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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시조집을 출간하면서
("망상의 넋 풀이")
꼴통같이 바쁜 나날 양심의 명령에 따라 진상의 눈초리로
허공의 내장을 꺼내 집을 짓는 거미처럼 글을 쓰려 하지만
독서량이 태 부족하여 줄 탁 동시 같은 시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밥솥 안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타듯 눈물 흘리는 증기처럼 가슴이 끓어 오르지만
속 빈 강정 같은 머리만 헛도는 병마개처럼 빙그르르 돈다.
햇볕 튀기는 날 산에 올라 땅 바닥에 궁둥이 붙이고 무릎 세우고
깍지끼고 세운 무릎 꼭 껴안고 고개 들어 흘러가는 양떼구름
바라보면서 시간이 불어 터지도록
정돈되지 않은 사색의 깊은 늪에 빨려들어 가다 보면 어느새
노을은 천지(天地)를 홍옥처럼 물들이고 흙과 수풀 묻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무(無) 정난 같은 시를 쓰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면 쓸수록
머릿속은 심야방송이 끝난 후 치지직 거리는 소리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잠시 몽상의 보퉁이를 내려놓고 마음의 뚜껑도 쾅하는 소리가 나도록 닫고
시간의 구름 속에서 살짝 빠져나와 짧은 키를 쭈~욱 뽑아 발바닥에 지남철 붙은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동공이 풀린 눈으로 흐르는 강의 휘어짐을 바라보며
시인으로서의 확신의 즙을 짜려니 성장통 아이가 젖 앓이 하듯 가슴이 아파 눈가 물미가
철철 넘쳐 굵은 눈물 몇 방울이 발등이 아리도록 뚝뚝 떨어진다.
한비문학에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심(心)을 탁본하여
벽에 걸어두고 저 하늘의 구름이 되고자 다짐을 맨발처럼 보여줄 수는 없지만
마음을 가지런히 다져 개어둔다.
("문인을 꿈꾸며")
문학은 고뇌의 늪이다.
경쾌한 울부짖음으로 부음의 결례를 할 때까지 시인으로 살고
싶은 것은 문학이라는 불하를 받은 덕택이다.
생명의 연민이 자기생명 보호를 앞지르는 삶 속에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따사롭게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남기에
나의 남은 삶의 방향을 문학으로 잡고 싶다.
예쁜 시집을 나의 젖비린내 묻히면서 밀월여행의 동반자로 열애중이다.
책이라는 자투리를 물어다 쥐구멍에 쌓아놓고 자갈밭에 시(詩)를 뿌려
시(詩)라는 곡식을 거둘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살고 싶다.
그물코에 걸릴 수밖에 없는 회유성의 운명, 문인의 길…….
면도날 위를 기어가는 민달팽이의 조심성을 배우고 관용의 소금도 뿌리며
송전탑이 쉰 통곡해도 바람처럼 납작 엎드리고 잎새처럼 숨죽이는
고요함으로 황태가 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날을 꿈꾸듯
나도 문인의 길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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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차가운 봄바람의 살얼음 깨부수고
외로운 갈대 바람 뭣 하러 품었던가
홀연히 가면 될 것을 눈 속 꽃이 웬 말인고
가련한 갈대꽃아 구슬픈 메밀묵아
창꽃잎 한 사발에 눈물 꽃 심었던가
지킴이 되려 하는가 눈물일랑 심지 마세
한 사랑 메밀밭에 홀로 앉은 뻐꾹새야
가는 밤 아플세라 눈 뜬 밤 새웠던가
세월 밤 흘러가면은 웃을 날 있을걸세
이른봄 달겆이에 햇살 마중 나왔던가
여린 품 나그넨걸 꽃봉울 안았던가
햇살은 그대로인걸 마음 품 품어보세
한 세월 흘러가면 열매맺어 좋을 것을
지금의 조바심이 눈물열매 맺었구나
빨간 잎 피어난 세상 내 세상을 만드리
매화꽃 꽃잎 따다 술독에 절였더니
톡 쏘는 시큼함이 마음사랑 심었구나
해(光)보는 마음일랑은 잠결에다 심게나
매실 꽃 한아름은 내 마음의 꽃잎이요
매실향 열매 꽃은 내 마음의 심줄이라
영원한 잎새 품새가 하늘인 양 같아라
복숭아 한입 물어 향큼함 더해지면
볼연지 우물가에 함박웃음 피날지라
올 가을 가고 나면은 님의 품의 안기리
해당화 피날 적에 향기일랑 품어보소
그 향기 따다 물고 입맞춤을 하고 갈 제
설레임 가슴속에는 아름방울 품으리
임 향한 이내 마음 갈 꽃에 비할쏜가
햇님사랑 해바라기 변할 줄 있을쏜가
씨앗이 영글적에는 깨소금 맛 같으리
꽃 풀 동아
찬 이슬 머금은 채 울먹이는 잎새동아
늦은 밤 꽃풀에는 달그림자 두지 마세
때 늦은 밤 걸음에는 외로웁지 않은가
해 걸음 늦은 밤엔 달마중 하려는가
가슴에 멍울 땀은 바람결에 날리시게
마음이 아려들거던 눈물바람 뿌리세
꽃잎에 마음 담아 이슬을 먹어련가
진딧물 엉겨들어 피 멍울 먹을련가
몽울든 다릿발에는 설(雪)꽃잎 피었구나
해당화 봉울잎이 내 마음에 내려앉고
햇살 든 가랑잎엔 태양방울 심는구나
꽃풀든 사랑바람엔 설렘 바람 타누나
마음에 꽃길 담은 설레임 속삭임도
달마중 나루터엔 속살 아름 피었던가
속마음 댕기걸음엔 살짝 방울 피었지
달마중 하늘 그림 속삭이는 꽃풀동아
그늘에 피는 꽃이 시리지도 아니한가
쌍고동 피는 날에는 울고 가지 않으리
쥐방울
딸그락 쥐방울이 천둥 바람 몰고오면
한낮의 먹장구름 소리없이 버텨서고
물벼락 옹기그릇엔 돌맹성만 가득 타
햇살 든 연못 바람 새톨방울 울고 갈 제
달마중 연꽃 방울 새알 밤톨 꺼내누나
어쩌나 어찌할까나 한 톨 나눠 줄까나
옹골진 숲 풀밭에 날다람쥐 한몫 끼면
새알방울 연지곤지 불그레도 홍당일고
꽃풀에 달그림자가 설렘 바람 타누나
꽃 잔치 나풀림에 솜사탕 실룩이면
꽁지 튼 날다람쥐 갈 꽃잎 따서 물고
새알 든 둥지 꽃풀에 어금니 내미누나
새앙 쥐 나풀댕기 한갓 들어 쉬고 갈 제
고양이 울음소리 천둥 바람 콩닥 바람
숨통이 얼어붙을라 구멍바람 찾누나
청춘
사랑의 눈귀 멀어 한세월 다 보내고
갈 까막 귀 필세라 송곳니 다 타 붓고
하루해 지는 햇살이 저 멀리 느껴진다.
여흥에 눈 귀 멀어 술독에 빠져 살고
해 걸음 청춘 살이 맥없이 지나갔네
어쩌나 어이할까나 불타버린 청춘을.
한잔 술 기울이며 눈시울 붉혀본들
지나간 내 청춘은 어디에 떠났을꼬
애꿎은 젊은 날들이 그리워 한숨 쉰다.
물방아 내리방아 앉아서 꽃담 피운
한세월 흘러버린 청춘은 간곳없다
어이해 꽃다운 청춘 물길에 보냈을까.
광대들 곡예 춤
까만 밤 달빛 아래 풍물패 달거리에
장구채 북채봉이 하늘을 노래하고
큰 북채 꽹과리들도 장단 춤 흥에 겹다.
곡예 춤 한판 춤에 밤 익어 노래하면
각시춤 장단 춤에 놀이도 흥에 겹고
저 하늘 밝은 불빛이 가락 춤 추어본다.
한갓진 노들담에 광대들 놀이마당
장구춤 징소리에 어둠 막 걷어주고
한시름 가신 걸음에 묵은 맘 씻기우고.
짚신 발 동동거려 하늘로 날을 라면
곡예 춤 한마당에 한 장단 놀이장단
양반네 각시놀음도 한마당 웃음 진다.
