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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간과 물에 대하여>라는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무슨 내용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다. 단지 저자가 아이슬란드 출신이며 환경운동가라는 소개를 접하면서, 아마도 그곳에 있는 빙하와 관련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급격한 환경 훼손으로 인해서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구상에 있는 빙하가 사라지고 그 결과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기온의 상승과 함께 가뭄과 홍수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결과 미래 세대에 태어날 인류의 삶은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지만, 대개는 그것이 당장의 일어날 일이 아니며 더욱이 자신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인류의 행동으로 인해서 지구의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지질학자들은 '인류세'라고 지칭하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탐하는 인간들의 끝없는 개발 행위로 인해 환경오염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환경 문제가 당장 나와는 관계가 없다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떨쳐버리고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실천에 옮길 시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문학을 전공하던 저자가 우연히 대학 연구소 지하의 서고에서 접한 고서를 통해서, 북유럽의 고대 신화를 접하던 기억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빙하연구회를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저자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남긴 사진과 영상을 통해, 빙하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여기에 아이스란드를 방문한 달라이 라마와의 우연히 성사된 인터뷰는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임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과거에 존재했던 빙하가 사라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기에, 저자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환경을 지키려는 것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즉 제목에서 '시간'은 인간의 행위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잇는 환경의 문제를 상기시키고, '물'은 빙하가 녹으면서 어느 시점엔가 인류는 그로 인한 홍수를 겼고 급기야 물 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아이슬란드 고원 파괴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문득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1층과 2층으로 나누어 열대와 북극의 환경을 조성하고, 어느 한쪽만을 위한 사소한 행동이 결국 모두의 공멸을 가져온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열대로 설정된 1층에서 더위 때문에 사람들이 켜둔 에어컨으로 인해 발생한 열기가 위층으로 전달되어, 2층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 물이 다시 1층으로 흘러 물이 넘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단지 예능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그 내용이 우리가 처한 지구의 환경문제를 축소해서 묘사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지구 환경의 문제와 결부되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는 돈이 현실의 잣대다. 우리가 만물을 아우르는 신의 광대함을 찾을 수도 있다는 말만 가지고는 자연의 생존권을, 그 본질적 가치를 옹호할 수 없었다." 저자는 아이슬란드의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환경운동을 전개하면서 마주쳤던 개발의 논리들에 대한 무력감을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지금 자행되고 있는 환경오염이나 그로 인해 더욱 힘들게 살아가야할 미래 세대의 문제는 그저 자신의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의 경우 개발 당시에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각광을 받았지만, 그로부터 한 세기도 채 되지 않아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여전히 경제적 가치 운운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이들이 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증명하고 있듯이 원전 사고는 적어도 여러 세기에 걸쳐 그곳에서 살던 이들의 삶을 파괴시킨다. 세계 곳곳으로의 왕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현대에는 그 영향이 전세계적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책의 말미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질병은 환경에 대해 무관심한 인간들에게 경고를 내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자행되고 있는 "이 사건들은 건강이 일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지구 위 모든 사람들의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구 생태계의 건강과도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는 불로 인해서, 2050년이면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한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것은 비단 저자의 주장만이 아니라, 전세계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저자는 우선 다음의 네 가지를 실천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첫째 음식물 쓰레기와 식단 변화, 둘째 태양 풍력 에너지와 전기 동력 운송, 셋째 숲 보전과 숲 가꾸기 그리고 습지 및 우림 복원, 마지막으로 여성 권리 신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마지막 항목에 '여성 권리 신장'이란 항목은 환경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여성들에게 자녀을 낳을 것인지 혹은 언제 낳을지에 대한 결정권을 여성에게 주는 것이 인구 증가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즉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평등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미래 환경 문제에 대한 가장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환경 문제로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구 환경을 회복하는 것은 단지 한 지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인간의 삶에서 경제적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그것을 환경문제와 조화시키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이 두 가치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때로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미래 세대로부터 잠시 빌려쓰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다 진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행동들이 에너지를 과잉 소비하고, 그로 인해 지구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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