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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다시 떠오르다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밀도 높은 화석연료가 거의 없거나 부족한 나라들이 가진 1차에너지원은 무엇인가? 이들 국가들은 태양열과 지열, 수력, 풍력 그리고 바이오매스 에너지와 같이 그들이 가진, 그리고 모든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주변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왔다. 인간의 힘 외에 가장 먼저 이용한 것은 동물의 힘과 흐르는 물의 힘, 바람의 힘 등이었다. 또한 불을 사용하면서 주변에 널려 있는 목재를 사용하여 전천후로 열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산업이 발전하면서 목재와 목탄의 과다 사용, 경작지의 확대로 주거지 주변의 산림이 황폐해지자 석탄이 연료의 주종이 되었다. 석탄과 같은 탄화수소화합물이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하기 쉬운 액체 형태인 석유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체제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에너지들의 발생을 따라가면 하나의 귀착점에 이르게 된다. 수력과 풍력, 목재, 석탄, 석유 등 인류가 사용해온 에너지는 심층 지열을 제외하고는 모두 태양에서 비롯되었다. 바람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풍력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는 대기의 운동에너지이다. 대기는 왜 이동하는가? 바로 태양열을 받아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주변의 차가운 공기가 그 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다. 풍력의 근원인 대기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태양이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개울물은 어디서 왔는가? 상류에서 내려오는 개울물은 발원지에서 샘솟는 지하수이거나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이다. 지하수 역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모인 것이다. 그런데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물은 강이나 바다에서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내린 것이다. 지표에 있는 물을 하늘로 증발시켜 높은 위치에너지를 갖도록 한 건 바로 태양열이다.
바이오매스에너지 또는 바이오에너지는 생물체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말한다. 옛날부터 사용해온 장작이나 목탄이 바로 바이오에너지이다. 최근에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하는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과 같은 바이오연료도 이에 해당된다. 이런 바이오에너지의 재료인 생물체들은 어디서 에너지를 얻는가? 바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내는 탄화수소화합물이 바이오에너지이다. 광합성이란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이산화탄소와 물로 녹말을 만드는 과정 아니던가?
생물체의 몸에 축적된 탄화수소화합물이 땅속에 묻히고 지각 운동을 통해 탄층이나 유전으로 집약되고 농축된 것이 바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이다. 화석연료의 근원 역시 태양 에너지이다. 태양의 에너지가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되고, 그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수만, 수억 년의 시간을 거쳐 밀도 높은 화석연료가 된 것이다.
태양은 태양계의 모든 행성과 위성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 공장이다. 1초 동안에 태양이 우주공간으로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은 920해(9.2×1022)kcal이다. 가늠이 되지 않는 양이다. 지구 표면에서 태양광선을 수직으로 받을 때 1평방센티미터(cm2)의 넓이에 1분 동안 약 약1.3cal의 태양복사에너지가 들어온다. 이 역시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구가 일년 동안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은 인류가 소비하는 양의 2만배이며, 1시간 동안 받은 태양에너지는 전 세계가 1년간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과 맞먹는다. 즉, 사람들이 태양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있다면 단 한 시간만 태양에너지를 포집해도 1년간 땔감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태양에너지를 100% 활용하지 못한다. 아니 극히 일부분만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는 물리적 순환 과정과 화학적 순환 과정을 거친다. 우선 물리적 순환 과정부터 살펴보자.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의 실체는 전자파이다. 