야속 터라
한밤중 잠 못 들어 시름에 뒤척이고
가는 님 애통하다 붙잡아 앉혀봐도
맘 떠난 내 님 발걸음 잡을 수 없더이다.
머리엔 하얀 고름 함박눈 덮어쓰고
얼은 발 호호 불며 길나선 우리 님아
어이해 한밤중 길이 외롭지 아니한가.
청산(靑山)에 묻혀 산다 수없이 말해놓고
어이해 홀로 간다 야속이 가려는가
청산(靑山)이 싫어서인가 이 몸이 싫었던가.
그대가 떠난 자리 공허한 짐뿐인데
이 가슴 멍울 진 곳 메 꿀 수 없다 보니
가슴에 흐르는 물이 한강을 이루더라.
시골 장
골 망태 등에 메고 시장 길 올라서면
우둘툴 자갈길을 걷고 또 걸어갈 제
새벽길 나선걸음이 해질녘 돌아온다.
산굽이 너털 걸음 바삐도 재촉하고
새벽별 보고 나선 발걸음 재 넘을 때
귓전에 들리는 소리 어머니 방울소리
주머니 딸랑 소리 엽전 냥 꾸러민가
찰랑댄 엽전소리 마누라 거울사고
참빗 님 하나 거들면 쥐구멍 달아난다.
솔방울 한 보따리 시장에 내다 팔아
울 색시 꼬까신에 입가도 웃음 일고
버선 짝 한 켤레 사면 입가심 끝이 난다.
어머니 허리띠
어머니 내 어머니 어디에 계시니까
땅 치며 통곡해도 들을 리 만무하고
애타게 불러보아도 대답만 멀어지네.
한줄기 가고 나면 태산도 앞가리고
까맣던 멍울가슴 한 서러 가슴 친다
어머니 이내 어머니 애타게 불러본다.
등 굽이 다 닳도록 허리띠 졸라매고
사 남매 키울 적에 버선발 댕이치고
엄동 설 얼음골 길을 맨발로 뛰었어라.
세월이 약이련가 청춘에 속고 살고
울 엄니 가신 걸음 한밤중 연막인가
안개등 자옥 들어서 배고픔 잊었던가.
강물에 한탄하며 발걸음을 옮길 적에
개울가 징검다리 멀어지고 험했어라
어찌해 인생살이가 이다지도 힘들까.
설풍
바람의 휘날리는 하얀 꽃 하늘 덮고
계곡 등 봉울마다 흰 눈 설꽃 가득 이다
하얗게 옷 입은 산이 솜털인양 같아라.
간간이 내비치는 숲 속 길의 움막천사
초가집 이엉 엮은 초가지붕 새하얗고
노루도 미끄러질라 힐끗 내려다본다.
굽이쳐 흐른 줄기 흰 눈 설꽃 내려앉고
바람에 휘날리듯이 흰 설꽃 바람인~다
때때 등 오색넝쿨이 솜 방울 옷 입었네.
하얀 꽃 하얀 물결 산등성에 올라앉고
겨우내 폭설 눈꽃이 풍년 꽃밭 이뤄줄까
메밀꽃 바라보듯이 눈꽃 요기 요란타.
폭설에 지친 다리 마당비 쓸어볼까
하늘은 새하얗게 그칠 줄 모르는데
수북이 쌓인 눈송이 온 마당 가득 이다.
일출몽(日出夢) 등대지기
등대 등 하늘 높이 불 깜빡 일렁이면
오가던 고깃배들 한숨도 잦아들고
한밤에 지킨 불빛이 노을 량 붉게 탄다.
동녘에 일출(日出)봉도 달빛에 그을리면
등대의 나팔소리 저 멀리 퍼질 때면
길나선 어부님네들 고향 길 찾아들고…….
노랑 빛 홍당 물결 곱게도 물들이면
동녘에 둥근 해가 빼꼼이 인사 한다
두어 반 지나보니까 눈망울 눈부시다.
하늘엔 노을 불빛 죽변항 일출(日出)일고
바다 위 수논 물결 구름위 올라서면
아침에 이는 물결이 아름 성 만들도다
등대 위 우두커니 홀로선 등대지기
일출(日出)에 홀리었나 멍하니 바라보고
새벽 녘 일출(日出)물결이 가슴을 젖게하네.
현종산 운해
산등성 덮고 있는 안개등 저 물결이
하늘을 휘감는가 산새도 움츠렸다
뉘 라서 바라볼까나 부끄러 숨었는가.
안개 성 노을물결 뿌옇게 물들이고
하얀빛 하늘 높이 구름도 몰고 간다
자옥 든 호박연기가 높이도 치솟는다.
차분히 깔려있는 먹구름 하늘 아래
밝은 빛 숨은 물결 솜사탕 방울인가
안개 속 솜사탕 물이 목마름 적셔준다.
저 멀리 내다보는 동녘에 떠는 해가
구름의 막히었나 숨죽여 노래하고
꽃 내산 고개 내밀어 안개등 바라본다.
나룻배 동동 띄워 안개꽃 찾아들고
산새도 노래한다 솜 마을 찾아들면
길 건너 참새 떼들도 젖은니 찾아든다
비바람
호숫가 물길 속에 무엇이 잠이 들까
소낙비 때릴 적엔 물붓이 올라오고
넘치는 호숫가에는 무엇이 넘쳐날까.
하늘 성 흰 구름이 먹구름 몰고올 때
소낙비 바람 따라 계곡도 울부짖고
가랑대 꺾어가려나 어디로 흘러갈까.
바람이 불어와서 소낙비 몰고가면
들꽃도 바람 따라 저 멀리 날아갈까
소낙비 퍼부은 골엔 웅덩이 패여 있다.
먹구름 머리 풀고 하늘로 날을 라면
바람에 몸을 싣고 먹장구름 신이난다
계곡 성 등줄기바람 한시름 곡예 한다.
바람이 일려는가 비바람 몰아오고
하늘이 부는 바람 오곡강토(五穀疆土) 몰고간다
태풍이 쓸어 간 땅은 껍질만 가득 하다.
폭포수
폭포수 그늘아래 신발짝 벗어두고
한시름 쉬어가자 목 축여 한숨 돌고
살 푼 잠 단꿈 맛 잠에 해님도 차고 돈다.
내뿜는 폭포수가 시원히 내달리면
응달진 그늘수가 한시름 다가온다
들 때 등 한갓 놀음이 다정히 느껴진다.
흐르는 계곡물이 강(江) 산천(山川) 만나면은
노루 새 반갑다고 목마름 반기울 때
등 붉은 햇살 단풍이 빛 그늘 내어준다.
물줄기 졸졸 흘러 늪지대 다다를 때
갈대숲 하얀 봉울 꽃바람 일으키고
물줄기 하늘 날아서 안개 성 만들더라.
계곡이 노래하고 산새도 쉬어가는
폭포수 그늘막은 쉼 없이 퍼붓는데
떨어진 폭포수 물이 웅덩이 만들더라.
파도 소리
초록빛 바다 늪이 물결에 일렁이면
때 이른 파도소리 돌부리 엉겨 붙고
갈 하늘 갈매기소리 파도에 부서진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 늪 돌부리에
따개비 더부살이 혓바닥 날름하고
떠나는 뱃고동소리 등대 등 휘청한다.
뱃고동 하늘 높이 바람결 물결 타면
나르는 갈매기도 날갯짓 빨라지고
밤하늘 별빛마저도 정답게 내다본다.
파도가 일렁이는 까막별 하늘 등성
조각배 하늘 높이 물결 등 올라서면
부서진 파도소리가 하얗게 하늘 난다.
꿈꾸는 바닷소리 바람에 부서지면
돌 틈에 끼인 돌게 엉금짝 비켜서고
모래 틈 금싸라기가 햇빛에 반짝 핀다.
무언 속의 설레임
속눈썹 새까맣게 망울 잎 그려놓고
가랑잎 하늘거림 바람에 살푼나네
속눈썹 걸음걸이가 살랑잎 물결 타네.
새까만 속눈썹을 바람에 맡겨두고
빨강 잎 다홍치마 볼연지 가슴 품어
하늘에 이는 바람을 가슴에 묻어두네.
