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북로 - 오래된 기도 2 ─ 이문재

[이결]

천산북로 ─ 오래된 기도 2
                                       이 문 재 (1959~     )
 
 
천산북로
오래된 마을 아낙네들은
사방으로 탁 트인 언덕에 올라
기도를 올린다
 
마른세수하듯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다음
두 손을 그릇 모양으로 만들어
그 안에다 대고 소원을 말한다
자기 두 손에다 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무한천공을 우러른다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소서
전쟁이 빨리 끝나도록 해주소서
아이들이 탈 없이 잘 자라도록 해주소서
풀이 쑥쑥 잘 자라게 해주소서
양들이 새끼를 많이 치도록 해주소서
 
그런 다음
두 손을 펴 기도를 외우고
다시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자기 얼굴을 두 손에 가득 담는 기도
오래된 소원을 두 손에 가득 담는 기도
그런 다음 하늘을 우러르는 기도
 
오래된 소원이 천산북로의 맨 꼭대기다
오래된 기도가 천산북로의 맨 앞이다
 
 
*천산북로天山北路 : 중국 천산산맥의 오아시스를 연결하는 교통로, 고대 동과 서의 교통로. 티베트 위, 곧 타클라마칸 사막 위가 천산산맥, 북로와 남로가 있다.

[난지]

아낙네들의 기도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과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