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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낭비 없이 오래 먹는 친환경 식생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하자(Save Food from Fridge)'라는 프로그램에 수년째 참여하면서, 냉장고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냉장고 파먹기'는 냉장고에 방치되었던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으로,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캠페인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파악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저자가 시행하는 운동은 애초 냉장고에 저장하는 식재료를 최소화하는 것으로써, '냉장고 파먹기'와는 전혀 다른 지향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의 일상에 냉장고가 출현하여 대중적으로 활용된 것은 불과 수십 여년에 지나지 않지만, 이제 냉장고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아파트 생활에 보편화되면서 한국의 김장문화에 맞춘 김치냉장고까지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우리의 식생활에서 냉장고의 역할은 아주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인트로'에서 이제 냉장고 사용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가급적 모든 식재료와 그 부산물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것을 위해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들을 서술하면서, 사진을 통해 구체적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책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식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크게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가장 먼저 ‘냉장고를 최소화하기’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실천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할 식재료와 상온에서 보관해도 괜찮은 것들을 구분해서, 보관 기일과 이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냉장고 없이 보관하기’라는 두 번째 항목에서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채소와 과일 그리고 가공식품 등을 어떻게 보관하여 활용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탈리아의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의 방식이다 보니, 아파트에서 주거하는 한국의 주방과는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야만 한다. 물론 한국에서도 주택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에, 이 경우에는 저자의 방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꾸어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
‘오래 보관하는 저장 음식’이라는 세 번째 항목에서는 병조림과 잼 등을 만들어 금방 변하는 재료들을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먹을 수 있는 방식이 제시되어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게 몸을 놀린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방식을 활용해서 자신만의 저장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집에서는 주로 장아찌나 과일청을 만들어 오래 보관하며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식재료의 특성에 맞추어 저장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 항목에서는 ‘버리지 않고 식탁으로 옮겨오기’라는 제목으로, 음식을 만들다 남은 자투리 재료와 과일이나 채소의 껍질이나 오래되어 신신도가 떨어진 식재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양파 껍질이나 파뿌리 등을 잘 씻고 말려서 채수를 우리는데 사용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양한 식재료의 저장과 활용 방식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보너스로 ‘직접 길러 먹기’라는 항목으로 자신의 텃밭 기르기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텃밭이 없더라도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제로 웨이스트 실천 도구’를 소개하면서, 또 하나의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냉장고 사용을 최소화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말 부지런해야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랫동안 일상에서 실천을 해온 저자와는 달리, 이런 생각에 동참할 수 있는 독자라면 책에서 소개된 방식을 그대로 혹은 다소 변용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나씩 실천해 보기를 권유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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