저고리 곱게 저민 가슴 폭 살랑 바람
하늘 결 물결 담은 속살의 연민인가
꽃 댕기 풀어헤쳐서 마음의 담을 넘고….
짚신 풀 하늘 댕기 바람의 일렁이면
오색등 아름봉도 마음의 물결 쌓네
속 내음 아름봉들도 살며시 바람이~네
햇살 풍 고운 마음 연자등 꿈결인가
연민의 쌓은 정은 마음의 벗이련가
이 한 땀 살랑 바람이 무언의 향수던가.
네온 빛 물결
무지개 아름 물결 초롱이 열매 맺고
용수철 튕기우듯 초롬이 줄을 썼다
빨간등 금빛 물결이 흥겹게 춤을 춘다.
네온에 휩싸이는 황혼의 노랑 물결
물결에 내비치는 오색도 아름지고
살랑 탄 금사향내도 물결에 살랑인다.
무지개 황홀한 빛 오작교 등선 따라
아름 성 봉울꽃에 사랑이 피어나고
주름진 아롱 든 봉울 바람에 살랑인다.
찬란한 주마등에 울긋 동 물결 일면
계곡 등 등성마다 아름 봉 옥수 들고
내딛는 줄걸음마다 오색등 물결 탄다.
하늘을 밝혀주는 폭죽바람 하늘 물결
잘게도 부서지는 불꽃들도 봉울 맺고
부서진 불꽃 방울이 이마 땀에 잠드네.
활화산(活火山)
벌겋게 달아오른 활화산(活火山) 봉우린가?
번갯불 바람 막듯 거세게 올라붙고
이 능선 산등성허리 다 태워 감으련다.
산등성 감아 오른 모갯불 장난인가?
산등성 올라타고 바람도 합세했다.
저 하늘 능선 길들을 단번에 삼키련다.
활화산(活火山) 활활 붙어 붉은 땅 물들이고
저 하늘 태양마저 다 삼켜 먹어련가?
숨 쉴 새 없는 불길이 바람도 몰고 간다.
저 새의 장난인가? 노을 새 놀음인가?
붉게 탄 산천(山芊)들은 재빛만 가득한데
붉게 탄 노을산등은 지쳐서 한풀 꺾고......
천수무량
첩첩이 쌓인 계곡 등성 길 올라서면
기왓장 즐비 내린 옥수 터 개울물가
붉은 등 기와지붕이 늘비 서 줄을 긋고….
턱수염 휘날리는 단풍잎 마당 쓸고
터줏 터 옥루봉에 암자도 아름지다
동자승 발 걸음걸이 가볍게 흥에 겹다.
칸칸이 늘어있는 불당도 눈차오고
칠성당 탱화폭에 넋 들여 뭉클하다
정성에 깃든 바람이 법당을 차고 돈다.
부처님 법전도량 맑은 기(氣) 스며오고
마음의 심신(心身)도량 이 마음 밝혀주네
자비론 불(佛)부처 품이 솜사탕 같음이라.
화산 봉
화산재 하늘 높이 등성을 이뤄두고
검붉게 피어나는 불꽃도 낮 뜨겁다
내뿜는 화산연기가 강산(江山)을 덮었도다.
시커먼 구름연기 세상을 뒤덮어도
목마른 해갈음은 가시지 아니하고
내뿜는 활화산봉이 벌겋게 익어간다.
활화산 봉우리가 빨갛게 익어가면
구름재 하늘 높이 산등성 올라타고
피어난 화산재구름 빗방울 내뿜는다.
화산재 바람 따라 산천(山川)을 물들이고
시커먼 연기 속은 불붙는 씨알인가
잿빛 든 구름등성이 하늘을 덮는구나.
땅 끝에 뿜어 올린 화산재 등성봉이
밤하늘 까막 바람 산천(山川)을 감싸 돌고
젖은 산 화산봉울이 까만 등 이뤘도다.
미궁
구름은 하늘 아래 말없이 떠다니고
태양은 하늘 불빛 붉게도 내비친다
저 산 등 안개마을은 신선이 살으련가
앵두 빛 밝은 달은 숨을 곳 내어주고
구름 성 계수나무 물줄기 올라타면
물방아 디딜방아가 잠잘 곳 내어준다.
한밤의 숨은 달은 님 찾아 서성이고
바람의 흐른 달은 머물 곳 찾아든다
행여나 머무를까나 바람이 몰고 간다.
자욱한 안개등은 솜 방아 방석인가
뿌~연 안개 속은 미로의 통로인가
마음속 숨은 여울은 어디에 올랐는가.
산천(山川)이 멀다 하여 구름 등 올랐어도
저 달이 멀고멀어 잡을 수 없고 보니
마음속 미로통로는 끝 등이 어데 멜 꼬.
열매
능금 잎 한마당에 일손도 바빠 오고
풍성한 향 내음에 마음도 젖어 살고
이마에 흐른 땀방울 거들먹 살찌운다.
붉은 등 상큼 맛에 군침도 젖어들고
주렁이 달린 열매 손맛에 익어갈 때
노랑 떼 나풀거림에 빨간 동 채워간다.
광주리 한 알 가득 소쿠리 가득 찰 때
마음 찬 일손 돕기 흥겨움 절로 나고
주렁이 달린 능금이 광주리 가득 찬다.
빨갛게 익은 능금 입안에 가득 차고
허기진 웃음진 배 상큼 맛 차고들 때
달 부리 햇살 그늘에 새참 맛 즐겨본다.
발걸음 한두 걸음 사다리 올라타면
햇살 품 내어주랴 능금 빛 하늘 담고
웃음 담 소곤 정담에 입맛도 상큼 돈다.
머무름이
머무름 있었는가? 초록(草綠)이 있었는가?
산천(山川)이 애가 말라 뒤웅박 한 서려도
이 내 맘 오고 가는 길 머물 곳 있었는가?
세차게 강물 흘러 온 산천(山川) 뒤덮어도
우리네 가는 인생 목마름 있었는가?
흐른 땀 한이 되어도 머무름 있었는가?
손 털어 훨훨 날고 구름 위 앉았어도
마음속 엉킨 고름 주저함 있겠는가?
한세월 흘러가본들 머무름 있었는가?
줄기찬 소낙비에 엉 킨 맘 씻어내도
흐르는 강물 속은 빛인들 들겠는가?
내 몸 이 흘러가본들 머무름 있었는가?
“울 아버지”
울 아벙 살아 적에 등 한 짝 내어주며
꼬까신 동여 메고 날 업고 나부낄 때
내 아비 등판 짝 골이 하늘 량 넓었어라.
우둘툴 자갈길에 자전거 끌고 끌어
이 내 몸 엉덩짝이 불~틀라 근심걱정
윗도리 벗어 제겨서 엉덩방 깔았도다.
갈고리 집어들고 돌산 밭 쉬고 갈재
막걸리 한잠 새참 꿀꺽이 삼키면서
한잠 잠 살푼 잠결에 꿈결도 아름졌지.
아버지 내 아버지 개울물 건널 적에
허리 품 내어주며 내 발짝 젖을세라
날 업고 한달음 걸음 훨~날아 건넜었지.
만파식적(萬波息笛) 죽(竹)피리
안압지 깊은 물에 용마루 터 내리고
죽(竹)피리 내어불던 지혜도 숨어있어
이 땅의 내린 보물에 천 년사 간직하리.
용마루 바다 늪에 죽(竹)피리 소리 내어
만고고(萬苦苦) 달아나니 민심이 달라붙고
길길이 이 땅 위에도 무궁한 발전 피고.....
죽(竹)피리 만파식적(萬波息笛) 물 때져 반짝 피고
입가에 서린 미소 이 땅에 내달린다.
반짝 뛴 내음(匂苂)광채(光彩)가 마음 미(美) 튕기운다
불 국토(佛 國土)
미륵 새 곱게 피어 산 나방 폴폴 날고
기교(技巧)에 장단 맞혀 종소리 울려나면
불 국토(佛 國土)미륵종불이 남산 등 앉았도다.
석가탑 층계 쌓아 탑돌이 밤 이루고
불 국토 남산나라 연꽃등 방울차면
살뿐이 발걸음 길에 천년 사 역사 깊다.
덕만 동 치마폭에 서라벌 곡예하고
남천 내 계곡물은 칭~감아 휘휘 돈다.
