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 다음날(18일/수) 새벽 바람에 가야산의 남쪽 봉우리인 원효봉을 찾았었는데
굳이 원효봉을 찾게된 이유는 산 중턱의 옹달샘에 고이는 황금빛의 금샘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허나 아쉽게도 금샘 자리를 찾지못해 헛걸음을 했던터라 다시 한 번 재도전을 해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 처럼 들머리를 찾지 못해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없는 산속을 두서너 시간 걷고 약 50여km 라이딩을 한다는 게
사실 80 노인이 할 짓은 아니더라
어젯저녁의 일몰
우강들녁을 거쳐 합덕제를 지나가는 중에 고풍스러운 '합덕성당'을 건드려 본다
보눈 눈에 따라 다르겠지만 "역시 아름답다"
연꽃이 필 시기가 지난 탓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건드려 놓아 볼품없어진 합덕제는
겨울 진객 고니(백조)가 찾아와도 쉬어 갈 곳이 없어져 아쉬움을 주는 곳이 됐다
덕곡리와 궁리,양촌을 지나 상장리에 접어 들어 황금뜰 뒤로 펼쳐진 가야산 도립공원을 응시하니
답답할 것 없는 가슴이건만 그래도 확 트이는 기분이 느껴진다
고덕을 지나면서 부터는 도로 갓길이 아닌 시멘트로 포장된 논길을 달린다
그럭저럭 덕산에 가까워질 무렵 개천옆으로 빠져나와 일부러 가보지 못한 당곡리 마을 안을 돌아 보고!
덕산초등학교 앞을 지나 마트에서 요깃꺼리로 빵을 구입하여
옥계저수지 정자에 도착해 아침밥을 대신하니 간편한 식사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상가리 가야산 주차장으로 올라 가기 전 아랫개골 밑의 중개골 마을로 접어 들어
약간 가파른 언덕으로 올라 와서 오늘의 산행기점인 이정목 앞에 도착했다
일부러 심은 것 같은데도 가꾸지 않은 '가우라꽃'이 봉두난발을 하고 흐느적 거려 조금은 아쉽다
집에서 부터 중개골 들머리까지
편도 26.2km를 1시간 54분이나 걸려 도착했구나!
다시 트랭글을 등산모드로 바꾸고 애마를 이정목에 세워둔채 숲길로 들어간다
온통 녹색 몸통을 가진 뱀 한 마리가 스르르 풀섶을 지나 가기도 하고
아이 주먹만큼씩한 알밤이 떨어져 뒹구는 비탈길을 약 30분쯤 오르니
능선에 '계너미 쉼터' 이정표가 팔을 벌리고 맞아준다
솔꺼럭이 깔린 폭신한 등산로에는 산악 오토바이가 헤집은 흔적도 보이고!
중간중간에 이정목과 함께 서있는 국가지점번호판도 심심찮게 보인다
숨이 찰만하면 이런 통나무 의자도 마련돼 있는 원효봉은 고급 둘레길 트레킹 코스이다
오형제 상수리 나무
'내포문화숲길'을 알리는 붉고 노란색 리본도 자주 발견된다
시량리에서 1.8km쯤 올라온다는 낡은 안내목이 처량한데
설마 산길도 관리가 안돼 낡은 길이 된건 아니겠지!
눈썰미가 있다면 이런 야릇한 소나무도 발견할 수 있다
원효암터가 800m쯤 남았다는 이정표
여기에도 시량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다른 이정표들과 함께 섞여있다
길바닥에서 처연한 죽음을 맞이 한 민달팽이의 최후!
달팽이들은 몸에 암수(雌雄)의 성기가 있어 교미(交尾) 할 때 서로 몸을 받아들이고 몸을 집어넣는다
죽음을 맞이하기는 했지만 아낌없이 정사(情事)를 치룬 흔적이 너무 뚜렷하여 경외감마저 들었다
돌을 모아 쌓아서 보호한 이 나무는 주변의 나무들에 비해 특별대접을 받은 것 같고!
