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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13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작품에 드러난 여성적 시각과 작품 세계에 대해서 탐색하는 내용의 책이다. '이토록 풍부한 여성영화의 세계‘라는 부제를 통해, 저자가 이들을 통해 조망하고자 하는 바가 잘 드러나 있다고 여겨진다. 여성 영화감독의 특장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우선 등장인물의 감정 묘사가 섬세하고, 관객들 역시 공감하며 몰입할 수 있는 형상을 그려낸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그것을 일컬어 ‘상상력의 힘’이라고 평가하면서, 여성 감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 영화의 자장이 점점 확장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토록 풍부한 여성영화의 세계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여성 영화감독의 인터뷰와 그들의 작품세계를 조망하여 논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의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모두 13명의 영화감독의 인터뷰를 진행한 1부 ‘만남 ?우리가 사랑한 감독들’에서는, 그 대상을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극장을 통해 장편 극영화를 선보인 여성영화 감독을 인터뷰하고 그의 작품들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영화를 자주 보지 못했기에 저자가 소개하는 감독들의 작품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인터뷰 대상자들의 이름만큼은 너무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저자 역시 이 책에 수록된 ‘열세 명의 이름이 완성된 리스트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조합이 저자에게는 최선이지만 여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리스트를 덧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다.
화제성이 강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연출한 김도영 감독, 어린 여성들의 시각에서 <우리집>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를 선보였던 윤가은 감독, 귀에서 나는 이명을 <벌새>의 소리로 묘사해서 여성 청소년의 삶과 당대의 사회 현실을 접목시켜 형상화했던 김보라 감독 등이 인터뷰 목록의 앞부분에 올라있다. 여기에 정치현실을 풍자한 <정직한 후보>의 장유정 감독, 노년의 여성이 젊은 남성의 성폭력에 맞서 싸우는 <69세>의 임선애 감독, 그리고 이 시대 청소년들의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 <보희와 녹양>의 안주영 감독 등의 소개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유은정, 박지완, 김초희, 한가람, 차성덕, 윤단비, 이경미 감독의 작품 세계와 그들이 연출했던 연출 목록 등에 대해서도 저자의 관점에서 소개하고 있다.
‘역사 ?한국영화의 전환을 이끌었던 여성들’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여성감독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21세기의 현실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초창기부터 힘겹게 활동했던 여성 영화인들의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1990~2000년대 여성영화의 프리퀄’이라는 부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여성 감독들의 활동이 뚜렷한 두각을 나타냈던 1990년대 이후의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영화인들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기에 소개되어 있지만 아직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하나씩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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