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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자 후기]
<그림 형제 민담집> 읽기, 이번 주 모임에서는 66번째 이야기 '토끼의 신부'와 63번째 이야기 '세 개의 깃털' 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난 사람은 최영미, 임서빈, 신승임, 이고영, 이진달래, 김수민, 이은영이다.
66. '토끼의 신부' 발제 이진달래
63. '세 개의 깃털' 발제 최영옥
모임 방식은 먼저 <그림 형제 민담집>에 수록된 이야기를 한명이 맡아서 낭독한다.
그 다음 발제를 맡은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정리한 글을 읽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66. 토끼의 신부 (발제 / 이진달래)
* 나눈 이야기 *
- 발제는 좋다. 무슨 얘긴가 하다가 발제를 보면 어, 그렇구나 하니까 읽을 때마다 누구랑 읽느냐에 따라 밑줄이 바뀐다. 우리가 성장한 거겠죠?
아버지가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을 때 토끼를 왜 엄마가 쫒지 않았을까. 토끼는 소녀를 유혹하러 온 존재이다. 다산의 상징이거나 행복의 상징이다. 토끼는 결코 순한 동물이 아니다. 예민하고 냉정하다. 새끼 낳을 때 누군가가 보면 제 새끼들을 다 죽이기도 한다. 플레이보이에 토끼가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된다.
꼬리에 올라탄다는 것은 성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여자아이들을 꼬시는 캐릭터로 토끼가 많이 나온다.
토끼를 쫒아다니면 길을 잃는 일이 많다. 꼬리치지 마 라는 말도 있다.
토끼의 꼬리에 올라 탔을 때 그 순간부터 다시 내려오지는 못한다.
토끼가 ‘재미있는 손님들’이라고 했지만 그건 토끼의 생각이지 소녀는 공감할 수 없다.
동의하고 따라 나섰으나 아니면 가차없이 떠나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소녀가 떠나면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한다. ‘괜찮아, 정 못살겠으면 돌아와’라고 해야한다. 폭력까지 휘두르는 토끼와는 함께 살 수 없는 거 아닌가.
소녀는 자신을 닮은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넌 허수아비랑 살아라. 난 갈거야.’하며 용기를 내어 달아난 것이다. 안 그러면 바보처럼 살게 될 것이다.
본인이 결심하지 않으면 엄마도 해결해줄 수 없다. 모자가정에서 어머니가 약하면 그 어려움이 다 딸에게 전가되는 것을 보았다. 유혹은 엄마도 어떻게 해줄 수가 없다.
유혹에 빠져서 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떠난 거에 대한 온갖 말들, 인격살인,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대단하다.
돌아온 아이는 예전의 그 아이가 아니다. 성장과 변화, 염려해주는 척 하면서 아닌 것. 개인을 무력하게 한다.
남자는 부모님이 물려준 것을 받아서 편하게 사는데 여자는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을 맞춰야 한다. 1:1로 합쳐지는 게 아니라 남자의 영역에 들어가 여자가 견뎌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다. 소녀가 신부로 되었을 때 슬픔과 외로움을 겪으며 성장한다. 이후 꾀를 내는 과정에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주체적이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여성은 대부분 종속적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소녀도 처음엔 울기만 하다가 변화된 것이다.
토끼는 잘난 것 없는 존재, 한량이다. 소녀는 낯선 곳에서 폭력적인 상황 속에 산다.
사소한 것들이 사회를 만들어 간다.
차이 :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부모세대부터 내려온 관습에 대해 옳고 그름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것으로 변화될 수 있다. 부모의 생각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알모를 봐도’ 청바지 말씀^^ : 열 두 사도가 세상을 바꾼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엄마의 비합리적인 신념이 옳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빨리 알아차리고 정신상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외줄타기하는 것 같다.
이혼, 소박맞는 것은 수치이고 창피함이었다. 동네사람들이 수군수군대고 나누고 따돌리는 것은 ‘난 너랑은 달라’하며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이고 가르기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으면 거의 사망선고이다. 중국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거기에서 딸을 아버지가 죽이려고 해서 어머니가 끌어안고 물속에 빠져죽는 이야기.