열을 가진 모든 물체는 전자파를 발산한다. 36.5℃의 체온은 가진 우리 몸에서도 적외선 파장이 복사된다. 표면 온도가 6,000도가 넘는 태양은 가시광선 영역인 0.5㎛에서 가장 강한 복사파를 내보낸다. 에너지의 분포를 보면 자외선이 3%, 가시광선이 44%, 적외선이 53%로 적외선 영역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햇빛은 대기의 분자 또는 구름과 충돌하여 반사되거나 산란한다. 이에 따라 태양복사에너지 중 22%는 지구 밖으로 되튕겨나가고 20%는 대기와 구름에 흡수된다. 지표면에 도달한 58% 중 9%는 지구 표면에 반사되어 우주로 방출되고 49%는 지표면에 흡수되어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지표면이 흡수한 49%와 대기가 흡수한 20%의 태양에너지는 지표면과 대기 사이에서 복잡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지표면과 접촉하는 대기 사이엔 열전도가 이루어지고, 지표면의 물이 에너지를 받아 수증기가 되어 대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또한 지표면이 복사하는 적외선은 곧장 우주로 나가기도 하지만 대기 혹은 구름에 흡수되기도 한다. 반대로 대기나 구름이 복사하는 적외선 역시 지표면에 흡수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거래 뒤에 정산을 해보면, 지구가 받은 태양복사에너지는 그 양만큼 다시 지구 밖으로 방출된다. 만약 내보내지 않고 지구가 받기만 한다면 지구는 점점 온도가 높아져 마침내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이다. 지구는 대기나 지표면에서 태양빛을 반사하거나 지구에서 복사되는 적외선을 통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렇게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에너지와 지구가 내보내는 에너지가 평형상태를 이루는 것을 지구의 열평형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태양과 지표면, 대기 사이에 벌어지는 에너지의 물리적 순환 과정에서 대기의 이동이라는 운동에너지, 강수와 물의 순환에서 나타나는 물의 위치에너지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수력, 풍력은 태양에너지의 선물인 셈이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태양에너지의 화학적 순환은 더 큰 선물이다. 오직 생명체를 가진 혹성에게만 주어지는 우주의 은혜이기 때문이다.
화산활동과 지각운동, 대기의 기상현상만이 존재하던 지구에 생명체의 탄생은 지구의 환경에 대변혁을 불러왔다. 생명체는 신진대사를 통해 외부에서 영양을 공급하고 자기 복제를 통해 존재를 이어간다. 이 생명체에게 태양에너지는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였다. 지구 내부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있었지만, 이것은 화산이나 해저 용암 분출구 주변에서나 덕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태양은 어느 곳에서든 하루의 절반가량을 접할 수 있었고 태양열로 데워진 바닷물이나 강물을 통해서도 에너지를 전달받을 수 있다.
초기 생명체는 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에 풍부한 이산화탄소로 생명유지에 필요한 유기물질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다. 이것이 광합성이다. 햇빛을 받은 엽록체에서 물을 분해하여 전자를 발생시키면, 이 전자가 광인산화과정을 거쳐 아데노신3인산(ATP)를 만든다. 이 ATP는 우리 몸속에서도 에너지대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기화합물이다. 엽록체에서는 이 ATP의 도움을 받아 이산화탄소로 포도당과 같은 탄수화물을 합성한다. 태양의 빛 에너지가 화학적 에너지로 변환된 것이다.
이는 우주의 대혁명이다. 생명체가 탄생하기 전까지 우주에서 에너지의 변환은 빛에너지, 열에너지, 운동에너지, 위치에너지 등 물리적 에너지끼리 서로 형태를 바꾸는 것만이 존재하였다. 물리적 에너지는 자연 상태에서 저장할 수가 없다. 끊임없이 대사가 이루어지고 변환되어 형태를 바꾼다. 그러나 화학적 에너지는 유기화합물 내에서 보존이 가능하다. 생명체는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변환시킨 뒤 필요할 때 화학에너지를 발생시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명체가 죽으면 유기화합물은 부패하여 열을 내고 메탄가스와 기타 무기물질로 돌아간다. 이제 화학에너지는 물리에너지의 순환 과정에 편입된다.
그런데 생명체가 죽는다고 해서 모두 부패하는 것은 아니다. 부패는 미생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연의 정화 과정이다. 미생물이 존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부패도 일어나지 않는다. 냉장고를 생각해보라. 낮은 온도에서 미생물이 살 수 없으니까 음식물이 썩지 않고 유지된다. 일단 생명체에 탄수화물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는 생명체의 수명이 다해도 남는다. 생명현상은 중지되어도 화학에너지를 간직한 탄수화물은 사체에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식물이나 아주 작은 고대 생물들이 쌓이고, 또 지각변동에 의해 침강하여 지열과 압력을 받으면서 밀도 높은 탄화수소화합물 덩어리나 액체 또는 기체가 되었다. 화석이 된 탄수화물, 이것이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이다.
