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금까지의 스스로 학교 후기와 지금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실로 오랜만에, 그리고 그리웠던 이 무작정의 느낌을 갖고.
내가 여태껏 글을 쓰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엔 어떤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 확신은 사실 모든 것에 관한 것이었다.
스스로 학교든, 학생회장이든, 나의 역할, 음악, 그리고 나에 대한 확신까지도.
내 삶의 모든 것이 모호하고 예측 불가에 두루뭉술하기만 했다.
발견하지 못한 내가 하는 일들의 의미가 부족하다고 느껴져 부족함을 느낄 새 없도록 내 몸을 열심히 굴리고 머리도 돌돌 굴렸다.
그리고 인제 그만 할때가 된 것 같아서 가만히 내가 하는 말을 들어본다.
학생회장이 되고 처음 스스로 학교 후기는 올리지도 않았다. 그 주제가 무엇이었든 내겐 깊게 생각할 건덕지가 되지 않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든 남들 반응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는 나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아 했고, 다른 이들이 실망하는 것도 경험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것이 어떤 근본적인 문제이든 간에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은 여간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두 번째 맞는 이번 스스로 학교도 매한가지였다. 아니 한 80% 정도.
배움이 적었던 지난 스스로 학교만큼 무미건조한 후기들을 염두에 두고 이번엔 경험들로 꽉꽉 채워 넣는 대신 비워두고 사건을 회피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것이 나의 선택일지 누군가의 우연일지도 모르겠는, 이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의심이 가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학교를 하는 중에도 자꾸만 선배들이 진행했던 스스로 학교가 떠올랐고, 그럴 때마다 나의 확신에는 더 많은 의심의 경계가 생겨나고 겹쳐져서 그 모습이 분명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나를 비롯한 이들의 깨달음을 기대하는 훈화 말씀을 하기도 했고 각자가 깨우친 배움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모두 배운 척 하는 훈화 말씀을 할 수도, 그저 자기 배움을 얘기 할 수도 없었다.
왜냐, 난 배운 게 없었으니까.
그런 주제에 남들이 배우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누구는 잘난 체를 한다고 못마땅해했다.
몽땅 내게 돌아오는 말이었다. 남들 얘기를 하고 다녔지만 사실 내 얘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역할에 대한 의구심과 의심을 만들었고 그것들로 엮은 핑계로 나 자신으로부터 회피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직접 경험할 수 없었다. 음악 이론을 배우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스케일과 코드들을 배우고 알고는 있어도, 그것들을 자꾸 써보고 직접 활용해 보지 않으면 어느새 머릿속엔 잔향만 남게 된다. 내 것이 아니게 된다.
나는 이 사건이 어떻게 될 것이고, 이게 다 나를 위한 것이고, 뭐가 일어날 거라고 주절대긴 했지만 그걸 직접 맞닥뜨릴 용기조차 없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나의 몫이고 내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또 이렇게 말로만 하고 있지만)
하지만 꽤 뿌듯한 일도 있었다. 앞서 말했던 80%의 나머지 20%.
이번 스스로 학교 때, 하루는 호영이와 예솔누나와 같이 맨정신에서 살짝 핀트가 나간 졸린 정신으로 이야기나 하며 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공간과 시간이 집에 있는 것처럼 너무나 편하게 느껴졌었다. (여기서 나에게 삼무곡이 아직 집만큼 못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정말 집에서나 하던 아무 말을 했다. 영화 대사도 따라 하고 터져 나오는 대로 웃기도 하고 하여튼 가족 아닌 사람한테는 창피해서 안보여줄 모습을 보였다. 물론 내 기준에서.
그리고 그때 그 병신같은 짓을 하는 와중에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고 행복했다. 또 내가 여전히 이미지 관리를 하는 걸 느꼈다. 온전히 나를 무장해제 시키지 않았단 걸 알았다. 나는 그때야 내가 그리워했던 당당한 내 모습을 보았고, 그때가 오늘내일 걱정 없이 진심으로 지금을 보냈던 순간이었다.
내가 원했던 나의 본래 모습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감추고 있었고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 아 이게 나라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느껴지는 책임과 기대에 맞춰 살고 있다 보니 부풀어버린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 그제야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학생회장을 별다른 거부 없이 맡은 이유는'나 아니면 누가 해'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걸 누군가에게 말하고 다녔다간 나는 재수 없게 재고 다니는 애처럼 보일 것 같아서 굉장히 예상치 못한 일인 척, 뜻밖의 난관인 척 연기나 하고 지냈다. 사실 알고 있었다. 내가 하겠구나 하는 느낌. 그래, 나 다 알고 있었다.