이 땅의 질긴 역사가 바람도 휘겠는가?
층층이 칭칭 계단 덕만 동 살 푼 걷고
이 땅의 내린 향음(香苂) 온 마음 파고들어
불 국토(佛 國土)대한법전이 이 땅에 뿌리 깊다.
소피 강
하늘 밑 메여있는 선도산 능선 따라
하늘용 춤을 추는 깊은 기(氣) 학 매 추고
서라벌 너른 벌판에 물바다 피웠더라.
꽃 댕기 꽃신 한 벌 꿈속에 저려 밟고
저고리 곱게 다려 용산등(登) 앉았더라.
꿈길 속 맺은 인연이 용마루 대박일세.
소피 강 하늘 날아 서라벌 물들이고
꽃등에 묻은 사연 하늘을 폴폴 난다
옷고름 터진 주름에 백년 해(諧)맺어주네.
역사 속 자리 잡은 문희 동(憧) 꿈속 전설
대길 연(聯)물길인연 물벼락 꽃길 인생
손가락 걸고 맺은 님 옷고름 웃음 친다.
하늘 천(泉)
하늘 천(泉)깊은 곳에 음지 성 부여 둠에
개 웅 천(泉) 천상물에 옥수 천(泉) 몸 담그매
이 몸에 감긴 허상을 천상(天上) 물 씻겨간다.
구름 천(泉)하늘 닿아 무지개 다리 놓고
하늘 성 천상(天上))선녀 나풀나풀 사뿐 걷고
오묘한 향기 쫓아서 칠성 길 스며든다.
칠성당 옥황상제 민경 빛 빛 내리고
개골 길 풀잎새들 물결에 실룩이면
하늘 천(泉)물길 열어서 목마름 적셔준다.
오작교 등선 따라 무지개 줄 이어고
하늘 천(泉) 물줄기는 바람물길 터 내리고
금 물결 오곡네들이 비바람 살랑인다.
폭포수에 몸 담그고
폭포수 그늘 아래 물새 떼 우지지고
그믐달 부끄러워 구름 위 올라탔다.
떨어진 물줄기바람 시원히 내달린다.
떨어진 폭포수에 두 손을 담가보니
엉을진 이내가슴 물 따라 흘러간다.
두발에 돛을 달고서 휘~ 돌아 떠다니고...
폭포수 그늘 아래 조각달 올라타고
떨어진 폭포수에 머릿결 나부끼고
등 봇짐 풀어놓고서 즈믐달 담가본다.
물줄기 옹골지게 쉼 없이 내 퍼붓고
물 떼진 웅덩이엔 골 깊이 패여 들고
연꽃잎 한 웅큼 따서 물결에 뿌려본다.
차마고도(茶馬古道)
굽이쳐 흐르는 계곡 길 등성 길을
저 태양 벌목 삼아 한없이 걷고 걸어
열 두 봉 등성 발걸음 높이도 올라서고……
새벽녘 나선 걸음 별 보며 한 숨지고
뙤약볕 그늘등을 오르고 또 오르면
한평생 인생길 동무 처량도 하련만은……
굽이도 솟구치는 태산봉 아름들을
길동무 벗을 삼아 걷고 또 걸어본다
나그네 인생 발걸음 널리도 뻗쳐있다.
계곡을 줄기 삼아 벗 동냥 발걸음에
해님이 방긋 웃어 물 동냥 내어주고
사막 길 비탈 걸음엔 신기루 내어준다.
하늘의 조각구름 산등성 올라타고
나그네 발걸음을 재촉 타 벗님드네
해거름 발품 동 길엔 별빛도 벗해준다.
삿갓 쓴 나그네가 싱긋이 웃음 지면
줄기 찬 등성길이 한가히 노래하고
발걸음 내친걸음이 한없이 멀어진다.
말굽이 동동거려 터벅이 걸어서고
채찍도 함께 가자 앞장서 하늘 날 때
갈증이 목마름이라 한풀 동 쉬어간다.
꿀 동 길
엿가락 손놀림에 단 꿀맛 꽃 단지에
벌 나방 폴폴 날려 한입 품 동냥 들고
오색등 꿀맛 단지에 상큼 콕 넘어간다.
잠자리 벌꿀단지 품안에 감싸 안고
폴폴 동 걸음걸이 살뿐이 내려앉아
저 햇살 설레임속에 울렁 턱 가슴 일고.
한 숱 깔 꿀맛 단지 입안에 상큼 돌고
꿀 떡 진 참새 방아 한입 품 들어서면
종아리 내친걸음이 앞마당 차고 돈다.
부지랖 부지깽이 꿀맛에 젖어들고
은은히 쬐인 불에 엿가락 늘어날 때
호박 동 풀잎싹들이 한 움큼 집어든다.
햇살이 내리쬐는 앞마당 절구 방아
곡괭이 내리치듯 장작도 패여 가고
꿀 담는 아낙네 손길 바삐도 움직인다.
마른장마
소낙비 가랑대비 억수대 뿌려본들
맘속의 굳은 힘줄 여전히 그대로요
땅속의 풀뿌리인들 섞는 둥 만 둥이고
구름이 엉겨본들 하늘 위 놓였거늘
먹구름 몰고 온들 나뭇가지 방울인 걸
가뭄의 물 들이는가 마른 가뭄 한 들고
고춧대 가랑댄들 타들어 숨 죽는가
배춧잎 잎 싹마다 진물만이 엉겨 붙고
마른 잎 잎싹 줄기엔 목마름만 붓 타 네
물줄기 뿌려본들 겻가지 달램 들고
버들잎 가지랭이 겻눈 웃음 바람 든다
개울가 웅덩이들은 물길 또한 막누나
터불이 마른 잎싹 기름방울 날리는가
갈 꽃잎 한 방울은 누렇게도 타 붙어도
속 열매 앵두빛깔은 속살무늬 비추네
홍당 바람
꽃잎 사 어울밭에 달꽃도 청해 들고
개구리 어슬품길 층층이 쌓여들 때
울 밑에 선 봉숭아가 홍당물결 이룬다
채송화 나지막이 나막신 질질 끌면
봉숭아 탐낼세라 톡톡 부리 쏘여간다
톡톡 튄 알갱이들이 씨알 방울 삼는다
한갓진 노을담에 알록등 물결 일면
홍당 상 마름밭에 들국화 익어간다
꽃무리 아름 갈대가 나풀려 씨 내린다
흰 눈발 씨알 방울 바람결에 흩날리면
참새 떼 까먹느라 부리 딱딱 방울들고
바람이 울먹이려나 세차게도 뿌린다
불씨가 따 갈세나 물살이 휩쓸려나
그랑대 씨알 받이 물보라 가득 차면
꽃잎 사 터진 봉울이 씨알 방울 삼는다
사랑 싹 퉁
송송 난 새알받이 먹구름 풍란성가
계곡 진 아름성은 넓게도 펴들었다
언덕 밭 기름진 골에 새싹동이 피었네
노란 잎 잎 마름에 기름기 뿌려두면
젓 텃니 풀잎새로 살짝 송곳 뿜어내고
비린내 겻 가지 틈에 새싹 하나 품었네
새벽녘 아침 햇살 머리 송곳 내밀면은
밤사이 마른 풀싹 이슬방울 머금었나
방긋이 웃는 미소가 내 가슴에 저미네
엄마야 강변 살자 노래 삼던 뱃고동이
마른 싹 이슬 품은 송곳 머리 품고서는
제풀에 꺾여들 세라 한발 슬쩍 감춘다
송곳니 곱게 피운 채송화 해당화도
털 복숭 그늘 밭에 솜털 이불 깔았었나
톡 터진 봉숭아 씨알 해당바람 섞였나
깨침의 진리
진리라 말하기는 쉽고도 쉽건 만은
행함에 있어서는 인색하기 그지없네
마음이 시궁창인걸 누구에게 탓하리
입으로 짓는 죄업 구업만 있을쏜가
마음의 짓는 악업 많고도 많을진
탐욕에 눈이 어두워 알고서도 모른 척
마음의 초심(初心)찾아 선과 악 구별하면
이것이 진리이요 마음의 양식인 걸
간단한 이치이거늘 행하지를 않더라
태초(太初)의 인간성은 잔디밭 그름인 걸
세속의 물 들여져 노랑 꽃잎 되었던가
풀뿌리 밑거름 밭이 열매 맺어 좋을걸
세속의 찌든 마음 버리려 애를 써도
