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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꽃무릇
매월 세번째 수요일엔 영화를 보기위해 미디어센터를 간다. 보고싶은 영화를 우리가 선정하고 직접 테잎을 구해 상영관을 통째로 대관하여 무료로 영화 감상을 즐길수있는 의미있고 격조있는 기회라하겠다.
하하씨네는, 우선 씨네는 cinema scope를 줄인 말로 영화라는 일차적인 뜻을 가지고있고,하하의 정신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하하씨'라 이름하며,'하하씨'의 무리를 일컬어 '하하씨네'라 이름지었다.
지난달의 '오만과편견'에 이어 그 12번째 영화는 1999년 노벨문학상의 독일 작가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이다. 원레 '하하씨네'의 취지는 원작이있는 영화만을 엄선해 책을 읽은후 감상하는 순서였는데 여차여차하여 책을 읽지못하고 해설자,'조정석'씨의 설명만 들은후 보게되었다.그러니 영화를 보는 눈이 트이지않은 나로선 당연히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난장이 오스카의 어머니인 아그네스가 생선을 지나치게 많이 먹은후 사망사유가 자살인지 자연사인지도 모르겠고 엄마의 정부가 외사촌오빠라는 설정도 도무지 납득이되지않았다.(그 시대엔 가능했다지만)
2차세계대전 전후의 나치의 광기를 보여주려는건지 첫사랑 마리아가 아버지의 정부가되는 왜곡된 어른들의 굴절된 성문화를 폭로하는건지 짧은 머리의 나로선 정의 내리기 어렵다. 탄생때 이미 성인의 지성을 갖추어 스스로 성장 자체를 조절하는 대단한 요술(?)도 흥미롭긴하나 끔찍한 몇개의 장면은 고개를 돌리게했다.죽은말의 머리를 파먹고 자란 수십마리의 살찐 뱀장어를 잡아다 요리해 억지로 먹인다든가 개구리 삶은물에 오줌을 누고 그 물을 여럿이 달려들어 억지로 먹이는,오늘날의 왕따가 그 시절에도 있었음은 흥미롭다. 또 한가지 알수없는 행동은 오스카와 마리아가 손바닥에 설탕가루처럼 보이는 가루에 침을 섞어 나누어 먹는 장면은 무엇인가?
요즘으로치면 마약의 종류일까?아름답고 신비로운 성을 추하고 불결하게 묘사하는등,한마디로 난해한 영화이다. 그러나 복잡,다양한 영화를 나름대로 이해 해석하며 보는 즐거움도 컸다.
요즘은 낮과밤의 기온차가있는 가을의 초입이다.
가을의 전령,코스모스는 때도 모르고 피어난지 오래이고
그야말로 추선 전,후에만 볼수있는 꽃무릇을 보기위해 영화감상후 우리 회원 12명은 용천사로갔다.
상사화와 꽃무릇의 차이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꽃무릇 잔치에 초대해주신 우리 하하의 단비와도같은 한올 김경만 쌤의 안내로 연못이있는 정자에 자리잡고 앉았다.시간 절약을 하기위해 급한대로 준비한 김밥과 순대를놓고 마침 건강을 되찾은 '한미경'씨의 생일이라요리쌤이 준비한 케익을 놓고 축가도 불렀다.자연과 더불어 생일 축하를 받은 미경씨는 좋겠다.
간소하나마 서로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눈으로는 꽃을 즐기고 분위기에 젖는다.
잠깐의 짬을 내어 꽃과 자연을 즐길줄아는 우리 하하회원......멋지다!
온 천지가 빠알간,심지어는 벼가 익어가는 농로까지 줄맞춰 피어난 꽃무릇은 함평 군민들이 천천히 차를 타고 가면서 씨앗을 뿌렸으려니했다.그런데 알고보니 다알리아나 히야신스처럼 알뿌리 식물이다. 그렇담 그 넓은 천지에 어떻게 일일히 심었을까? 그 노고를 생각하니 좀 비약이긴하나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이 생각났다. 그 수고가있어 우리 모두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길수있는것이리라
그런것처럼 우리 하하의 정신이 널리 확산되어 살맛나는 세상을 이뤄나가는데 큰 견인차 역할을 해야할터인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용천사를 중심으로 한바퀴 비잉~둘러볼수있는 산책로를 따라 힘들지않게 눈이 짖무르도록 붉은꽃을 눈에 담았다.
