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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여성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 시대, 온몸으로 그것을 헤쳐나가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 3인을 다룬 내용의 책이다. 일본과 영국 그리고 아일랜드 등 활동을 하던 국가는 달랐으나, 테러도 불사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이들 3인의 여성들은 저자에 의해 <여성들의 테러>라는 제목으로 엮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가운데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왕을 폭탄으로 해치우려 계획했다는 죄목으로 수감되었고, 박열의 부인으로 잘 알려진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의 삶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동안 박열의 주변인물로서만 이해되어 왔기에, 후미코를 중심으로 하는 내용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들에게 버림을 받다시피 하고, 할머니를 따라와 조선으로 건너와 계속 천대를 받으면서 죽음을 생각했던 후미코의 어린 시절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부모와 친척은 물론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무정부주의자로 자처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난 박열과의 인연으로 부부가 되고, 폭탄을 구해 일왕의 행사에 투척하려던 계획이 탄로나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 끝내 옥에서 자살로 생을 마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후미코를 '오로지 나 자신으로 살았던 아나키스트'로 소개를 하고 있다.
남성들에게만 주어지던 참정권을 여성들에게도 주어야 한다는 신념을 운동으로 표출하며 활동했던 이들을 일컬어 서프러제트라고 칭한다. 그 가운데 특히 영국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름을 남겨 '무력 투쟁과 여성 참정권 운동가'로 칭해지는 인물이 바로 에밀리 데이비슨이다. 무력투쟁을 불사하면서 여러 차례 감옥에 갇히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단신과 강제 음식 투입 등을 겪으며 점점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고 한다. 끝내 경마가 열리는 엡섬 더비에서 여성참정권을 상징하는 깃발을 가슴에 품고 뛰어들었다가, 말에 치여 사망에 이르게 되고 이후 여성 참정권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이일랜드의 해방을 위해서 싸웠던 '마거릿 스키니더'는 '아일랜드 부활절 봉기의 빼어난 저격수'라고 칭해진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나라인 아일랜드에서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도 마다하지 않고 행동했던 그녀의 삶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여러 차례의 좌절을 겪으면서도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한 투쟁은 결실을 맺게 되지만, 영국 연방에 남기를 원했던 북아일랜드는 그 이후에도 여전히 독립을 원하는 세력과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지만, 저자는 이들이 무력투쟁을 불사하며 활동했다는 것을 들어 이 책의 제목을 <여자들의 테러>라고 명명을 했을 것이다. 물론 후미코는 일왕의 폭탄테러 계획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옥사했다는 점에서 다른 두 명의 인물들과 견줄 수 있다고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인물들의 삶을 서로 엇갈려 배치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이지만 그것을 헤쳐가려는 이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세 사람의 행적이 교차로 서술되고 있어, 한 사람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해당 부분을 듬성듬성 찾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불과 100여 년 전의 상황을 기술하고 있지만, 국가와 장소에 상관없이 이들을 통해서 당시의 열악했던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어렵고 힘겨웠던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그 상황이 조금은 더 빨리 바뀔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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