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장례식 조 경 숙 천오백 년 전 가야 능을 발굴. 함께 순장된 소녀는 아름다웠다 허리 21. 5인치 긴 목을 가진 미인 군살 없고 작은 얼굴, 16세로 추정 무릎을 많이 꿇어 무릎과 정강이뼈가 닳아있었다 목이 긴 열여섯 이 소녀는 누구였을까. ─〈조선일보〉 기사 발췌 영정사진 옆 국화꽃송이 문상객들 절을 받고 있다 낯선 장소에서 처음 보는 상주를 따라 길고 푸른 목을 움츠리며 가만가만 문상객들의 낯빛을 살핀다 고인의 죽음은 곧 그의 죽음 고인의 상주는 곧 자신의 상주 이승의 무게를 줄여야 할 사람일수록 죽음의 동반자가 필요했다 고인이 주는 마지막 만찬이 차려지고 말간 소주잔이 오고 간다 땅에 뿌리를 두었던 시간을 거둬들일 때 사람은 무릇 맑아지고 싶을 때가 있나보다 참 이슬처럼 또는 처음처럼 아직은 살아 있는 듯 싱싱해야할 시간 고인을 따라 죽어야 하는 국화꽃송이 죽어야 하는 지금이 가장 꽃다운 나이 주인을 따라 무덤으로 들어간 가야의 소녀처럼, 핏기 없는 맑은 얼굴 열여섯 살이다 |
첫댓글 죽음의 만찬은 늘 꽃으로 대접을 하지요
그렇게 꽃을 싫어하던 저의 오라버니도 꽃속에서 웃고 있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