그것도 모자라 교수님을 비롯 1진과 2진은 돌아가고 경만님,영주씨,경은씨와 또 남아 비치체어처럼 편안한 의자에 누워 잠시 양철북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공교롭게 네명 다 책을 읽지못해 온갖 ?만 남발하며 설왕설래하다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욕심같아선 그 화려하다는 꽃무릇의 영광 불갑사까지 접수하고 싶었으나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과 함께 각자 차에올랐다.
다음날인 목욜은 언니네 봉사가 있었다.
월1회의 활동이라 2회로 늘리고픈 욕심도 없잖아있으나 한번이지만 알차고 성심껏 준비하는게 낫겠다싶어 꾸준히 해오고있다.
대부분의 4~50대엔 사회 봉사에 참여하고픈 욕구를 느낄것이다.
방법을 몰라,대상을 찾지못해,많은 비용이 우려되어 실천에 옮기지못하는 경우가 있으리라본다.
어렵지않다.
신문에 나올만큼 거창하진않지만 작고 소박하나 우리를 필요로 하는곳은 많다고본다.
각자의 행동반경에 따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와 상생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나눔을 실천할수있다.
죽기전에 해야할 100가지를 선정한다면 그 중 봉사활동은 몇번째로 넣어야할지 잠시 생각을 해봐얄듯싶다.
모레 월요일은 환벽당에서 야외수업을 갖는다.그곳 또한 꽃무릇이 만발한곳으로서 얼마나 마음이 넉넉해지고 즐거울지 미소지으며 기다려진다.
나는 보았다
오랫만의 야외수업.
우리의 정자를 선점하기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서 예상대로 목표달성.
늘 보던 무등산의 앞테가 아닌 뒷자락의 능선을 눈으로 더듬는다.
언제봐도 평화로운 발 아래 전경들에 내마음의 평화까지 덤으로 얻는다.
하나 둘 찾아올 하하 회원들을 기다리며 빗자루로 마루를 깨끗이 쓸어둔다.
서로가 웃는 얼굴 새삼스레 확인하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책을 펴든다.
오늘의 수업은 최서혜의 홍염이다. 제목처럼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줄거리다.
문서방의 극단적 선택도,용례의 무저항적인 삶도,용례어머니의 생이별 한서린 삶도,음흉하고 탐욕스런 인가의 몰인정 등
누구하나 동조되지 않는 삶이다.신경향주의의 예견된 결말이라한다.
안타까운 내용에 마음이 어둡고 눅눅해질때쯤 문서방,용례,용례어머니,인가 각 4팀으로 나누어 노랫말에 가사 바꿔달기를 했다.
내가 속한 2조는 용례였다.
각자 나뉜 조별로 노래를 불러가며 때로 웃어가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다.
용례의 처지를 담은,클레멘타인에 바꾼 가사는 이렇다.
땅마지기 한뼘없는
섧디설은 가난에
북간도로 이주하여
살아보려했으나
모질고도 탐욕스런
금수같은 인가놈
열일곱살 꽃봉오리
불꽃속에 잠드네.
주어진 30분도 채 걸리지않아 후다닥 끝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영란언니의 푸짐한 유부초밥을 우선 입에 넣고 서로의 반찬들을 나누기 바쁘다.
특별 초대손님 김경만 선생님까지 삥~둘러앉아 유기농 상추에 산해진미까지는 아니어도 넉넉한 밥상을 차리고 맛있게도 냠냠했다.
어렸을적 소풍때도 항상 그랬듯이 점심 먹고나면 그 소풍은 파장이다.다들 하는일들이 있어 또 일터로 가야하므로 제아무리 풍광좋고 시원한 숲속이라도 바쁜탓에 하나 둘씩 내빼고 김경만쌤, 영주씨와 셋이서 시원스런 전경이 쫘악 펼쳐진 서성저수지로 향했다.
보는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곳이다. 아기자기 예쁜집들이 요소요소 들어서있고 150년된 멋들어진 소나무는 벤치위에 우산마냥 드리우고있다.
