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애주가라고 밝힌 나로서는 와인이 특별하게 애호하거나 고집하는 주종도 아니다. 간혹 선물로 받거나 지인들이 가져온 와인을 함께 마시기는 하지만, 내가 먼저 와인을 구입한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술의 역사나 정보들에 대해 관심이 적지 않기에, 책이나 다양한 기회를 통해 와인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지인들이 특별한 술이 생기면 자리를 마련해서 함께 마시기를 청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와인들을 접했고, 한번 마신 술에 대해서는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그 특징을 상세히 알아본 적도 적지 않다.
처음 이 책을 접하면서, 제목을 보고 와인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책의 내용에 집중하거나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이 책은 다양한 와인을 소개하면서, 그에 관한 저자의 느낌과 생각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글로 엮어졌다. 저자 소개에는 자신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파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날마다 와인을 마시면서 책을 읽고'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각 항목에 수록된 글들에는 각각 하나의 외인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저자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덧붙여 풀어내고 있다. 우선 각 항목의 제목을 보면 ‘와인을 듣다’와 ‘와인을 읽다’, ‘와인을 쓰다’와 ‘와인을 말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인에 대하여 커피, 헤이리 그리고 세상 읽기의 어려움’ 등으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다. 책의 곳곳에 소개되어 있는 저자 자신의 독서 편력이 대단히 폭이 넓고, 레스토랑 운영과 헤이리 마음에 대한 자부심이 남드르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는 다양한 와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소개하는 일부의 정보를 제외한다면 그 내용이 추상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여겨졌다.
대체로 모든 음식은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어 일률적으로 그 맛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데, 술도 역시 그러한 측면이 존재한다. 맛에 대한 취향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글을 통해서 누군가에게 그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자신의 취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제대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독자들의 공감보다 일단은 저자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표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그래서 와인에 대해서 저자 만큼 잘 알지 못하는 독자 입장에서 책의 내용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와인의 경우 이른바 빈티지 브랜드는 값이 비싸 일반인들이 마시기에는 부담스럽다고 한다. 나 역시 술을 좋아하고 와인도 즐기지만, 딱히 브랜드나 품종을 가리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일단 어떤 것에 관심이 꽂히면 더 좋은 것을 찾으면서, 경제적인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취미생활도 특별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가급적 보편적인 것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와인들 가운데 와인 애호가인 지인이 소개해 주는 몇 종류를 접해본 적이 있지만, 저자처럼 그 맛을 깊이 음미해가며 마시지는 못했다. 다만 와인 애호가라면 저자가 소개해주는 다양한 브랜드의 와인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서문에 해당하는 '책머리에'에서 저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와인을 소개하고, 와인과 함께 자신의 삶의 영역으로 떠오른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서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와인과 함께 소개된 다양한 소재들은 문화에 대한 저자의 안목이 다양하고 깊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러한 내용들에 대해서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하는가의 문제와는 별도일 것이다. 나 역시 저자가 안내하는 다양한 소재들에 때로는 공감하면서 때로는 낯섦을 느끼면서 읽었음을 다시 한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와인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깊은 안목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에, 저자의 와인에 대한 소개가 조금은 더 보편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