔직히 나도 이런 거 쓰는 것 보다는 안 쓰는 게 덜 귀찮고 좋지만.
그래도 쓰는 쪽과 안 쓰는 쪽 사이에 고르라고 하면, 저는 언제나 쓰는 쪽을 선택했었습니다.
그런 선택이 줄줄이 알사탕처럼 이어져오다보니 지금의 제가 되어있었어요.
딴에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에서도 공부는 뒷전이었고,
알바다 뭐다 하고 남은 시간은 아무 짝에 쓸모없는 글쓰기에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단 대학교 문턱이라도 밟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회의 시선과 달리
저는 저 스스로가 학교에 입학해 제대로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혼자였을 때. 아무도 날 바라봐주지 않았을 때.
얼떨결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날 주목해주었을 때.
그러다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타인은 물론 나 자신에게조차 버려졌다고 느껴졌을 때.
글쓰기 밖에 없었어요. 이런 말, 이쯤되면 고리타분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덕분에 얻은 것도 참 많았습니다.
묵클럽이라는 온정넘치는 독서모임을 제 멋대로 꾸릴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
분에 넘치도록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그렇죠.
고백하건대, 저는 이런 나날이 쭉 이어질 수만 있다면
다른 어떤 것도 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삶이란 그리 녹록지가 않아서,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단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저그런 작가로 있으려고 해도 어딘가 발전하는 점이 있어야 합니다.
고여있는 상태로 썩어가다가, 사랑해주는 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여러분, 전 스무살 때 못다한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이달부로 한 번 자퇴했던 대학에 재입학했습니다.
여전히 경영학 같은 거에는 전혀 흥미가 없지만요.
대학에는 전공과목 말고도 훌륭한 강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더 늦기 전에 무언가 목표를 갖고, 제가 어디까지 나아질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저는—왠지 묵클럽을 해체한다는 느낌의 서두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재입학 첫 달이자 추석이 있는 9월 한달간을 휴식기로 잡고
10월부터 묵클럽을 재개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에? 대학생활이랑 묵클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텐데요.
뭐, 가능합니다. 일단 학교가 근처에 있고.
저는 딱히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에 돌아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빡빡한 학점관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뿐아니라
묵클럽은 예나 지금이나 제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많이 남겨먹는다는 말은 아님. 솔직히 빠듯함)
제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모인 묵클럽을 고작 학업따위의 사유로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지금 시간표대로라면 문학 관련 교양수업을 과식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어서
금요묵클럽의 질적 향상에도 유익하고 발전적인 영향이 있으리라 사료되오니
앞으로도 묵클럽 많이 사랑해주시기 바랍니다. ^__^
추신 ; 11기 금요묵클럽에서는, 한 달간의 준비기간이 있는만큼
또 한 번 여러가지 변화를 주어 진행해볼 예정입니다.
4주 일정 중 2번은 영화로 대체한다든지(책-영화-책-영화 같은 식으로),
진짜로 건강팔찌를 만들어서 돌린다든지 (이번 기수는 하려고 했는데 까먹었음 ㅈㅅ)
묵클럽 평생이용권을 만들어서, 사실상 멸망이 정해진 부실채권에 투자하도록 한다든지 하는 등의 혁신적인 시도를,
저는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다음 묵클럽때 봅시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이제 곧 빨래를 널어야하는
오후 아홉시 반의
묵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