찻집도 있었지만 우리는 살랑대는 물가에 자리하고 앉아 신비하고 알수없는 내세이야기,여덟팔자 얘기,경만씨의 재미나고 해박한 얘기로 시간간줄 몰랐다.어쩌다 갖게되는 이런 시간을 사랑한다.잠깐의 휴식이 주는 청량감은 더할나위없는 삶의 활력소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라 흐르는 시간이 아까울 지경이다.
그러나 다음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을했다.
아!!!그런데 다음날 화요반의 수업을 청강하고자한 얘기를 해야겠다.
언제부턴지 세상 모르게 꿀잠을 자느라 꿈을 잘 꾸지않는데 간밤엔 뭔지모르나 소란스런 꿈을 꾼것같다.
하수상한 아침이긴했으나 수업시간에 맞추기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월요반 소속이긴하나 화요반의 야외 수업도 함께하고싶어 산행도 할겸 무등산을 넘어 화순 만년산까지 가기로했다.
업힐,다운힐을 반복하며 새인봉을 거쳐 중머리재에 다다른 시간은 9시 20분.
'흠..늦진않겠구나'
시간을 가늠하며 용추폭포를 거쳐 만년산행 3.7km의 이정표를 확인후 처음 가는길이지만 거침없이 나아갔다.
초행길이라 신선하기도했지만 푹신한 흙길이 아주 기분좋았다.
한사람만 겨우 지나갈만큼 좁다란 길을 쭈욱 따라가다보니 말로만 듣던' 너와나' 목장이 나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국립공원인데도 제대로 이정표도 없는데다가 등산객의 발길이 뜸한탓인지 풀은 우거지고 길은 제대로 나있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길이 있을터인데 나의 불찰로 찾지못하고 길아닌 길로 들어선거다.
내 키만큼 훌쩍 자란 풀숲을 헤치며 가다보니 아랫도리는 이슬로 흠씬 젖고 가시달린 풀이 내 옷깃을 잡아당긴다.
아......대략난감.
그러나 길은 길과 통한다는 내 오랜동안의 체험으로 무작정 가다보니 내 예상과는 달리 반쯤 허물어진 무덤이 나온다.
아뿔사......잘못 들었구나.
사방을 둘러보며 나아갈길을 찾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텅스텐 두드리는 소리가난다.
어느 묘지에선가 무당의 푸닥거리라도 하나싶어 식겁해져서 소리의 진원지를 따라가보니 '너와나' 목장에서 새떼를 쫒는지 철책을 두드리는 소리였다.만년산 가는길을 물으니 그쪽으로 쭈욱 가라한다.
여기서 또 나의 실수!!
무턱대고 만년산이 아니라 구체적인,내가 가야할곳과 가까운 큰재 주차장을 물었어야했다.
그러나 사려깊지 못하게 아저씨의 일러줌대로 아무리 나아가도 길은 나오지않았다.
와아~~ 이걸 어떡해야하나 서서 정신을 가다듬는데 갑자기 풀숲에서 푸드득하고 까투리 한마리가 날더니 연달아 열댓마리가 떼로 날아간다.암 꿩인 까투리는 잘 날지않고 주로 떼를 이뤄 다니는듯하다.화들짝 놀라 그대로 서있는데 이번엔 오른쪽에서 기척이난다.
놀라서 돌아보니 아......아...... 대박! 대박! 완죤 깜놀~
야생노루가 껑충거리며 뛰는게 아닌가? tv 에서나 보던 노루를 직접 보다니.
아문센이 남극을 발견할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지구가 둥글다는것을 처음 알았을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너무나 놀랍고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놓고 보는것도 잠시,이내 풀숲으로 사라졌다.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사라진쪽으로 쫒아갔으나 보일리 만무,아쉽기 짝이 없었다.
무등산 다닌지 1년 반만의 업적이다.
아쉬움에 쩝쩝! 괜시리 옷을 털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슴에 담기로하고 다시 정진.
며칠전 많은 비가와서 계곡의 물은 넘쳐나고 우거진 나무로 컴컴하기까지한 숲속길을 한참을 가다보니
어머나! 뭔 생뚱맞은 무돌길이 나온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됨을 감지하고 시간을보니 11시가 지났다.
제대로만 갔으면 수업은 들을수있었을텐데. 이쯤되면 포기하고 무돌길의 아름다움이나 느껴야겠다싶어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길따라 철저히 혼자가되어,혼자임을 즐기며 자연과 하나되어 걸었다.
숲을 벗어나서야 마침내 사람을 만났다.
