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사학계의 판도를 대체로 주류, 비주류, 재야의 3파가 분점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주류는 주로 명문대 학맥을 중심으로 현재 학계에서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일제시대 이병도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실증사학의 학맥을 이어받고 있다. 실증사학이란 무엇인가. 문헌과 유물, 유적을 통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된 것 만을 역사서술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역사해석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비주류는 명문대 학맥 밖의 학계에서 나름대로 학문적 성과를 쌓아오고 있는 다양한 연구자들이다. 비주류는 학맥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에서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진취적인 상과를 내기도 한다. 이들은 사실 주류의 카르텔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비주류로 위치지워진 점이 강하다. 고구려사의 경우 그 대표적인 연구자로 서경대의 서길수 교수를 들 수 있다. 서 교수는 10여 년에 걸쳐 중국에 산재해 있는 고구려 산성과 고분 등 고구려 유적을 직접 발로 뛰며 연구해 그 동안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러나 원래 경제학과 전공인데다 주류 학맥과의 연결도 없어 주류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왔다. 얼마 전 그는 그동안의 고구려사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정신문화연구원 교수로 추천된 바 있다. 그러나 주류 학계의 집요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정신문화연구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또 백제사 연구자 이형구 선문대 교수도 비주류의 대표적인 연구자이다. 그는 풍납토성 발굴에 전력을 기울여 풍납토성이 아파트 개발에 휩쓸려 사라질 뻔한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게 했으며, 풍납토성이 역사 기록에 등장하는 백제 왕성인 하남 위례성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 시기도 기원후 1세기 전후라는 것을 실증해 내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그 역시 사학과가 아닌 홍익대 미대 출신인 데다 고고학 박사학위도 국내가 아닌 대만에서 취득해 주류 학계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서러움을 겪어 왔다.
재야는 글자 그대로 주류나 비주류와는 달리 학계 밖에 존재하는 일군의 역사학자들이다. 이들의 연원은 꽤 길다. 일제시대의 민족종교인 대종교가 아마도 이들의 시조에 해당할 거이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학문적'이지 않다. 이들이 주로 근거로 삼는 역사서는 [한단고기] [규원사화]와 같은 그 진위가 논란 중인 자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강한 민족주의자, 아니 국수주의자들이다. 지리산 밑 산청에 가면 이들이 성지로 조성해 놓은 '삼선궁'이란 것이 있다. 일종의 단군사당 같은 것인데 해놓은 모양을 보노라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제공해 주는 개량한복 비슷한 것을 입고 들어가야 하며 교회 안에서와 비슷하게 경건한 자레슬 취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요즘 '신시'와 '율려'를 주장하고 잇는 왕년의 반정부 시인 김지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모여 '고구려사 연구센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논의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시민단체에서는 "고구려사 연구센터가 뭐냐, 우리땅 되찾기 운동본부로 하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재야의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재야사학계는 학문집단이라기 보다는 종교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돼 있으니 뭐라 탓할 수 없기는 하다.
어쨋든 주류 사학계를 비판할 경우 그 비판자는 자신의 입각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재야의 입장에 서 있는지, 학계 비주류의 입장에 서 있는지를. 이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학문적 논쟁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료출처 : 월간 [말] 2004년 3월호 {김성환의 History Today '동북공정'을 다시 생각한다} 중에서
/고중영의 의견/
조선사편수회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역사를 반도사관에 우겨넣는 일을 했던 치졸한 사학 단체였다. 그 단체를 이끌었던 이병도는 이완용의 질손으로 지금 우리 사학계를 이끌어가는 다수가 이병도의 제자인 것이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 안효상 역시 이병도의 줄기를 붙잡은 인물이었다. 2005년 6월 30일에 발간된 /단군학 연구/라는 서적은 우리나라 사학의 비주류로 일컬어지는 단군연구회가 다양한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며 우리역사 바로잡기 일환으로 펴낸 책이다. 나는 이 책 외에도 /천부경나라 이야기/를 쓴 지승당 "정지승 스님"과 몇 차례만나 예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지승당은 몇몇 대학에 올바른 우리역사를 강의 하다가 어느 날 알 수없는 무리들에게 테러를 당해 불구가 되었는데 그 뒤 상황을 놓쳐버렸다.
지금 서울대학이 이병도의 자손들이 주축이 되어 운영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서울대학이 우리나라 명문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는 우리 역사의 진실은 영원히 미궁 속으로 사라질 위험성이 있다. 나는 혈기왕성한 어느 지사가 우리역사의 진면목을 소설이나 기타 논문으로 끊임없이 거론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일제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맞는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비분강개가 아니다. 우리가 잘 못 배워온 우리의 역사가 자자손손 후대들에게 그대로 세습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거론하는 것이다.
첫댓글 요즘 한겨레 신문에 한국역사의 속내가 연재되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