그런 고민 속에 언제나 질문을 던져봐도, 그지같은 난 뭐 하고 있죠,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따위의 물음을 던져봐도 항상 돌아오는 답은 '넌 잘하고 있다.' 언제나 넌 잘하고 있다. 정말 나에 대한 한 줌의 의심도 없는 말이었다.
나를 그렇게 믿어주는, 나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주는 작자를 정작 나는 믿어 의심하고 있었구나. 나를 그렇게 못 미더워 했구나.
그럼 누가 나를 믿어주고 신뢰해줄 수 있는가. 그 누가 그렇게 아무 의심 없이 사랑해줄 수 있는가.
내가 그러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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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이와 얘기를 했었다. 나와 같은 고민, 생각을 나누었다.
1년이 조금 넘은 애송이가 선배가 되어가고 있는 얘기를 했다.
시은이는 나한테 자기 엄마에 대한 얘기를 했고 그러다 울다가 웃다가 난리를 쳤다.
나는 중학교 때 한창 사춘기에 빠져 이런저런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에게도 말할 사람이 없어 혼자 아닌 척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엄마와 어떤 얘기를 하다 내 고민에 대해 물어왔었다.
당시에 나는 그런 얘기를 친구가 아닌 엄마와 하는 내가 굉장히 한심하고 화가 났고 나도 모르게 쳤던 두꺼운 벽으로 자꾸만 들어오려고 했던 엄마가 귀찮고 싫을 뿐이었다. 한참 말싸움을 하다가 - 엄마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나와 그렇지 않은 엄마의 - 결국 나는 사춘기의 정점을 찍는 끝내주는 말을 했다.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엄마는 여러 감정이 담긴 울음을 터뜨렸고 당황한 나를 밀치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굳게 닫아버린 문 옆에서 나도 울어버렸다.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해서.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이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살까, 나에게 주었던 사랑이 얼만데 거기에 대못을 박아버렸을까.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한참을 울었다.
그때가 삼무곡을 처음 알고 닐 도날드 월쉬의 '작은 영혼'이라는 동화를 읽고 얼마 안 된 후였는데, 한가지 명확하게 반복되어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우린 하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이제야 깨달아서 너무나 미안했고 우린 너무나 열심히 이걸 깨닫기 위해서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던 거였는지 싶다.
그 이후로 엄마와는 나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정말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기에 엄마와 언성을 높이고, 두려워하는 시은이가 무척 공감됐다. 그러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없는 일이 없다는 것이 더 슬펐다. 그래서 내 이야기처럼 펑펑 울다가 또 같이 웃다가 똑같이 난리를 쳤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었다. 정말 힘들었겠구나.
다른 사람 얘기를 이렇게 들어주고 공감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이입이 됐었다.
이제 보면 나와 다르므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삶이고 겪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아니라고 바르다고 할 수도 없다. 그저 바라봐 주는 것이 나의 몫이 아닐까. 그저 지켜보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닐까.
그게 다른 사람을 대하는, 나를 대하는 방법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일을 겪든 슬퍼하든 기뻐하든, 힘들어하고 고달파해도 그것이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기에, 나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니까 그걸 만들어가는 나를 그저 관객처럼 지켜보는 것이 나라는 영화를 만들어가는 나에게 해주는 역할인 것 같다.
때론 손뼉 쳐주고,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하지만 장면 장면이 지나갈 때마다 성장해가는 나를 느끼는 것이 나에 대한 가장 큰 사랑인 것 같다.
인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다.
이제야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고 난 어땠는지 알겠다. 사실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는 나에게 혹은 너에게'잘 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고,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다시 오늘 처음으로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네가 어떻든 지금 너를 사랑한다. 아무렴
첫댓글 드디어 왔구나!^^ 기다렸다. 이정민!
"네가 어떻든 지금 너를 사랑한다. 아무렴!!!^^"
아무렴.
네가 어떻든 지금 너를 사랑한다. 아무렴
축하해~~ 부러워~~
부활절이라 송글라라수녀님 문자 주셨네
알라뷰
정민아 사랑해
우리는 모두 하나다 정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