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가 일으킨 기적 아닌 기적
윤지수입력 2023. 2. 4. 08:30
91m 협곡 아래로 아반떼가 굴러떨어졌다. 그런데…
현대 아반떼 N(사진은 북미형 엘란트라 N)
지난 12월 미국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아반떼 N (현지명 엘란트라 N)을 타고 로스앤젤레스(LA)를 여행하던 한 커플이 다른 차가 지나가도록 한쪽으로 비켜서다 91m 아래 협곡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91m는 25층 빌딩과 맞먹는 높이다. 생존확률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했다.
91m 아래로 추락한 아반떼 N (출처: 클로에 필즈 트위터)
기적이 일어났다. 구조용 헬기가 도착했을 때, 만신창이가 되어 뒤집힌 차 속에서 두 사람 모두 안전하게 빠져나왔다. 심지어 큰 부상 없이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상태였다. “이곳은 이미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입니다. 이들의 생환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죠.” LA 구조 담당자의 설명이다. 사건 당사자인 클로에 필즈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눈앞에서 나무, 먼지, 연기가 어지럽게 뒤섞이더니 거꾸로 뒤집힌 채 멈췄어요. 차에서 내려 서로를 확인했을 땐 얼굴에 생긴 생채기가 부상의 전부였죠.” 그녀는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자동차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엘란트라 N (현지명)은 정말 대단한 자동차입니다. 300피트(91m) 추락 사고에서 우리를 지켜냈어요.”
그녀가 겪은 사고로 아반떼 N의 안전성이 드러난 셈.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보면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특히 최근엔 스포츠 스타들이 겪은 사고가 널리 알려져 안전성이 화두에 올랐다.
트램과 충돌한 EV6 (출처: 야르오미르 야그르 인스타그램)
지난 5월, 체코 출신 하키 선수(2006년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야르오미르 야그르는 기아 EV6을 운전하다 트램(도로 위 레일을 따라 달리는 전차)과 추돌했다.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레일 위에 멈춰 섰는데, 트램이 그대로 옆면을 들이받았다고. 놀랍게도 야그르는 말짱히 걸어 나와 부서진 EV6을 촬영해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현장 사진은 그가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기아가 나를 구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게시했다.
제네시스 GV80 / GV80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2021년 2월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제네시스 GV80에 탄 채 9m 넘게 구르는 사고를 당했다. 차체 앞뒤가 모두 부서지고 앞 유리창을 뜯어내 구조했을 만큼 큰 사고였다. 우즈는 다리를 다쳤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당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데이비드 하키 회장은 “GV80 에어백이 타이거 우즈를 살렸습니다. 10개의 에어백이 주효했으며 특히 무릎 에어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이후 우즈는 사고 후 9개월 만에 골프채를 잡고 스윙하는 영상을 올려 팬들의 걱정을 잠재웠다.
한 번은 운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라면? 운도 준비한 자만이 누릴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현대차그룹은 오랜 시간 안전 기술을 연마해왔다. 이미 2004년 내놓은 5세대 쏘나타(NF)부터 해외에서 ‘한국의 볼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두각을 드러낸 현대다. 5세대 쏘나타가 중국 북경 고속도로를 시속 150km로 질주하다 충돌하고도 승객이 무사했던 일화는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았다.
뛰어난 안전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현대 5세대 쏘나타
현대차그룹은 그 뒤로도 멈추지 않고 차체 설계를 담금질했다. 쏘나타를 예로 들면 6세대 쏘나타(YF)는 핫스탬핑 공법 적극 활용, TWB(서로 다른 소재를 하나로 붙이는 용접 방식) 구조 등으로 강성을 높이고 정면충돌 에너지를 쉽게 흡수하도록 꾸렸다. 7세대 쏘나타(LF)는 차체 정면의 25%만 충돌하는 스몰오버랩 테스트 대응 및 초고장력강 51%(종전 21%) 사용 등이 가장 큰 변화다. 마지막 8세대(DN8)는 충돌 에너지를 넓게 퍼뜨리는 다중 골격 구조와 부분 정면충돌 시 차가 주행 방향을 유지하는 ‘거동 제어 기술’ 등이 들어갔다. 각 세대마다 안전 수준을 성큼성큼 끌어올려 왔다.
“아이오닉 5, 미국서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 같은 기사 제목은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등장하는 신차마다 죄다 최고 등급에 올랐다고 하니 무엇이 새로울까.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IIHS) 충돌 평가에서 무려 25개 차종을 최고 수준의 안전을 뜻하는 ‘톱 세이프티 픽’으로 올렸다. 그중 15종은 최고 등급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다. 전 세계 자동차 그룹을 통틀어 최고의 성적이다.
91m 협곡 아래로 추락하고도 멀쩡한 커플의 아반떼, 거대한 트램과 충돌 후 운전자가 걸어 나온 EV6, 그리고 9m 넘게 구르고도 타이거 우즈의 목숨을 구한 GV80까지. 현대차그룹의 놀라운 실제 사고 이야기는 단순한 기적이 아니다. ‘품질경영’을 맨 앞에 세우고 달려온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이룩한 결과다.
글 윤지수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