알고보니 2수원지를 끼고있는 용연마을이다.
멧돼지 출몰지역이라는 경고판이 나의 무모한 대범함을 나무라는듯 세워져있고 농작물을 지키는 백구들이 나의 출현에 반가운듯 꼬리를 친다.개집도있고 밥그릇,물그릇도 있지만 밤중에 멧돼지라도 나타나면 얼마나 놀라고 무서울까싶어 측은함에 한참을 예뻐해줬다.
'안녕~ 또 만나자~'
인사하니 한마리는 꼬리를 치며 아쉬어하나 한마리는 멍하니 쳐다본다.
용연마을에 다달아 정자에 앉아 셀카도찍고 동네 어르신들과 얘기도 나누고 잠시 쉬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집에와서야 비로서 피곤함을 느꼈으나 아까 본 노루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흥분이 가라앉질않았다.
큰대자로 누워 나직히 중얼거려본다.
노루야! 한번만 더 보여주면 안되겠니?
미안하다는 말,그거 어렵지 않아요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미안해요" "고마워요"란 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손가락으로 셀 정도라는걸 깨닳았습니다.미안한 일도 그다지 한 적이 없고 고마울만큼 남에게 도움받으며 살지도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설령 미안한 일을 했어도 설명을 한 후에 이해해달라며 당당히 말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년에 단 한번도 " 미안해요"라는 말을 안하고 산것같습니다. 정말로 남에게 미안한 일 한번 안했을까요?님의 잘못은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은 남에게 미안한 일 한 적 없었노라 말할수 있는걸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비교적 도움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저 혼자 생각이지요.
문득 저로인해 불유쾌한 일을 겪었어도 직접적으로 제게 말하지 못한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이 역시 얼마나 오만한 생각일까요?
그나마 "고마워요"란 말은 더러 하기도 했습니다.그것도 타인에게보다 제 자신 마음속으로만 말입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귀가했을때,감기한번 걸리지않고 건강하게 겨울을 났을때,그리고 잘 자라준것에 특정 대상도 없이 "감사합니다"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인색한 사람인지 참 부끄럽습니다.남의 아픔을 돌아보기보다 우선 내 아이들을 바르게 잘 키우고 제 가정 건사 잘하는것이 애국하는 길이요,바람직한 일이라 여기기까지 했습니다.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도 도그마적이지요?
"고마워요"라는 말도 진심을 담지않고 무심히 해댔던 말은 아니었을까요?마치 새해가 되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덕담을 으례히 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문득 그건 아니었을듯 싶습니다.마음에도 없이 입에 발린 말은 쉽게 하지못하는 성격탓에 적어도 그냥 하진 않았을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에 진심으로 고마워서 "고마워요"란 말을 스스로 했습니다.
10여일 전에 최종 바이러스,정성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전화를 받고 뛸듯이 기쁠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했습니다.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우울하기까지 했습니다.그것은 아마도 최선을 다 하고난 후의 허탈감은 아니었을까요?
이제 바라던바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으니 거기에 맞춰서 또 다른 플랜을 짜야할듯 싶었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그동안 말없이 지켜보느라 고생했고 뒷바라지 해준것도 고마워요 였습니다.아마도 단언컨대, 제 입에서 "고마워요"란 말을 들은건 처음일것입니다.남편도 이런 생소한 말에 당황한듯 별 말없이 "음 음 알았어"하곤 말더군요.워낙 말수가 없고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살갑게 다독거리진 못해도 기실은 인정도 많고 독한 성격이 되지못합니다.주사 맞고 온 날 밤에는 밤새 잠 못자고 힘들어하는걸 알고선 조용히 혼자서 아침밥을 챙겨 먹고 나간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원레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입맛을 잃은 절 먹이기위해 소문난 맛집을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요.지난 추석땐 몸이 아픈데 시댁에 갈수 있겠느냐며 자기 혼자 다녀오겠다고 하더군요.
결혼하여 30년동안 명절엔 단 한번도 빠짐없이 다닌 사람한테 말입니다.이런 일련의 일들이 다른 부부들에겐 당연한 일일지 모르나 제 남편으로선 최고의 배려라는걸 압니다.
말에도 훈련이 필요할듯 싶습니다.처음엔 하기 어려운 말도 한번,두번 하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오래전부터 결심했었으나 실행에 옮기지못한 일을 이제부터라도 해보려합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생활화하자 입니다..