받아줄 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며칠 전 친정에 갔는데 올케는 직장에 다니고 아이가 셋이다. 오전근무만 하고 일찍 갔는데 시누이는 다섯이다. ‘내가 일찍 갈게. 걱정하지 마. 미안해 하지 마. 이ㅇㅇ여사 기일이고 너랑 상관 없는데 왜 니가 안절부절해.’ 하고 말해줬다. 조카에게는 ‘니 엄마가 왜 고생해야 돼. 니가 해라.’ 말했고 올케에게 상품권 두 장 줬다. 그리고 미안해 하지 말고 당당해야 된다고 말해줬다. 드러내놓고 말해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여성인권이 아직 바닥이라고 느껴진다. 사회가 바뀌어야 된다.
모임을 알모에서 안하고 있는데 정부방침에 따라서 분위기가 흘러가니 안 모이게 되고 이제 아니 모여도 돼, 모이자 해도 안 모인다. 이제 풀어지면서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이제 조금씩 온다. 사회적 규제와 분위기가 모르는 새 우리를 조종한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의 컨트롤이 거대하다. 반대하면 손가락질 받고 세균맨이 된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편도 같은 사고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힘들다.
이게 뭔 얘길까 하다 발제를 보고 ‘아, 그렇군’ 한다. 잘 늙어가고 잇다고 생각한다. 소녀의 엄마는 왜 토끼를 직접 쫒아내려 하지 않을까. 토끼의 유혹을 헤쳐나가는 힘을 기르게 해주는 걸까.
‘살다 힘들면 엄마한테 와’ 하는 말 나는 못들어봤다. 주홍글씨가 힘들었는데 부러웠다. 맏이라서 가져야 했던 부담, 옥죄는 상황이었다. 행동을 수반한 말은 말씀이 되어 선한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를 알았다면 달랐겠지.
부모세대는 사느라고 바빠서 여자로서 대접받기 보다는 꿈을 갖기도 힘들었다.
유리슐레비츠 책을 보았다. 30~40년대에 안 산 것도 복받은 거다. 생존 외엔 생각할 수 없었던 때가 아니었는가.
말할 때에도 할 말, 못할 말이 있다. ‘어휴, 어휴’는 고치고 ‘사랑하는’ 이 말 좋다.
할머니들과 시수업하는데 할머니들의 꿈 이야기가 참 좋았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살다 이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꿈을 꾸며 사는 할머니들이다.
생각해보면 많은 꿈을 이루며 살았다. 첫 다섯 권의 책. 난 나의 꿈을 이루었다. 독일어B 1단계 들어간다. 통과하면 대학졸업장을 준다는 생각으로 뿌듯하다. 나 스스로 인정한다. 대학원으로 갈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
이정록시인의 아들 키우는 책 『아들과 아버지』 보면 19금 이야기도 나온다. 이야기가 예쁘고 따뜻하다. 다 사보시오~^^
63. 세 개의 깃털 (발제 최영옥)
* 나눈 이야기 *
- 원주교구 신부님 – 트렁크 갖고 대중교통으로 교구사람들을 다 만나도 다닌다. 한 달반에서 두 달 가량. 가난한 동네 새 사제 그 모습 그대로 출발시켜 미사 드리게 하며 가난한 동네를 몸에 새겨지게 한다. 셋째가 왕이 되는 과정도 아래에서부터 두루 살피고 오는 과정이다. 세 개의 깃털을 날리고 그 방향으로 가는 왕이 되는 수업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힘을 갖게 된다. 몸으로 새기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형들은 뭐하러 애쓰냐고 말한다. 이는 김환희선생님이 말씀하신 ‘삽질의 즐거움’과 맞닿아 있다.
왕이 장자에게 물려주지 않고 깃털을 날리며(방향을 알 수 없다) 서로의 운명을 시험해보는 과정이 있다. 문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막내에게 있었다.