원효봉은 등로 곳곳에 수령이 꽤 오래된 소나무들이 많아 운치있는 산으로 대접받기도 한다
어데서 떨어져 나왔는지 모르지만 무참하게 땅바닥을 딩굴기에
지난번에 내가 자리를 잡아 준 이정표 안내판!
원효암터는 이제 190m를 남겨놓았다
부근에 있는 시멘트 구조물에 영어가 새겨져 있는 걸 보니
이 곳이 군 시설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쓰러져 썩어가는 소나무를 다리를 번쩍들어 넘어서고!
정상과 원효암터로 갈리는 삼거리 이정표
원효암터는 이제 100m 전방이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바로 허~연 화강암(?)덩어리를 드러낸 암릉이 앞을 막아선다
바위 위로는 꿈틀거리는 듯한 소나무 한그루가 우거져 있고!
바위에 올라서면 내포의 황금빛 들판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도고산과 광덕산>
<영인산>
<가까이 당겨 본 덕산 시내와 황금뜰 예당평야>
바위 밑에는 털여뀌가 무성하고 꿩의비름도 꽃색을 붉히기 시작했다
허나 정작 찾으려는 '금샘'은 보이지를 않는다
이 바위 모퉁이를 돌아서면서 만났던 것 같은 기억은 아무래도 착각이었나 보다
대신 원효암터는 여전히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은술샘
주인장인 두꺼비는 어디로 외출을 했는지 보이지 않아
물을 뜨는데 허락받을 일도 없건만 오늘은 샘물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원효암터
저 길을 돌아가면 쌍돌탑이 나오는데 지난번에 이미 헛걸음을 했던 터라
오늘은 이쯤에서 발길을 돌린다
여기도 정사(情死)를 벌린 민달팽이의 시체가 놓여있다
원효암터 입구의 갈림길 소나무에 작별을 고한다
의심쩍었던 시량리쪽의 하산길을 다시 한 번 들려보기로 한다
지난번에도 얼마간 진행을 하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다시 되돌아 왔던 길이지만
더 이상 다른 곳은 탐색해 볼 길이 없는 것 같아 가파른 비탈길을 오늘도 또 내려가 본다
한 참을 내려와서 만나게 된 암자터!
주변에 서있는 국가지점번호표를 확인해 봐도 여기도 역시 금샘이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괜히 내려왔다 싶은 후회를 안고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핑계삼아 썩어가는 나무둥치에게 하소연하듯 카메라를 들이대고!
다시 등로로 올라와 석연찮은 걸음으로 하산을 한다
"이렇게 기억이 지워졌나!" 한탄을 하면서....!
앙증맞게 돋아난 영지버섯이 수줍어 고개 숙인 밤나무 밑에서 뜻하지 않게 알밤을 주웠다
작은 배낭이지만 반넘어 채운 배낭이 무거워질 때쯤에 덕산의 지인과 통화를 하여 점심 약속을 잡았다
실제 산행거리는 약 6km가 조금 넘고
트랭글에 나와 있는 거리 표시는 덕산 시내까지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시간도 약간은 딜레이 됐고!
족탕에 맥주 한병으로 배를 채운 후 지인과 헤여져 다시 트랭글을 켰다
일부는 도로변 갓길을 이용하는 라이딩이지만 철저히 갓길을 준수하며 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한다
<양촌 정류소>
정류소에 세워진 예산 관광안내도를 캡쳐했지만 다시 들여다 볼 계제가 있을라구!
양촌과 상궁리를 지나며 '궁리 마을'의 유래를 남긴
단종의 어머니이자 세종의 아들 문종의 왕비가 된 '현덕왕후'가 탄생한 마을을 지났다
이후 대합덕리를 지나 합덕제 옆길을 이용하여
신촌리와 우강평야를 거치는 귀가길은 22.4km에 1시간 18분이 소요되었다
두번째 방문에도 끝내 찾지 못한 금샘은 나를 혼돈에 빠지게 한다
저녁 산책을 나와 노을길을 거닐며 다시 '월관여심님'에게 설명을 들었지만
3차 방문시에도 이 비경지를 찾아내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도 다시 시도해 보리라는 결기를 다지며 텃밭의 가을꽃들에게 위로를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