목줄이 탐내는가 뱃가죽이 떼쓰는가
한바탕 놀고 갈 것을 악을 쓰며 읊는가
진리의 양식
진리는 우리 맘의 풍요로운 지식이요
마음의 터를 잡는 미풍양속 터전이라
우리도 이같이 닦아 마음 미덕 삼으세
하늘 벗 우리 님은 우리 맘의 양식이요
갈고도 또 닦으면 못 이룰리 없건 만은
사람은 닦지 않고서 남들 탓만 하더라
부처님 살아생전 누덕적삼 걸쳤건만
마음은 부와 영화 누리고도 누렸음에
우리도 부처님마음 깊고 깊이 따르세
깨우침 뭐가 그리 어렵기야 하겠는가
마음이 가는 데로 행하면은 되는 것을
사람은 행하지 않고 남들 탓만 하더라
인간이 가져본들 얼마나 갖겠는가
두 손의 잡아본들 내 것이 있을쏜가
버리고 또 버려보면 세상사 내 것인걸
고향 그늘
세월의 벗 삼았나 가랑대 노래련가
풀피리 불어본들 고기떼만 몰려들고
길가는 나그네들은 본체만체 하누나
냇가에 버들가지 휘 늘어서 그늘 내고
종달새 우지배배 가락 품던 동네 어귀
지금은 어데메 갔나 매연 연기 불 뿜네
개울가 돌무덤에 가랑대 심어두고
돌멩이 얹혀가며 부르던 마음 연가
지금은 풀피리소리 구슬프게 울리네
보리밭 고랑 길에 물 언저리 올라서면
뜸뿍이 재잘 담에 참새떼도 울고 가고
거북이 느린 걸음도 댕그르르 굴러고
고향집 앞마당에 불 고동 버텨서면
새끼줄 동여 꼬여 그넷줄 매여 달고
구름 성 꼭대기성이 부럽지도 않았지
세월
꿈길에 꽃길 풀어 꽃 동길 열매 맺어
걷던 길 걸음걸음 차곡 열매 달았건만
내 것이 아니었거늘 눈요기만 하누나
눈 속의 가득 담은 꽃 동길 붉은 열매
황홀감 멋을 더해 발걸음 날아본들
입안은 군침만 돌아 콧등만 시큰하네
복사꽃 아름 송이 길가에 뻗쳐있고
푸른 솔 가지잎은 송학새가 걸터앉고
이 몸은 앉을 자리가 개울가 숲 풀일세
개울가 버들가지 늘어져 가지 들고
풀피리 곡조 가락 귓가에 살랑여도
버들잎 내 님 사랑은 하늘로 날았던가
밀 서리 참외서리 개울가 노래 연가
정든 님 입맞춤에 부르던 자장 연가
잠결에 눈떠보니까 백발이 눈앞일세
허무
시낭송 해볼까나 밤길을 걸었건만
글 선생 뭐라 할까 두 귀 쫑긋 기울여도
때 늦은 낭설이던가 푸념 방울 담 넘네
살풀이 연가던가 글동무랑 달음 걷고
주춤한 어깨춤이 기대 한껏 부풀어도
글 읽는 선생 품새가 참새방울 같아라
가진 건 입 동무라 말벗풀이 왔던가
설움의 시름 담고 재잘 담의 놀이던가
시 읊는 가랑 잎새가 시르르르 떨린다
제 풀에 흥겨웠나 들어줄 이 없건 만은
꼬랑새 잎새던가 재잘담만 늘어놓네
귀청이 떨려날세라 보청기를 꽂을까
솜 방이 누룩방이 흥겨워 가락 짓나
홀로서 우는 달빛이 구슬프게 들리는데
가슴의 엉을진 한이 입속에서 맴도네
사당패
두 다리 흥에 겨워 장단 춤 판에 들고
송곳니 부딪히며 딸랑 춤 익어갈 때
귓방울 솜방울 춤도 귓뽈을 때리누나.
꼭두쇠 꼭두각시 장구채 북채봉도
팔 것이 아롱채의 흥겨워 갱끼들고
탈 버둥 각시놀음에 가지랭 찢어진다.
달맞이 하늘춤에 어깨춤 실룩이면
콧잔등 흐른 땀이 나팔 춤 추려는가
소금끼 쪄린 땀들이 엉덩짝 적시누나.
북채 봉 담금질에 팔뚝 살 불어나도
장단 춤 발걸음엔 넋풀이 하려는가
저 달에 실은 인생 줄 놀음패 사당인가.
목마른 시상식
엄동 설 세찬 바람 눈보라도 뿌리치고
글 동냥 시상식에 밤을 새워 날았건만
차려진 밥상이던가 시장기만 담 쌓네
목마른 시상식에 연지곤지 뿌려두고
세찬 풍(風) 몰아쳐도 발걸음에 날개 달고
천 리 길 멀다 않고서 한걸음에 갔건만
상패 무(無) 시상식에 눈물 주루 흘렀건만
목마름 갈증 더해 옷소매만 젖는구나
조촐한 단상 위 꽃이 구슬프게 우누나
설레임 가득 실어 달구지 달았건만
단상 위 등단 패는 주인 잃어 울먹이고
사회자 목청소리만 더 높게도 울리네
사진기 만발하여 불빛만 찰랑이고
속 비은 꽃병 속엔 물 한 방울 없고 보니
보는 이 민망하여라 어찌할 바 몰랐네
하늘이 울부짖어
층층이 시집살이 손가락 갈라지고
허리띠 쪼여본들 배고픔 가지 않고
엄동 설 시집살이가 가랑비 뿌려준다.
하늘을 벗을 삼아 손가락 꼽아본들
친정 길 멀다 하니 가볼 길 없어지고
두고 온 고향산천이 눈앞에 가물 하다.
고향땅 양지 진 곳 눈썰매 뿌려두고
고무신 폴폴 날아 거닐던 눈길 속이
울 엄니 한숨소리로 애간장 절로 탄다.
꽃동 길 금싸라기 친정 길 엄니 품속
어깨춤 잡아주며 일깨운 엄니 품이
꿈길 속 머나먼 숲길 가슴에 품어있고……
색동옷 저고리가 하늘의 노래인가
선머슴 머슴살이 다를게 무엇이냐
층층이 시집살이가 창살로 막혀있다.
설은 서린 세월 가고
층층이 시집살이 곱던 손 갈퀴 되고
손바닥 무른 짐 물 따가워 서라리고
어머니 울 어머니여 가슴 쳐 불러본다.
어머니 울 어머니 어찌해 날 낳았소
이왕에 낳거들랑 곱게도 재워가지
엄동 설 물바가지가 이 말이 왼 말이요.
어머니 내 어머니 배고파 못 살겠소
층층이 시집살이 눈치 봬 배곯았소.
가냘픈 이내 몸뚱이 만신창 주름가득....
어느새 세월 흘러 나 이제 어미 됐소.
어머니 내 어머니 딸일랑 낳거들랑
양지쪽 버들님 품에 저며서 보내주오.
모갯불
모갯불 피워 올려 화롯불 불씨 낳고
빨간불 봉울 맺어 앞뜰마당 불 밝힐 때
고구마 익는 내음이 온 마당을 적신다.
모갯불 몽실 연기 꼬불 꼬랑 머리 풀면
해질녘 마름 머슴 빗질 소리 요란하고
외양간 소여물 짚이 잘게 부서지누나.
모기떼 윙윙거려 귓 잔등을 올라타면
부지랖 부지깽이가 모갯불 피워놓고
솔잎싹 채찍질 걸음 하늘 높이 날은다.
고구마 익는 향이 콧잔등 간지리면
절구간 디딜방아 굉음도 요란하고
모기떼 노랫소리도 신경을 거슬린다.
앞마당 온통 가득 연기로 가득 차면
모기떼 살려 달라 날개도 한풀 꺾고
길쭉한 모기 주둥이 울음보 터트리고.
창조(蒼調)
모랫벌 엉겨들라 벌판에 물 뿌렸나
눈 개비 바람 날려 사막에 물 뿌렸나
걷는 길 걸음걸음에 질퍽이 스며들고…
잦은 비 오지랖에 늪지대 터 내리고
질퍽한 갯벌마다 먹거리 풍성들면
길 떠난 나그네들이 사냥터 찾아든다.
