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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이란 단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낯선 곳을 찾아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그곳에서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탐험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도 누군가의 탐험의 결과에 의해서 하나씩 그 비밀이 밝혀졌고, 때로는 그로 인해 과학의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오지에서 미지의 세계까지 위대한 발견 실화 80'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역사상 뛰어난 과학적 발견을 이끈 탐험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낯선 것에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지닌 특징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기회만 주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그 탐험에 기꺼이 동참을 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저자는 '과학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바꿔놓은 탐험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펼쳐내고 있다.
모두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 가운데, 가장 앞부분에는 '미지의 땅으로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동식물의 종을 분류한 린네(린나이우스)의 라플란드 원정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지구의 모양을 입증하기 위해 배를 타고 출발한 프랑스와 스페인의 합동 원정대, 신대륙의 일부였던 자메이카에서 가져온 온갖 동식물의 표본을 간직한 '호기심의 방' 등에 관한 설명들이 제시되어 있다. 다만 하나의 항목들에 대해서 5페이지 이내의 길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마치 사전처럼 정보 전달을 위한 개략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럼에도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정보들은, 인류 역사에서 이뤄졌던 탐험들이 과학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한 항목들의 경우 글의 말미에 그에 대한 참고 사항을 덧붙이고 있어, 전체적인 글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두번째 항목은 '지도 없는 바다'라는 제목으로, 남극과 북극을 비롯한 다양한 항해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콜럼버스라고 알려졌지만, 성직자이자 아마추어 지도 제작자가 탐험가 아메리고의 여성형인 아메리카로 기록한 것이 굳어져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밖에도 대서양에 통신선을 깔아 구대륙과 신대륙을 연결하는 통신이 가능하게 했던 사실과 DNA를 활용하여 네스호의 괴물의 정체를 밝히려는 노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탐험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마르코 폴로나 에드먼드 힐러리 등이 위대한 탐험가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탐험이 과학 기술에 공헌한 바 없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한다. 즉 저자의 관심이 단순히 탐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과학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탐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여기에 소개된 내용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세 번째 항목은 '바다의 깊이'라는 제목으로 바다의 깊이나 바다 속 생물들을 조사하기 위한 탐험들을 다루고 있다. 지구의 약 70%가 바다로 덮어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그 중에 상당 부분은 여전히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달과 화성을 탐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바다 속을 자유롭게 탐사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육지와 물속에서의 압력차 때문이라고 한다. 10M 깊이마다 가해지는 압력이 배로 늘어난다는 사실이 더 깊은 심해로의 탐사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그것에 견딜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가지 인류는 얕은 바다로부터 시작해서 심해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 항목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바로 그러한 주제들인데, 영화로도 유명한 타이태닉호를 찾기 위한 시도에서부터 심해 깊숙히 사는 생물들을 탐사하기 위한 노력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소개되고 있다. 문득 탐사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대변하던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으로 맞서던 이른바 '냉전' 시대에 촉발되었다. 아마도 인공위성의 개발을 통해 상대를 무력화시키려는 방법을 우주에서 찾고자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리고 우주 개발의 역사에서 초기에는 늘 소련이 한 발 앞서나갔고, 그리하여 지금도 우주개발에 있어 최초라는 타이틀은 대부분 소련 출신들이 가지고 있다. 이제 우주에 대한 탐사의 주도권은 소련의 뒤를 이은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뛰어든 중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 책의 네 번째 항목은 '우주 탐사 임무'라는 제목으로 1957년 소련에서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에 대한 내용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달과 우주왕복선, 그리고 태양계와 그너머를 탐사하는 작업이 지속되고 있는 우주 탐사의 역사와 계속되는 도전이 시도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항목에서는 '미래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아직 이루지 못한 인류의 꿈에 대한 탐험 도전 목록을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인간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지구에 대한 목록도 있지만, 대부분은 역시 태양계를 비롯한 우주로의 탐사 계획들이 목록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은 계속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다만 처음에는 인류의 시선이 지구의 경계에 머물러 있었지만, 점차 우주로 확장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정신은 어쩌면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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