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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가 수도를 동쪽에 있는 낙읍으로 천도한 이래 진시황이 중국대륙을 통일할 때까지, 대략 550여 년 동안의 중국 역사를 일컫는다. 이는 또한 제나라 환공 등 5명의 패자가 활약했던 춘추시대와 진나라를 비롯한 7개국이 쟁패를 다투던 전국시대로 구분한다. <동주열국지> 5권은 시리즈의 마지막 차례로, ‘전국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진(晉)나라 는 오패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진문공이 이뤘던 패업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BC 403년에 무너지게 되는데, 이후 제후들에 의해 조나라와 한나라 그리고 위나라 등 3국으로 나뉘게 되었다. 이들을 일컬어 3진이라 칭하고, 주나라 왕실이 이들 3진을 공식 승인한 때로부터 이른바 ‘전국시대’라고 칭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분류법니다.
실상 전국시대를 다룬 5권의 내용들은 대체로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주요 인물들 위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전 책들에서 다룬 내용들보다 나에게는 익숙하게 여겨졌고, 그동안 인물 위주로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당시의 역사가 이 책을 통해 전후 맥락이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보다 선명한 흐름으로 다가왔다. 예컨대 <사기>의 ‘자객열전’에서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물 가운데 하나로, 5권의 앞부분에 언급된 ‘예양’이라는 인물을 다루고 있다. 예양은 자신을 알아주었던 지백을 위하여, 얼굴과 목소리를 바꾸면서까지 원수를 갚으려다 실패하였다. 사마천은 이러한 예양을 연나라 태자 단을 위해 진시황을 죽이려던 ‘형가’와 함께, 그들의 행적을 상세히 서술하고 그들의 기백을 높이 평가하였다. 물론 개인적인 그들의 행적은 주목할만 하지만, 과연 예양이 섬겼던 지백의 인품이 그럴만 했는가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등장하는 형가의 행적 역시 연나라 태자 단의 개인적인 원한을 갚기 위해 희생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처럼 한 인물의 일대기라는 형식으로 서술된 ‘열전’과 달리, 역사의 흐름을 좇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서술한 <열국지>를 통해 예전과 달리 춘추전국시대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논어>나 <맹자> 등을 읽으면서, 그의 주석에서 논했던 특정 인물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주희와 같은 유학자들의 이념이 삼투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하여 중국 역사를 상세하게 훑어보면서, 그동안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중국 고대의 역사를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특히 여불위를 진시황의 친부처럼 서술하고 있는 많은 문헌들은 어쩌면 ‘분서갱유’라는 행위에 대한 반감을 가졌던 후대 유학자들의 의도적인 ‘왜곡’일 수도 있다는 역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기도 했다. 이는 아마도 조선을 건국했던 주체들이 고려의 역사를 폄훼하기 위해, 공민왕의 후손들인 우왕과 창왕을 마치 신돈의 자식인 것처럼 몰아갔던 상황과 연관시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맹자>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양혜왕’은 바로 위나라 혜왕을 가리키는데, 수도를 대량을 옮겼기 때문에 위나라를 양나라라고도 불렀다 한다. 맹자가 활동했던 시기 역시 전국시대의 초기에 해당되는데, 그는 ‘인의(仁義)’를 강조하면서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왕도정치를 시행할 것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언제 강대국이 자신의 영토를 침범할지 모르는 현실에서, 당시의 제후들의 ‘왕도정치’를 논하는 맹자의 사상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의 사상은 중국의 천하가 안정된 한나라 이후에나 하나의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송나라의 주희에 의해 관념론 철학인 ‘성리학’으로 정립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당대에 공자나 맹자의 사상이 제후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논했듯이 5권에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소개된 인물과 사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병법으로 이름을 남긴 오기와 손빈, 그리고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해 변법을 시행했던 상앙에 대한 에피소드는 ‘열전’에 비해 소략하지만 역사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유익했다고 여겨진다. 한 인물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추어 살피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함께 시대의 흐름과 동시대의 정국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동안 방대한 분량의 <동주열국지>를 읽으면서, 사서를 비롯한 유가의 경전을 읽으면서 해소되지 않았던 중국 고대의 역사가 어렴풋하게나마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었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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