인간이 아니었다면 이 화학적 에너지는 지층에 묻혀 있든지, 더 깊이 들어가 지열에 녹아 용암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손쉽게 주변에서 목재를 얻을 수 없게 된 인간은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의 잠을 깨웠다. 수 억 년을 땅속에서 숙성한 이 화석연료들은 불과 300~400년 전 석탄을 시작으로 인류의 주 에너지원으로 등장하였다.
초기 인류는 자신의 힘만 썼다. 간단한 도구를 사용할 때도 그것을 사용하는 에너지는 사람의 힘이었다. 미개한 인류에게 태양에너지를 직접 활용할 능력은 아직 없었다. 추운 겨울날에도 햇볕을 받으면 몸을 따뜻하게 할 수는 있지만 해가 지고나면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햇볕으로는 방안을 데우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식물이 모아놓은 태양에너지, 즉 목재를 사용하여 방을 데우고 먹을 것을 익혔다.
허나 목재도 아주 높은 열을 필요로 하는 제철이나 야금 같은 공업,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계나 교통수단을 만족시키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전 생물체들이 만들어 놓은 화석연료는 그 양이 한정되어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늘어나자 곧 매장량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밀도 높은 에너지를 사용하며 사람들은 기술을 발달시켰다. 기술의 발달은 태양에너지를 축적하거나 변환하는 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일시적으로 흘려보내야만 했던 풍력에너지, 해양에너지 역시 모으고 변환하여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태양열 집열판은 낮 동안에 물을 데워 통에 모았다가 밤에도 실내 난방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열을 이용한 난방제품들도 난방용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보다 획기적인 것은 전기의 발견과 축전기, 발전기의 발명이었다. 전기는 1차에너지원은 아니지만 사용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어떤 에너지원보다 큰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기 현상을 알고는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탈레스는 호박석을 모피에 문지르면 가벼운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을 보고 최초로 전기현상을 발견하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16세기 말 영국의 윌리엄 길버트는 자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호박이 지니는 인력과 자석의 인력의 차이를 밝혔다. 1752년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연을 통해 번개가 가진 전기적 성질을 증명하였다. 이어 프랑스의 토목공학자 쿨롱은 전하를 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의 크기에 관한 법칙을 발견하였다. 1800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볼타는 두 종류의 금속판 사이에 소금물을 적신 헝겊을 끼운 것을 여러 겹으로 쌓아 화학전지를 만들었다.
드디어 1866년 독일의 지멘스는 전자석을 사용한 대형발전기를 완성하여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이어 벨기에의 그람은 1870년 고리형 코일의 발전기를, 독일의 알테네크는 1873년에 드럼형 코일의 발전기를 발명하였다.
미국의 에디슨은 탄소선 전구를 발명하여 전기를 실생활 속으로 끌어들였다. 에디슨의 전구가 가스등을 대체하면서 웨스팅하우스사는 1892년 세계 최초로 오리건 주에 있는 폭포를 이용하여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였다. 같은 해에 일본의 교토시영발전소가 비파호의 물을 이용하여 직류발전을 시작하였다.
전력 사용이 늘어나면서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등장하였다. 증기기관과 가스터빈의 발전으로 발전 효율도 높아졌다.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져 1973년에는 9.4%에 이르렀다.
전력산업의 발전과 반도체 등 과학기술의 발달은 태양에너지와 태양에너지에서 비롯된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활용 효율을 높여주었다. 석유파동 이후 대체에너지를 찾는 나라들이 태양과 수력, 풍력, 지열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과거와 같이 열을 이용하거나 동력을 바로 기계 작동에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전기의 생산에 활용하는 방법이 연구 대상이 되었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아직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 효율은 화력발전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다.
하지만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 효율 또는 열효율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었다. 이제 태양광 발전 효율은 수 년 내에 20%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풍력발전의 경제성은 화력발전을 거의 따라잡는 수준에 도달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세계 모든 나라가 접근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와 태양에너지에 의한 대기와 해양의 자연 현상, 그리고 태양의 에너지로 성장하는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이다. 따라서 그 에너지원은 태양이 존재하는 동안 아무런 비용 지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와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다른 대기오염물질도 줄여준다.
덴마크와 독일 등 일찍이 청정 대체에너지 개발에 착수했던 나라들에서 시작된 재생가능에너지는 이들의 성공에 기대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특히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고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강제적 요구가 강해지면서 재생가능에너지원에 대한 각국의 관심과 개발 노력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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