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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추천/일본 드라마 추천/해파리 공주/요시네 쿄코/세토 코지/왓챠 플레이 드라마
최근 미드를 정주행 하느라 일드에 잠깐 소홀했었다. 또 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버려서 또 잠깐 소홀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시험 이틀 동안 <해파리 공주>를 정주행했다. 유치해보이는 썸네일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내 취향에 너무 잘 맞았다. 일본 속에 있는 일본만의 재미있는 문화도 그득 담겨있고 세토 코지의 매력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슈가의 아유미도 오랜만에 볼 수 있다!
해파리 공주, 海月姫
후지TV, 10부작
출연진 : 요시네 쿄코, 세토 코지, 쿠도 아스카, 우치다 리오, 마츠이 레나, 키나미 하루카, 토미야마 에리코, 아유미(이토 유미)
방영시기 : 2018년 1월 ~ 2018년 3월
왓챠 플레이에서 시청한 <해파리 공주>는 올해 방영된 드라마다. 그래서 그나마 최근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앞으로 두 달만 지나면 1년 전 드라마가 된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느껴지는..것은 제쳐두고, <해파리 공주>는 해파리 오타쿠 츠키미(요시네 쿄코 분)와 여장하는 남자 쿠라노스케(세토 코지 분)이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와 함께 보았던 해파리에 반해 해파리 덕후가 된 츠키미는 매일 지나는 수족관에 있는 클라라(츠키미가 이름 붙인 해파리)에게 인사하는 것이 일상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오타쿠(세상의 모든 오타쿠들이 그럴 것이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츠키미와 등장하는 다른 오타쿠의 설정이다)인 츠키미는 클라라를 집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는데, 하루는 클라라를 잡아먹을 수 있는 종種의 해파리가 클라라와 한 어항에 있는 걸 보게 된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도 못하고 남들과 가벼운 이야기도 나누기 어려운 히키코모리형 오타쿠 츠키미는 이 사실을 말할까 말까 아주 격렬하게 고민하면서 가게를 들락날락하며 횡설수설한다. 결국 쫓겨나 가게 앞에 엎어진 츠키미. 마침 쿠라노스케를 그 모습을 보았고, 클라라를 대신 사주면서 츠키미를 바래다 준다. 방을 구경한다는 연유로 따라가서 결국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사실 시청자 입장에선 여장이라는 게 딱
보이지만 츠키미를 포함해서 다수가 쿠라노스케의 여장을 눈치채지 못한다. 츠키미도 다음날 옷을 다 벗어던지고 자고 있는 쿠라노스케를
보고 놀란다. 금남의 여승방, 아마미즈칸에서 살고 있는 히키코모리 오타쿠 츠키미에게는 엄청난 풍경이지만, 일단 자신이 데리고 온
이상 몰래 쿠라노스케를 돌려보내기로 한다. 그러나 아마미즈칸의 다른 오타쿠들에게 들키고 마는데..
아마미즈칸에 사는 오타쿠들-왼쪽부터 일본 물건 덕후 치에코(토미야마 에리코 분), 기차 덕후 밤바 씨(마츠이 레나 분), 아저씨 덕후(카레센枯れ専, 중년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 지지 사마(키나미 하루카 분), 삼국지 덕후 마야야(우치다 리오 분)-은 쿠라노스케가 남자임을 알아채진 못하고 자신들과 사는 세계가 다른 화려한 여자(?) 쿠라노스케를 경계한다. 그러나 돈 많은 정치가 집안의 쿠라노스케는 좋은 고기 등으로 오타쿠들을 매수하며 그들과 어울리게 된다. 그러나 거침없는 쿠라노스케는 마땅한 돈벌이도 없이 집에만 있는 오타쿠들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벼룩시장에서 인기가 좋았던, 츠키미가 만든 해파리 인형을 인터넷에 파는 것을 시작으로, 영감이 떠오르면 아무것도 뵈지 않는 츠키미가 디자인하는 드레스를 팔게 된다. 브랜드까지 만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입을 수도 없는 옷을 밤을 새워가며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애초에 '화려한 옷'과는 맞지 않는 사람인데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는 아마미즈칸 오타쿠들. 바뀐 생활이 벅찬 오타쿠들과 모처럼 하고 싶은 일을 찾았지만 혼자만 즐거웠던 것 같아 우울해진 쿠라노스케,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츠키미.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들은 자신들 내면의 재능과
열정을 찾아가며 변태變態하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던 그들이 세상에 부딪히기 시작하고 세상에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게
된다. 다양한 형태로 성장해나가는 일본 드라마의 전형에 가까운 스토리.
