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초(가는잎금계국)와 개양귀비(꽃양귀비)의 야외 공연
초여름의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진주체육공원 앞 남강 둔치에는 지금 자연이 연출하는 거대한 야외무대 공연이 한창입니다.
주인공은 나란히 어깨를 맞추고 만개한 기생초(가는잎금계국)와 개양귀비(꽃양귀비) 군락인 데 순식간에 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빼앗아 촉촉한 감성의 세계로 이끌고 들어갑니다.
남강을 스쳐 온 미풍이 살랑살랑 불어올 때면, 기생초의 무리가 먼저 가볍게 몸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선명한 황금빛 치마에 짙은 밤색 립스틱을 짙게 바른 듯한 그 꽃송이들은 마치 연회에 초대받은 수많은 무희가 일제히 까르르 소리를 내며 떼 웃음을 짓는 듯 쾌활하고도 요염합니다. 바람 한 자락에 한 번씩 파도치는 노란 물결은 보는 이의 마음을 간지럽혀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바람의 세기가 조금 더 드세어지면 이번에는 그 곁의 개양귀비(꽃양귀비)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섭니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얇고 붉은 꽃잎들이 강바람을 가득 머금으며 공중으로 날아오릅니다. 그 우아하고도 격정적인 움직임은 흡사 붉은 비단 부채를 든 무용수들이 일제히 화려한 부채춤을 추는 형국입니다. 햇살을 투과시킨 얇은 꽃잎은 핏빛보다 붉고, 바람에 나부끼는 자태는 애잔하면서도 강렬하여, 이 비 현실적인 아름다움 앞에 넋을 잃고 멈춰 서게 만듭니다.
이 장엄하고도 섬세한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면 저 꽃들이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대자연이 인간을 향해 던지는 은밀하고도 매혹적인 유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장기 가득한 얼굴로 조잘대며 웃는 기생초의 생기와, 온몸으로 붉은 열정을 불사르는 개양귀비의 독무(獨舞). 남강의 푸른 물줄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화려한 시각적 성찬은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고, 끝내 그 마음마저 흔들어 놓기에 충분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전해져 오는 초여름의 향기와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색의 대비는, 메말라 가던 우리의 감성을 여지없이 뒤흔들며 자연이라는 거대한 예술품 속으로 우리를 기꺼이 침잠(沈潛)하게 만듭니다.
남강 변을 붉고 노랗게 물들인 이 유혹의 몸짓은 계절이 지나가면 사라질 찰나의 순간이기에 더욱 애틋하고 아름답게 가슴에 각인됩니다.
진주에 거주 하시는 분들 중 이 부근을 지나는 걸음이 있으시면 한번 쯤 이 공연을 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여겨집니다.
아래 '노래영상'은 내가 쓴 산문 글을 '제미나이'에게 노래말로 고쳐 작곡을 부탁하여 얻은 영상입니다
꽃양귀비(개양귀비)
◐. 양귀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 마약 성분이 없어 재배가 합법적인 관상용 품종.
◐. 꽃의 특징 : 줄기 끝에 대개 한 송이씩 외롭게 달립. 꽃잎은 주름이 잡힌 듯 얇고 부드러운 종이 질감이며, 활짝 피면 위를 향해 둥근 그릇 모양(컵 모양)을 이룸. 붉은색이 가장 흔하지만 분홍색, 흰색 등 다양함.
◐. 줄기와 잎 : 전체적으로 거친 털이 빽빽하게 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임. 잎은 깃털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 있음.
기생초 (가는잎금계국)
◐.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임.
◐. 꽃의 특징 : 코스모스를 닮은 국화 모양의 꽃이 가지 끝에 여러 개 달림. 가장 큰 시각적 특징은 '색의 대비'임. 꽃잎 바깥쪽은 선명한 노란색(또는 황금색)이지만, 중심부는 짙은 밤색(적갈색)으로 물들어 있어 마치 화장을 한 기생의 모습과 같다 하여 '기생초'라는 이름이 붙음.
◐. 줄기와 잎 : 줄기에 털이 거의 없이 매끈하며, 가지가 많이 갈라져 풍성하게 자람. 잎은 깃 모양으로 가늘고 길게 갈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