신달자님의 메세지를 굳이 빌리지않고도 늘 염두에 둔 말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중요한,임진년 새해에 다짐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목표한 일이 몇가지 있는데 그 두번째로 둘까 합니다.세번째에 둘까 말까로 한참을 재보다 두번째로 올립니다.아마도 잘 되지않을것입니다만 어려운 결심을 실천으로 완성해보려합니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꿈에도 그리는 아들과딸을 만나러 가는길은 언제나 행복하다.흰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준비하는 시간조차도 즐겁다.양파피클과표고가루,디포리가루도 넣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고추장도 예쁜 유리병에 담는것도 잊지않고 어서 빨리 가려는 마음따라 손놀림도 빨라진다.드디어 준비완료!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가는 내내 두아이 만날 생각에 지루한지도 모르게 금새 도착했다.
아들과 딸내외를 만나 떨어져있었던 그간의 얘기들 나누며 신나는 시간을 보내노라니 이틀이 후딱 지나갔다.
일요일 아침이었다.딸내외는 일요일 하루는 별일없으면 늘어지게 늦잠을 잔다한다.그러나 평소대로 6시에 일어난 나는 물 한잔을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다 ' 뭘하지?'생각끝에 아침 산책을 나가기로했다.지갑도 없이 핸드폰과 열쇠만 들고서 새벽길을 나서서 발전된 길보다는 숲이 보이는 쪽을 향해 걸었다.딸이 사는 동네는 과거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큼 달동네였다.지금은 개발이 이뤄져 제법 근사해졌지만 산 바로 아랫쪽은 아직도 70년대의 모습이 남아있었다.하꼬방같은 구멍가게는 정겹기까지했고 푸세식 변소였을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었다.흘러간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시골스런 이발소도 보이고 손바닥만한 미장원 앞에는 마당없는 설움을 푸는양,오밀조밀 수없이 많은 화분을 늘어놓았다.사람 머리 하나 겨우 들어갈만한 작은 창문이 달린 납작한 집엔 옛날의 꽃인 분꽃과 채송화도 피어있었다.사람이 살았다는게 신기할정도로 장남감같은 집들은 옹기종기 붙어있었다.그 정겹기 그지없는 집들도 곧 개발에 들어간단다.한참을 더 올라가니 제법 숲이 울창한 야생화공원이 나왔다.얼마전 김태희와 비가 몰래데이트를 하던곳이라나.시원할 숲속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숲보다는 동네를 더 기웃거리고싶어 내리막길을 택하기로했다.내려갈수록 현대화된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한걸보니 영세할수록 교통이 덜 좋은 윗쪽으로 자꾸만 올라가는가보다.반듯한 도로와 잘 정비된 상가 지역이 나오자 구경도 시들해져 재래시장쪽으로 방향을 잡으려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내 멈추겠지하고 내쳐 가기엔 너무 세차서 할수없이 안마시술소라는 붉은 간판이 걸린 처마밑에서 잠시 피하기로했다.주변의 간판들을 구경하며 쪼그리고 앉아있으면서 '주인자니트'란 간판을 보곤 여고때 동창 이름과 같은데 혹시 그 아이가 아닐까? 동물병원 간판에 그려진 '시베리아 허스키'를 보곤 빙그레 미소도 지어보고 무료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내다보니 시간은 집 나온지 두세시간이 지나 9시가 넘어있었다.1시간 가량을 그러고 놀고있던셈이다.무작정 비를 긋고 있으면서, 딸에게 전화하여 어디쯤이니 데리러 오라고 전화할까?그것이 번거롭다면 택시를 타고 갈테니 아파트입구에서 기다리라할까?이런저런 생각을 안한것은 아니었으나 달콤하게 늦잠을 즐길 딸과 사위를 깨우고 싶진않았다.머리와 몸은 이미 젖어서 불쾌하고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나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할때쯤 빗줄기는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이왕 젖은몸!'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비를 맞으면서도 시장 구경은 놓치지않으면서 걸었다.비가 오고 일요일 아침 시간인데도 상인들은 장사 채비를 하고 있었다.고단하고 힘든 하루가 아니기를 바래본다.