그러나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런 설정은 일본에서밖에 불가능했다. 엄청 특별한 이야기가 없으면서도 이 드라마가 유독 재미있었던 <해파리 공주>의 주관적인 시청 관점을 공유하겠다.
1. 여장남자, 그리고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세토 코지
살면서
두 번 정도 한국 서울에서도 여장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본 적 있다. 사실 제대로 된 여장이라기보다 여자 구두만 신은 정도도
있었지만 말이다. 일본 여행 중에서도 일본인 친구와 함께 마주친 적 있는데, 물론 그 친구도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하지만 오카마
혹은 오네라고도 불리는 여장남자가 일본에서는 꽤 흔한 편이다. 일본 예능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봤을 '마츠코
디럭스'도 전형적인 오카마 연예인이다. <해파리 공주>에서도 쿠라노스케의 여장에도 '여장' 자체에 놀라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금남을 생활화 하는 오타쿠들이 남자라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이제는 소식도 모르는 어머니와 그녀의 드레스에 대한 향수로
여자 옷에 집착하기 시작한 쿠라노스케는 누구에게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뛰어난 패션 감각을 보여준다. 게다가 쌍커풀이 진하고
도톰한 입술, 그리고 여성스러운 몸짓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세토 코지가 쿠라노스케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어서, 실제로
마주쳤을 때는 조금 무서웠던 '여장남자'가 나쁘지 않게 다가왔다.
2. 오타쿠 군단!
일본은
장인도 많고 오타쿠도 많다. 가업을 잇는 일도 많고 그래서 작은 가게라도 100년 가까이 운영하는 데도 많다. 어딘가 집요한
구석이 많은 나라다. 오타쿠, 덕후 등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사람들이지만, <해파리 공주>의 오타쿠들을 살펴보면 다시금
재미있다. 아프로헤어 밤바 씨는 열차 노선, 역, 열차 종류 등을 외우고 있는 열차 덕후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열차가 엄청 많은 일본. 관광객을 위한 교통패스도 대부분 다양한 노선의 열차를 저렴하게 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열차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일본에는 열차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차분한 지지 사마는 아저씨를 좋아한다. 이런
덕후(?)들을 '카레센'이라고 한다. 지칭하는 말이 있다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 지지 사마는 중년 남성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아저씨를 덕후질하는데 '어른 남자'에게 끌리는 것 이상으로 '중년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의 모습이
신기했다. 만화가 원작이긴 하지만, 정말로 만화에나 나올 법한 캐릭터의 오타쿠들을 보는 것도 <해파리 공주>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라고 하겠다.
3. 건전한(?) 삼각관계? 사각관계?
쿠라노스케가
꾸며준 모습의 츠키미를 보고 반해버린 슈(쿠도 아스카 분)는 평소 화장기 없고 안경 쓴 츠키미를 알아보지 못한다. 소심하고
꾸밈없는 오타쿠의 모습이 왠지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만, 두 모습 모두 츠키미라는 것을 알고 나서 본인의 진심을 고민하게 된다.
츠키미도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해파리와 닮은(?) 슈에게 반하지만, 본인의 본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실망했다가 꾸민 모습에
다정한 슈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동생 슈의 연애를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정말로 츠키미의 마음을 슈에게 뺏길까 걱정스러운 쿠라노스케. 드레스 사업으로 훨씬 츠키미와 붙어있을 시간이 많기 때문에 틈틈이 심쿵 포인트를 준다.
영악하고 계산적인 개발업자 이나리(리카 이즈미 분)는 새로운 개발을 위해 아마미즈칸을 없애고 싶어하고, 정치가
아들이자 미래 정치가인 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악한(?) 짓도 한다. 어릴 적 성적 트라우마로 다른 여자들은 관심이 없고 오직
츠키미에게만 마음이 있는 슈는 그녀를 확실히 거절하지만 이나리는 포기하지 않고 들이댄다. <해파리 공주>에서 가장
악독한 역할.
츠키미의 마음에 들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대부분의 예상을 벗어나진 않겠지만, 일본 드라마는 동화 속 공주
이야기처럼 연애가 속 시원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건전한 느낌으로 끝난다. 기승전연애로 끝나는 한국 드라마에
익숙하다면 어딘가 찝찝한 느낌이 들겠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연애에 집중하지 않는', 여운이 남은 스토리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4. 아유미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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