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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는 '편하게 만나는 독일 철학' 가운데 하나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중심으로 그의 철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주지하듯이 칸트는 독일 계몽기의 비판 정신을 일깨운 인물로, 그의 철학은 독일 고전 철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기독교 교리에 얽매여 의례를 중시했던 학교생활을 '소년 노예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으며, 쾨니히스베르크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는 태생부터 건강하지 못했지만 80세까지 살았을 정도로 장수했으며, 금욕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컨대 이웃 사람들이 그의 산책 시간을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고,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그가 집필한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그리고 <판단력비판>은 비판철학을 대표하는 저서로 평가되고 있다. 그의 저서는 너무 어려워 원전을 통해서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기에, 그의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미덕이 돋보인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칸트의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1장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워라벨'은 보편적 행복 추구권의 핵심이지만, 경제적 여유가 결국 이를 용이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워라벨'인 것처럼, 칸트의 비판철학이야말로 종교에 억눌렸던 인간의 삶의 방식에서 '심적 여유'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칸트에게 있어 '비판이란 일종의 경계를 짓는 행위'이며, '판단의 논리적 근거와 체계를 세우는 것이 비판적 사고'라고 설명한다. 즉 '칸트는 비판을 통해 우리의 앎과 행동에서 균형을 세웠'음을 강조하고 있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 사람'이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칸트를 '대기만성'의 인간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칸트는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50대 후반의 나이에 <순수이성비판>을 저술함으로써 일약 당대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고, 그와 연관되는 두 권의 저서의 출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3장부터는 <순수이성비판>의 주요 개념과 내용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이성'을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거나 기존의 가치관을 옹호하기 위해 배제와 낙인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하지만 칸트는 이성만이 아니라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주관적 경험으로부터 인식의 내용을 얻어야 한다'고 논했던 것이다. 즉 저자는 '이성의 독단론과 경험의 회의론을 모두 피했다는 점에서 칸트의 비판이론은 매력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흔히 관념적 사유로 일컬어지는 '형이상학'의 문제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믿음은 신앙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현상의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식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유될 수 있는 학문'이라고 규정하였다. 저자는 특정 종교의 교리에 기반한 '비생산적 사상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5장에서는 '자존감'의 정체와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나를 사랑할 용기'라고 정리하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존감이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거나,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내면의 자발적 용기'라고 규정하였다. 이런 측면에서 칸트의 철학이 '근대 인본주의'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6장에서는 칸트의 실천이론에서 '행복'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때로는 행복이 '쾌락을 얻기 위해 자연적 욕망에 굴복'할 수도 있기에, 칸트는 '윤리' 즉 '보편적 양심에따라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관점에서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타당한 입법의 원리가 되도록 행위하라."라는 '정언명령'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에 여러 차례 칸트의 저서를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나로서는 어려운 문체와 개념들로 인해서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순수이성비판>의 주요 개념과 내용들을 조금은 쉽게 설명하고 있어, 다음에는 기회가 닿으면 번역본을 완독해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겠다. 비록 간략하게 정리했지만, 칸트의 이론에 대해서 조금은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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