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이어 정 호 승
소나기가 퍼부은 날이었다 서울역 광장에 물고기 두 마리가 떨어져 퍼득거렸다 누가 놓고 갔는지 따뜻한 보리떡 다섯 개도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낡은 비닐봉지처럼 이리저리 쓸리던 행려자들이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우르르 달려들었다 서울역은 그대로 밥상이 되었다 햇볕은 뜨거웠으나 물고기는 줄지 않았다 아무리 먹어도 보리떡은 줄지 않았다 밤이 되자 서울역 시계탑에 걸린 배고픈 초승달도 길게 줄을 서서 떡과 물고기를 얻어먹었다 유난히 달빛이 시원한 밤이라고 사람들은 떠들어대었다 그 뒤 해마다 여름이면 한 차례씩 서울역 광장에 소나기가 퍼부었다 소나기를 맞으며 밥과 국을 담은 들통을 들고 부리나케 수녀님들이 달려오면 밤 깊은 서울역 지하도 행려자 무료급식소에 밤새도록 무지개가 떠서 아름다웠다 |
첫댓글 오병이어의 기적은 지금도 계속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