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교통신호가 바뀌자마자 경적을 울리며 ‘빨리빨리’를 외치는 모습을 흔히 본다. 이때 외국인이 “한국인들은 참 다급하다”고 한다면 맞게 표현한 걸까?
일이 바싹 닥쳐 매우 급함을 이르는 ‘다급하다’보다는 참을성 없이 몹시 급하다는 뜻의 ‘조급하다’란 말이 어울린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 다급한 목소리로 김밥을 시켰다” “응급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다급하게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처럼 지체할 겨를이 없어 서두르는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는 한국인의 속성을 지적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의 예도 마찬가지다. “조급한 용무가 생겨 결혼식에 못 갔다”고 하면 어색하다. ‘다급한 용무’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둘 다 급함을 이르는 표현이지만 ‘다급하다’는 상황이 급한 것, ‘조급하다’는 참을성이 없다는 것으로 의미 차가 있다.
성질이 급하다는 뜻의 ‘성급하다’를 ‘조급하다’ 대신 쓰는 건 어떨까? 비슷한 의미 같지만 조바심을 내 마음을 급히 먹을 땐 ‘조급하다’, 말·행동을 빨리 끝내려 서두를 땐 ‘성급하다’가 어울린다. “약속에 늦을까 봐 조급해졌다” “성급하게 약속을 잡았다”처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