조개 숲 머리 내어 숨 한번 들이키면
뾰롱이 피어나는 물방울 꽃 풀 피고
갈매기 날개 걸음도 먹거리 찾아든다.
아낙네 느린 걸음 호미, 삽 움푹 패면
물고랑 꽁지 내린 나팔 입 조개등성
물길에 채여들 세라 갯벌 숲 찾아들고…
겁 물살 하얀 물길 발길에 체일라면
굴 캐던 어부 아낙 발걸음 깊이 패고
철썩한 물줄기성이 하얀 뿔 뿜어내고.
머물 수 있을 손가
머물 수 있을 손가 가랑비 때려본들
산천(山川)도 울부짖고 강물도 울음 운다
휩쓸린 오곡백과가 서럽게 울부진다.
계곡 등 하늘등도 무심히 바라보고
산천(山川)이 귀가 막혀 말문도 막혀온다
어쩌나 어이할까나 금강도 쓸려간다.
강물이 흘러가듯 청춘도 흘러간다
젊은 날 아름송도 제풀에 꺾여가고
애틋타 걸음마들도 세월에 한 몫 한다.
바람의 구름 가듯 이 몸도 흘러가고
청춘의 돛단 듯이 말없이 흘러간다
어쩌나 어데 갈까나 한숨만 절로 난다.
하늘 상
하늘의 바람 일어 천마(天馬)등 올라타면
옥황 빛(玉皇光) 둥근 햇살 벌겋게 물들이고
구름 위 천상(天上)마을이 뭉글어 영롱하다.
하늘의 벗님 두고 마음의 섬기는가
봉울꽃 연화등에 나부껴 올라앉아
해 저문 노을결 산을 무심히 바라본다.
천상(天上)의 이름 부쳐 한 세월 흘러가도
마음의 진리 찾아 옮기고 옮겨 봐도
헛물 찬 인생 고 길에 벗님만 자옥든다.
님 찾아 하루 햇살 오르고 또 올라도
무심한 하늘 님은 손끝도 닿지 않고
그리운 오매불망에 눈시울 뜨겁도다.
멍울 진 이 내 가슴 산천(山川)을 헤매여도
무심한 내 심성은 하늘에 닿았는가
어쩌나 허망 성들이 진리에 쌓였는가.
산 까치야
산 까치 산 까치야 노랑 잎 따서 물고
나무 등 꼭대기에 살뿐이 내려앉아
길가는 나그네들의 소식통 전해준다.
똑 딱딱 부리소리 나뭇결 쪼아 물고
등껍질 한 아름은 물결에 다부졌나
고깔에 씌운 물통이 쪼르르 내 흘렀나.
삭정이 한 다발을 우리(宇籬)의 받혀두고
벌레등 잡아다가 뒤줏간 가득 차면
겨울날 엄동설한이 따뜻도 하건 만은…
솜털이 송송 붙어 따뜻도 하건 만은
어미 품 솜털 깃털 여전히 파고들고
아가 입 콕콕거림에 벼룩 알 튕겨난다.
이른 봄 씨알받이 아가 털 깊이 날고
어미 품 꼬랑지가 하늘을 폴폴 날 때
뒤쫓는 아가 품새가 날갯짓 펄럭인다.
자연 (엇시조)
달무리
그림자
하늘 밭에 씨 뿌리면
오작등성 연막구름 살폿 미소 머금고
대자연의 섭리 속의
먹을거리 풍성고
발걸음
하늘성 위로
날아날아 오르려나
찬가 (엇시조)
해 저문
노을 가
참새 떼가 날으면은
긴 목 빼고 깃털 푸는 맹금 하늘 가르고
뭉게구름 듬성 사이
연막구름 잠들면
노을 든
가을 하늘이
등성 고개 내 달린다.
울음 울면 (엇시조)
노랑 새
빼 꼼 히
머리 틀어 내밀이면
노랑 부리 하늘거려 짓 물 받아 물고서
종종걸음 콩알 숲에
폴폴 내려 울~짓고
터 벅 이
행주 걸음에
살 푼 동냥 건네준다.
저녁노을 (엇시조)
햇살 든
노을은
바람결에 부서지고
까막 바람 연기 속은 뿌연 안개 내리네
달마중에 익은 해가
서산 그늘 내리면
검푸른
잿빛 하늘이
이슬방울 뿜어낸다
터 삼고 (엇시조)
개골창
연못에
백조날개 꼬리 틀면
잠잠하던 웅덩이엔 앙금 몰아쳐 오고
물부리에 이는 노을
햇볕 반짝 터 삼아
논 고동
날 샌 걸음이
연못호수 봉울 친다.
상큼 내음 (엇시조)
앞마당
채전 밭
꽃밭 그늘 가득 차면
곱게 물든 쑥갓 다발 향내 피워물고서
상추 잎에 얹혀 들어
된장 한입 쌈 싸면
볼우물
패여 든 곳에
함빡 미소 머금는다
가마 골 (엇시조)
떼진 숲
가마 골
자욱 연기 흩날리면
불기둥 이고 가는 눈도 태워져 가고
시뻘겋던 아궁이는
질그릇에 잠자고
머리 숲
깨진 조각이
온 마당에 넘쳐난다.
숲 속의 여운 (엇시조)
옹골진
숲 속에
날 다람쥐 고개 틀면
뙤약볕 달그림자 살푼 잠 못들이고
살랑이도 부는 바람
물결성에 오르면
저 멀리
고개 등성이
손짓하며 찾아든다.
창풍(蒼風)(엇시조)
녹녹히
물들은
햇살 품은 능수버들
잔머리를 깊이 내려 해풍 받아 안고서
떼진 바람 등마살에
살짝 가슴 내밀면
왜가리
심술보들도
터벅 걸음 내딛는다.
정분(엇시조)
갈꽃 잎
한 방울
연꽃 방울 아롱 탈 때
햇살 그은 음지 둠에 움푹 눈물 고이면
가랑잎에 묻은 정은
하늘 꼭지 날았나
가슴에
쌓여둔 꽃이
한 입 가득 고여있다.
행로 (엇시조)
저 산등
너머는
그 무엇이 살아 할까
미지속의 달그림자 아름 방울송(松)들이
살짝 머리 내 밀을까
콧잔등에 꽃송이
망 울 진
아름 봉들이
송송 새싹 뽑을까나
성에 낀 고드름(엇시조)
처마 끝
고드름
대롱이도 매달리면
성에 끼인 차창 가도 뿌연 방울 머금고
손가락에 끼인 낙서
동그랗게 맴돌면
꼬부랑
걸음마들이
참새 방아 콕 찧는다.
풍 가 (엇시조)
달마중
멀거니
달빛 그늘 움막 치면
호수 물 떼 송사리도 꼬리 하늘날으고
연못 품새 백조날개
둥지 틀어 노닐면
미꾸리
진흙탕 속을
꽁지 내려 달음 친다.
하늘 새(엇시조)
주둥이
닷 발은
알록새의 깃털인가
발톱 방울 길게 늘여 살폿 구부렸던가
꽁지 닢에 알록 바람
눈물방울 껌뻑여
나는 새
뒷 꽁무니를
한달음에 낚아챈다.
향미(香美)(엇시조)
옥구슬
쪼르르
귓전방울 올라타면
귀 방울에 들린 음성 살짝 귓불 스치고
마음속 정 향수 젖어
눈물 주루 흐르면
살포시
깨문 입술이
파르스르 떨리누나.
바람 (양장 시조)
마음이 한갓 들어 한잠 새참 쉬고 갈 적에
하늘을 가르는 새가 귀청 방울 울린다.
한적한 호숫가에 호랑 백조 깃털 날리면
한창 든 물결 방울이 숨통 소리 죽인다.
무지개 아름성이 물결바다 찾아들라면
바람결 등살불이에 옷 깃 저며 울~진다.
불씨 (양장 시조)
갈 것이 한창들은 다리 품삯 절름발 동냥
품앗이 하루살이에 등이 굽어 저린다.