3시간여 동안이나 돌아다니다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와서 샤워까지 마치고 나올때까지도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머리를 말리느라 선풍기 켜는 소리에 깼을까? 딸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나온다.엄마가 동네 마실을 심하게 다녀온것도 알 턱이 없을것이다. 말을 하면 분명히 딸아이는 다음부터는 달콤한 늦잠을 자지않을것이다.엄마의 사이클에 맞추느라 새벽같이 일어날것이고 그러면 내 마음이 편치않아질것이고 그러면 그러면......하광하는 차속에서 내내 생각해보았다.왜 말을 하지않았을까를..... .
5월의 승촌보 축제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높고 쾌청했지요.
하하 모두제 이후,오랜만에 갖는 월 화요반 합동 나들이에 다들 신나보였습니다.
행여라도 봄볕에 그을릴까봐 스카프로 꽁꽁 여미고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하고 우리네는 각자 차를 나눠 타고 꼼꼼하게 답사까지 마친 승촌보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봄처녀가 되어 얼굴은 싱글벙글,쉴새없는 재잘거림속에서 오랫만에 은사님도 뵙고,키타 선생님도 함께 해주셨고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즐거운 소풍을 예감했습니다.쌍둥이 정자에 짐을 풀고 옹기종기,도란도란 모여앉아 자기 소개할적엔 자주 만나지못한 화요반 식구들의 활기찬 소개조차도 즐거웠지요.학창시절에나 불렀던'연가'를 키타 반주에 맞추어 합창할적에도 어찌나 재미나던지 나만 신나는가?싶어 슬그머니 둘러보기도 했답니다.
마침내,우리의 명 사회자, 춘희씨가 되고 싶다는 춘덕씨의 사회로 시작된 2인1조 풍선 터트리기는 묘순씨의 사심 가득한 안주영,키타 선생님과의 찐한 포옹으로 절정에 달했고 뒤뚱거리며 달려가 소나무 터치후,밀가루속에 숨겨진 사탕 찾아 먹기,방석 탈환 내기에선 끝까지 몸을 날린 영주씨,상대방 발목에 달린 풍선 터트리기에선 목숨걸고 지켜내다 마침내 항복한 미형씨,입으로 소독저를 물고 양파링과자 끼워 옆사람에게 전달할땐 다들 진지해져 열심히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모두가 한결같이 신나게 깔깔거리는 모습을 보니 어찌 아들 딸낳고 반백년을 지나온 얼굴이라 할수있을까 싶을만치 재미나 죽겠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참 많이도 웃고 즐거웠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게임할때 나눈 장미반과 찔레반으로 각자 자리를 잡고 서로의 야심찬 집밥을 꺼내놓으니 왠만한 잔치상 부럽지않은 푸짐한 상차림이었습니다.두희씨가 준비해온 떡도 먹어야겠는데 경만씨의 모싯잎떡은 또 언제 먹나 걱정하며 둘러보니 명옥씨의 10인분쯤 되보이는 찰밥과 누가 해온지는 모르나 불고기,제육볶음,미나리무침,유기농 상추까지 그야말로 잔치집이 따로 없었지요.
소박하게 집밥 나누기의 취지는 좀 어긋났지만 우리 하하 식구 모두의 마음씀이라 생각하니 참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은 여러 게임을 준비하는라 애쓴 춘희씨(?)가 개인으로 준비해온 상품권 시상이 있어 신나기도 했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잘 챙기는 후덕함에 고마움을 느끼며 애정어린 눈길을 속으로 보냈습니다.
모두 마친후 교수님의 마무리 강의를 듣고 각자의 길로 나뉘며 속으로 생각했답니다.
날이 서늘해진 가을쯤엔 하반기 가을 소풍을 또 가자고 졸라야겠다......라고요.
김경만쌤의 차에 편승해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처음 만난 교수님과의 인연도 햇수로는 5년째이고 꼬박 4년을 함께 했습니다.
처음엔 그리 많지않은 회원이었는데 지금은 그 3배쯤 많아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우릴 한자리에 모여 앉게 했는지요.
자기 자신을 가꾸고
보다 폭 넓은 시야를 갖고
자신을 뒤돌아볼줄 알고
욕심과 불의에 부끄러워 할줄 알며
베품을 실천하고자 하는 가르침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께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우리 하하의 무궁한 이어짐을 기원,또 기원하며 발걸음은 무거우나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웁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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