깃털은 세 아이들이 선택한 건가? 깃털은 정해져 있고 셋째가 왕이 될 운명이었던 건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형들이 먼저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
왕이 될 사람을 정하는데 멀리서 찾느냐 가까이서 나를 들여다 보느냐(수신제가)의 문제.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건 나의 교만. 독불장군이 될 수 있다.
깃털의 방향보다는 태도의 문제이다. 문제는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있다. 아버지는 주어진 것을 어떤 태도로 해결하는가를 보려고 한 거다. 모든 것을 외부에서 찾는 것, 멍청하니까 내 스스로를 보는 것. 여기서 멍청하다는 것은 형들의 판단이다.
잘난체, 잰체하는 것과 알아도 과시하거나 주장하지 않고 사려 깊음. 내면이 강한 사람.
‘새파랗게 젊은 처녀야, 쭈그렁이 다리야, 쭈그렁이 강아지야~’ 무슨 뜻일까 궁금하다. 이 젊은 처녀가 당근 속의 두꺼비이고 사람이 된 존재. 동일 인물 아닐까. 겉은 두꺼비이나 실은 처녀. 막내의 선택은 늘 옳았다. 처녀선택의 힌트가 되었을 거다. 운을 하늘에 맡긴다고 하지 않았는가.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처럼 전해 내려오는 노래 아닐까. 두꺼비 우두머리가 노래 부르며 상자를 가져오게 했다.
벼락닫이 문은 무얼까. 비밀 통로이다.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이다. 옛날 우리 집 대청마루에 마루 판을 들어내면 방공호가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문이 있는지 안보인다. 이것처럼 막내의 눈에만 보이는 문이다. 슬퍼하고 고개숙이고 주저 앉아야만 보이는 좌절하다 찾게 되는 길 아닐까.
옛이야기 속의 두꺼비 : 서양은 흉측하고 마녀와 같이 나온다. 그러나 범상치 않다. 우리나라의 두꺼비는 지네에게서 구해주는 존재. 영험한 어떤 존재이다. 주저 앉는 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이 나타냈다. 주저 않았기 때문에... 용기와 위로가 된다.
문을 두드리다. 열었다. 말을 걸었다. 이것 모두 행동이다.
지하로 가는 것 : 고정관념 때문에 꺼리는데 그게 없는 존재. 이는 또 하나의 길일 뿐.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간 막내. 우리도 문을 열고 갈 수 있었을까. 어둠, 지하 – 부정적 시선은 바깥에서 만들어진 관념이다. 오히려 희망을 주기 위한 전조증상이며 또 하나의 세계이다. ‘고문, 음모, 범죄’ 라는 이미지는 사회가 만들어 낸 것들이다.
이거 좋은 이야기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이렇게 발제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아이의 성품, 품성을 보고 칭찬해야 한다. 똑똑하다고 추어주지 말고 어렸을 때부터 칭찬도 잘해야 한다.
책방에 온 손님이 마스크를 안 쓰고 왔다며 폐 끼칠까 가리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호의가 생겼다.
태도 : 사람을 대하는, 상황에 반응하는 자세. 깃털의 방향. 살고 있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으로 멀리 떠나 봄(형들) 막내는 발 딛고 사는 곳, 여기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왜 어디로 떠나려고만 할까. 두꺼비가 호감가는 동물은 아니지만 외모에 찌푸리거나 멀리할 수 있는데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오는 도움의 손길이 있다. 난 과연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지? 내 마음을 갖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관계의 기본.
‘아, 이런 건 기본이예요.’ 하는데 그 ‘기본’이 어렵다. ‘기본’은 다른 이에 대한 배려. 기본만 잘 지켜도 평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기본’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문제이다.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래.’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지사항이 있었어요. 드디어 5월 둘째 주부터 오프라인으로 민담일기 모임을 갖기로 했어요. 오는 5월 12일에 반가운 얼굴들 뵐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