산마루 움막 하나 터 불 살이 불씨 날리고
부채 손 활짝 펴들어 마음 동냥 붓 탄 다
산굽이 넘나들며 마음수양 더 높일 적에
이슬 푼 새벽 찬 공기 심장 고동 뿜는다.
보릿고개 (연작 시조)
갈코리 떡진방아 시룻대 옴팍 들면
전봇대 이수시게 가랑대롱 이어 날고
보리 겨 잉 긴 가마솥 물방울만 남기고...
떡 시루 한갓진 삶 보리왕겨 하늘 날고
왕 보리 보릿고개 보리 개떡 붉게 타면
오뉴월 보릿고개가 물배 채워나간다.
송곳니 이빨 두개 방아개비 쑤셔 박고
지게꾼 텅 빈 걸음에 발품도 지쳐오고
동틀 녘 둥근 햇살이 원망스레 비춘다.
송 학 산 (연작시조)
송학 새 송학 바람 곱게도 물들이면
하늘을 나는 새가 다소곳이 내려앉고
해질녘 노을등빛이 물결 살을 뿜는다.
송학 산 날개바람 오돌가지 올라타면
파란 성 물결 바다 하늘 결에 바람 타고
솔가지 꺾여 들세라 폴짝 깃털 뽑는다.
송학 풍 이는 바람 물결성에 잠드는가
날갯짓 날 샌 걸음이 하늘로 둥실 뜨면
높이 난 잠자리 떼가 바삐 걸음 날리고....
등 판 짐(연작 시조)
심술보 물바가지 등 판 짝 올려 붙고
지게 춤 등 판 짝에 소금물이 주루 타면
땀 내음 지린 방울이 가지랭이 적시고...
소금 든 주름 가마 등 판 짝 도 올라붙고
햇살에 엉겨 붙은 소금 바람 새하얗다
짚신 발 엉게 발걸음 한잠 쉬어가련다.
소나기 퍼 분 날은 소금가마 눈물피고
지팡이 무건 발걸음 하늘로 높이 뜨면
햇살의 갈막바람도 발걸음을 막누나
생명 (연작시조)
골 골이 흐른 물은 늪지대 숨결이요
찬찬히 흐른 물은 우리 맘의 생명이라
습지대 움튼 새싹은 우주 속의 이치다
마른 숲 불씨 뿌려 새까맣게 물들여도
가랑대 뿌려주면 뾰롯 새싹 돋아나고
광활 판 숲 판 그늘엔 옹기 물들이누나
파란 뜰 음지 둠에 햇살 반짝 비쳐주면
달무리 하늘 그림이 옹기 성 내리려나
우주의 신비로움이 광활 숲 판 내려나
탄성 가 (연작시조)
직녀성 구름다리 까마귀 깃털인가
무지개 다리놓아 은하 물길 건너련가
다리품 짧아들세라 발굽 등이 타누나.
우녀 성 가련함에 산 까마귀 울부짖나
직녀성 새알 받이 옥구슬이 굴렀는가
멀어진 메아리 밭이 사뭇 그리워진다.
메아리 하늘 밭에 먹장구름 뿌렸는가
고운 님 꽃 풀머리가 아련히 가물 한데
칠석날 흘린 눈물이 한강수에 뿌리네.
설레 이고
마음 창 활짝 열고 머-언산 바라본다
한줄기 오색구름 껍 풀 열어 들여 보고
매(梅). 난(蘭). 국(菊). 죽(竹) 오색 향에
이 내 맘 젖어들고
동동 뜨는 쌀 막걸리 이내 간장 살살 녹고
톡톡 튀는 석류 알갱 주춤한 맘 설레이고...
소스라미
가을밤 늦은 밤 소스라미 울적에
귀뚜라미 울음소리 가슴에 와 닿는다
애달픈 노랫소리 인생 줄 튕기운다.
소스라미:느낌, 애틋함, 설렘, 바람
살라지고
나 어메 살라지고
뻐꾸기 우는 밤
유랑 떠난 우리 님
나 어메 할라지고
살라지고 : 어이하라고
할라지고 : 사라지고, 없어지고, 죽으라고
텃 담
저 하늘 구름은
어디로 흘러갈까
쉬어갈 곳 잠잘 곳은
어디에 두었을까
정처 상의 떠돌이도
하늘 밑 놓였거늘
바람의 수 놓는가
이부자리 하나 없이
솜방망이 한껏 지고
무지개 다리놓아
칠성님 은하 물길
강물의 터 내렸는가
오 갈 길 걸림 없으니
허공(虛空)강산(江山)이 내 품이로세
숨결
삼라만상 밝은 빛이
옥구슬을 수 놀 적에
하늘의 맑은 기운
터상 밭에 그늘 주어
할미 동산 꽃 풀밭에
굴 빛 찰랑 물결이니
뒷짐 찬 걸음걸이
하늘 밭에 등줄 펴어
옥수 그늘 심줄에다
마음 심줄 심었도다.
망상가(妄想歌)
산천이 나를 불러
맥없다 말을 하니
허공이 웃음 삼자
햇 노래 한숨 쉰다
길동무 허공이라
막힘은 없건 만은
두 다리 맥이 풀려
힘줄의 고름 난다.
칠성 연정
하늘 꼭지 두고 온 님
마음 한켠 절실하여
등 봇짐 둘러메고
구름 위 앉아 봐도
하늘의 날은 영가
어데 메도 뵈지 않고
가슴팍에 고인 눈물
칠성당에 가득 차니
멱 감는 천자(天子)님들
눈물 멱 통 감는구나.
기루(妓樓)
청루(靑樓)에 올라앉아 가던 발길 멈추우고
실을 뜯는 가야금 소리 한 잔술에 흥 돋우고
기생년 웃음소리 애간장 다 녹인다.
청산(靑山)에 혼조 앉아
靑山(청산)에 혼조 앉아 한밤 지새우고
밤하늘 둥근 달은 쉬임없이 비추는데
두고온 저 노을이 한없이 사무친 데
이 한 몸 쉬어갈 길 그지 한이 없어라.
한밤: 긴 긴밤
혼조: 한참 동안 우두커니(아주 오랫동안)
유랑 천 리
유랑 길 돌고 돌아 흘러흘러 십 수년
젊음은 간데없고 잡풀은 그대로다
강산도 초목(草木)도 변함없이 그대론 데
흘러버린 내 청춘 두고 갈 길 웬 말인고
서산이 태평이로다
호젓한 연못 위에 금빛 물결 출렁이고
물새 떼 한가로이 헤엄치며 노닐을 때
보릿고개 아낙네들 나물 뜯다 분주하고
저녁노을 붉게 물든 서산이 태평이로다.
호젓한: 한가함, 여유를 즐기다
송학새 여덟 폭
병풍액자 여덟 폭에 송학 그림 박혀있고
층층이 포갠 살결 살아날 듯 숨을 쉰다.
알알이 석류 알갱 다난다산 염원 들고
매화 나풀 실바람은 온화 화음 일궈낸다.
여덟 폭 마음 떨어 하늘 바람 감싸들고
한 웅큼 장독바람 온돌바람 풍미 든다.
매화 석류 알알 알갱 여덟 폭 줄기 들고
송학산 송학새들 이내 방에 노니린다.
불쏘시게
불쏘시게 가지랑대
치맛바람 발목 걷고
깔비채 소쿠리가
저녁 밥상 익혀주면
동치미 국물 밥상
내 아비 땔 깜일세
내 아비 발등 위에
부지깽이 깨춤 추면
열무지 누룩 다발
구둘막 차지던가
동동뜬 동동주 맛이
쌀 톨만 뜨는구나
젖 줄
차곡든 에미 정을 가슴속의 얹혀두고
내 살길 등줄 찾아 하늘성 오를려나
두 다리 짧아 와서 맥성(脈成)은 정 풀인가
태음(太陰)의 엉킨고는 실타래의 묶어두고
다리품 절름발이 쌓인 정은 왼 말인 고
맥성 : 혈맥으로 이어진 연 (인연)
태음 : 우주법칙에 따라 달을 일컫는 말 (지칭)
금의환양
손가락 마디마디 은가락지 뽑아두고
한양 가실 우리 낭군 노잣돈에 보탤세라.
성황당 물 떠놓고 금의환양 빌어보고
내 낭군 오실 길목 마당비로 쓸어본다.
