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가 재작년 봄에
친구에게서 얻었다며
꽃 모종을 두 뭉치 가져온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말하길,
이거 갖다 심어봐.
무슨꽃인지 모르겠는데 되게 예뻐.
영도는 주는거니까 우선은 받아 왔는데
무슨꽃인지 모르니 그냥 심어나보자고 했다.
꽃 피어나길 기다려 봤더니
하나는 달맞이꽃이고
하나는 접시꽃이었다.
그 붉은자주색의 접시꽃이
이제는 시절을 다 하여
씨앗으로 남아 있다.
지난주에 받아뒀던 씨앗은
습기가 남았던지 곰팡이가 생겨
버리게 되었고,
오늘 오후에 나가 다시 씨앗을 훑었다.
초여름 한 때 강렬하기로 치자면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색이지 않던가.
놀랍게도 올해는 흰색 꽃도 피어났다.
지금 받아둔 씨앗속에도 흰색 씨앗이 있었으면 좋겠다.
분명히 나는 작년에 받았던 씨앗 한 주먹을 옥상앞 계단밑에 죄다 뿌려뒀는데,
그게 발아가 잘 안되었는지
어쩐건지 그 많은 씨앗들은 다 어디로 숨고
꼭 작년 그자리에, 작년만큼의 꽃대 갯수를 채워 자라난 것이다.
너무 바투 뿌려댔나?
그래서 작은 것들은 미처 올라오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나?
여하튼 내년 봄에는 일렬로 쭉 뿌려서 한 쪽 벽을 접시꽃으로 붉게 채울까 한다.
말라가는 남은 씨앗을 더 모으면
집의 한 쪽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해서 꽃 피는 시절순으로 따져 보자면
철쭉이 화사할 것이고
그 다음은 달맞이꽃과
양귀비가 등장하고
잠시 시간을 두고 접시꽃이 ,
그리고 여리여리한 금화규가,
가을 즈음엔 해바라기가 환할 것이다.
생각같아선 화단 한쪽에 백목련도 심고
마당쪽 텃밭을 싹 밀어버리고는
등나무를 심어 벤치를 두고 싶은데..
그건 엄마의 허락이 떨어질리 만무하고..
우선 접시꽃 씨앗이나
씨앗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내년 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