길 떠난 우리 님 어이 하야 소식 없나
터줏대감 마당 신(神)께 목 놓아 애원한다.
마당쇠 까치울음 새벽잠 설치우고
저 건너 고갯마루 내 낭군 달려온다.
가뭄
녹두장군 물에 감겨 긴-고 쟁겨 두고
어울 타기 수도 없고 타는 가뭄 끝도 없다.
돌아가는 빈 수레에 타는 가슴 빈데 없고
마른하늘 쳐다보고 한숨만 땅 꺼질 뿐...
갈라지는 논두렁길 잡초만 무성하고
타는 듯한 무렁 가슴 목마름만 더해오고...
녹두장군 : 옛날가뭄에 논에 물 퍼 올리는 기구
어울타기 : 논에 물댈 때 타는 기구
옛날에는 사람이 물레에 올라서서 물 퍼올렸음
가람 뫼
가람 뫼
훨훨 날아
산등성 넘고
갈대숲 회오리
구름 넘는다
사랑 뫼
흘러 흘러
강물 이루고
따옥새 따옥따옥
한밤 지샌다
가람 뫼 : 산을 지키는 수호신
사랑 뫼: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는 문
님과 달
휘영청 밝은 달은 님 품에서 빛나고
조각난 초승달은 님 품어서 좋아라.
휘영청 밝은 달은 님 품에서 잠들고
속눈썹 숨은 달은 님 그리며 잠든다.
초저녁 그믐달은 속눈썹에 그을 지고
이른 새벽 초승달은 님 그리며 방긋 웃고
한낮의 저문 달은 님 품고 숨죽이고
저녁 녘 둥근 달은 햇살 안고 님 품는다.
휘영청:아주 밝다
호랑 마패
말발굽 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긴 나팔 소리가 산천(山川)을 울린다.
호랑 마패 품고서 달리던 낭군이
월계관 쓰고서 지축(地軸)을 울린다.
여유
(하나)
하던 일손 멈추우고 턱 괴이고 하늘보고
두 다리 꼬고 앉아 먼-산 바라본다
하던 일손 재껴두고 멍석 깔아 턱 괴이고
죽부인 끼고 앉아 시름에 잠겨본다
하던 일손 뒤로하고 한 울타리 그늘 밭에
두-우 다리 쭈-욱 펴고 한잠 새참 즐겨본다
(둘)
볏단을 나르려다 담뱃대 꼬아 물고
후 -우 부는 담배연기 그 맛이 일품이로다
소여물 나르려다 지친다리 쭈-욱 펴고
기지개 한번 켜면 만고 근심 사라진다
(하나)하던
손 멈추고 턱
괴이고 보고
인연
(하나)
두고 갈 인연도 묻고 갈 인연도
저 하늘 구름 같이 흩어질 인연.
사막에 물 붓듯 퍼붓는 사랑도
한강에 쏟아 논 넘쳐난 봇물도.
언젠간 엮어갈 사다리 인연도
뜬구름 잡듯이 부질없어라.
(둘)
하찮은 인연이라 홀대치 말고
오는가 오는 인연 막지를 마소
그 또한 모두가 지고 갈 인연.
내 어깨 무겁다 내리지 마소
모두가 함께 갈 끈질긴 인연.
인연이 역겹다 내뱉지 마소
모두가 안고 갈 마지막 인연.
애욕(愛慾)
색마(色魔)에 젖어 살다 번뜩 눈을 뜨니
온몸이 흥~건 애욕(愛慾)에 빠져있고
마음은 늪과 수렁 갈 갈이 찢겨지고
허공 찬 마음만 뇌리를 스치누나.
사모곡
어허야 우리 님 가신 걸음에
애닲다 하지 말고 슬퍼 말게나
어차피 인생은 쉬어 가는 것
한순간 머물다 돌아가는 것
잠잘 곳 머물 곳 모두 허사요
내 것이 없거늘 맹물인 것을
어 허야 가는 길 막지 말게나
어차피 이 길은 홀로 가는 길.
일출日出
토함산 올라보니 일출(日出)에 그을 지고
이산 저 산 등대소리 숨죽여 노을 젓고
내 호를 빌미삼아 한 숨죽여 가락 짓고
토함산 올라서니 일출(日出) 물결 일렁이고
두어 반쯤 가고 나니 아침 햇살 눈 따갑다.
두어 반 : 한참 오랫동안, 그냥 그대로 그 자리에
그냥 두고 봄
내 낭군 우리 사랑
달빛 닮은 우리 낭군
햇살 담아 불러지고
업고지고 어부지고
내 낭군뿐이로다
버들 닮은 우리 각시
풀잎 물고 드리우고
안고지고 어부지고
내 각시뿐이로다.
어부지고 : 어루만지다, 쓰다듬다
드리우고 : 들여다 본다
어깨넘으로 힐끗 바라본다
죽어가서
이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돼 볼까나
심심곡천(深深谷川) 물길 따라
나룻배 돼 볼까나
이내 몸이 흩어져서 무엇이 돼 볼까나
흐르는 개울가에 빨래터 돼 볼까나
이내 몸이 돌아가서 무엇이 돼 볼까나
낙랑 송 버들가지 지킴이 돼 볼까나.
광대
초가지붕 이불 삼아 느스무레 괘고 앉아
지나가는 어릿광대 발목 끌어 앉히고서
꼭두각시 재주 춤에 어깨춤 덩실덩실
짚신 줄 낚아채 갱끼 한번 부려보고
절로 나는 함빡 대소 갖은 시름 달아나고
역마고우 인생 줄이 봄눈 녹 듯 사라진다.
느스무레 : 느긋하게, 여유를 부린다
헤이하다 느슨다
갱끼 : 재주를 부린다
어스름 피워본다, 잘난 척
영선풍(影 先 風)
짚신 풀 한 웅큼 휘저어 올라붙고
개미허리 한 웅큼 터질세라 빗장 친다.
산허리 휘 ~감는 능선 길 움막 천사
짚동풀 내려앉은 울~터진 갈래 다발
계곡 등허리 품새 꺾어 부쳐 개골 연가
다리품 절뚝거려 세월 땀 빗길 풍차
골골이 스며들어 맺힌 땀 흘러지고....
죽순(竹筍)
고깔 씌운 대통에다 속살 들여놓고
가지런히 늘어놓은 실선 청백(淸白)함이
고요를 자아내는 미백(美白)의 단아함이
때 묻지 않은 근엄한 자태 속엔
순백(純白)을 자랑하는 곧은 절개 숨어있고
겹겹이 껍질 속엔 미각(味覺)이 숨어있고
염원
소리개 하늘 높이 구름 가르고
돛단배 물길 따라 둥둥 떠가네
버들잎 한 사발 들꽃 이~고서
초롱잎 한 다발 감기어온다
하늘엔 뭉게구름 햇살 가리고
우리네 마음엔 강물 흐른다.
무심
(하나)가신님 가신님 그리워
허공산천(虛空山川)
홀로 앉아
천지사방 둘러봐도
가신님 온 데 없네
님 그리다 멍든 가슴
구곡간장(九曲肝腸)
다 녹인다.
(둘)
산굽이 돌고 돌아 산등성 올라보니
무엇하나 잡히는 것 없고
허공강산(虛空江山)
뿐이로다
뫼는 뫼(山)이로다
잡히는 것 없으니
무심산천(無心山川)
이로다
하늘 댕기 사랑타령
(하나)
댕기 머리 땋아 올려 고운님께 드리우고
버선발 곱게 저며 내 낭군 드리우다
댕기 머리 하늘 머리 바람결에 흩날리고
홍당무 붉은 뺨은 저녁놀에 물들 구나
(둘)
길가에 버들가지 님 그리다 목마르고
개울가 초록잎새 님 품고 애닮 퍼라
허울 댕기 마른 고목 님 찾아 목마르고
얼기설기 감긴 댕기 님 품느라 애가 타고
푸른 댕기 하늘잎새 바라보다 목 마르네
(셋)
둥글다 둥근 달은 님 보며 방긋 웃고
뜨겁다 뜨건 해는 님 안고 재가된다
도토라지 알맹사랑 님 부비며 상처 나고
해오라기 깊은 사랑 감싸면서 깊어진다
짚신나물 깊은 계곡 바라보며 흥이나고
실오라기 청춘남녀 얼싸안고 사랑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